화장실에 차를 타고 다니게 됐다. 뭔 소리냐고? 내가 다니는 회사 얘기다.
남자 20여 명에 여자는 달랑 하나, 나뿐이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으로 딱 한 칸. 좌변기, 남자소변기, 세면대, 세면대에 연결된 샤워기. 이렇게 한 칸에 몽땅 들어차 있다. 첫 1년은 그럭저럭, 엉겁결에 곧잘 드나들었다. 텀블러를 끼고 하루 물 2리터 마시기에도 도전해 가며. 하루 너댓 번쯤 들락거린 것 같다. 아, 첫 해에는 남자가 15명이었다. 그것도 많긴 하다.
오래된 건물은 아니어서 케케묵은 오물까지는 없었는데, 매일 새롭게 탄생하는 자국과 흔적들이 그래서 더 놀라웠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노출 요법'이 꽤 효과적이라고 들었다. 이 참에 나의 좋지 않은 비위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 보자고 다짐했다.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쿨함'을 스스로 칭찬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업그레이드 버전의 위기가 발생했다. 놈(mouse. 타자를 치기도 꺼림칙하여 부득이 엉뚱하게 호명하는 것을 양해해주기 바란다)의 존재를 화장실 안에서 봐버린 것이다. 들어서자마자 목격한 덕분(?)에 벗은 채로 뛰쳐나오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다시 발을 들이기는 어려웠다.
우선 물을 끊었다. 화장실 갈 일을 최소화해야 하니까. 기침이 끊이지 않거나 약을 먹어야 할 일이 있지 않은 한 물은, 자제했다. 그리고 구내식당처럼 이용하는 근처 식당의 화장실을 염치 불구하고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식당은 사무실에서 정확히 1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거리만 보자면 걸어 다닐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공장지대인 탓에 화물차량이 흔히 지나다니고 보행자 통행로가 아예 없다. 들개도 종종 출몰한다. 산책 불가다.
점심을 먹으러 차를 타고 가는 일은 뭐, 오케이. 화장실은, 애매하다. 2년간 단지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대기를 오염시켜 가며 부단히 시동을 걸었다. 생리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 동시에 어렵고, 돌발상황을 초래하고, 하루를 좌지우지한다. 간신히 극복했던 변비도 수 년 만에 다시 영접해야만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고생했었기에 부지불식간 사라진 변비를 두고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긴 양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믈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 출근하는 이유는 이곳에 다른 장점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원망, 고발 차원의 언급은 아니란 얘기다. 올해 초에는 화장실 한 칸이 더 생기기도 했다. 물론 절대 들어갈 수는 없다. 샤워실을 마련하면서 그 안에 설치한 변기. 당연히 남자 직원들을 위한 샤워장이다. 그저 없는 공간인 셈 치고 있다. 2년차에, 그러니까 작년 1월에 남자 인원수는 22명으로 늘었고 3월에 화장실은 두 칸이 되었다. 놈(mouse)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다.
매번 식당으로 차를 몰다가 지난달부터 며칠에 한 번 꼴로 스리슬쩍 '우리' 화장실을 드나든다. 다이내믹한 화장실 경험이 쌓인다. 1년차, 2년차, 그리고 지금 3년차. 식후 양치질이 버거울 만큼 그곳은 '험지'다. 비위는 생각만큼 일취월장하지 않는다. 그저 잘 견디고 있다고, 이 정도 수준이면 훌륭하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퇴근 후 찾게 되는 술이 설마, 견뎌냈다는 이 착각(?) 때문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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