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쪽
오늘날 행위의 자유는 선택 및 소비의 자유로 주저앉는다.
19쪽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온갖 곳으로 달려가지만, 단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43쪽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 스마트하다. 스마트한 권력은 명령과 금지를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 그 권력은 억압적이지 않고 허용적이다. 그 권력은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견해, 선호, 욕구, 바람을 털어놓으라고, 요컨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라고 끊임없이 촉구하고 격려한다. ...... 종속된 주체는 자신의 종속을 의식하지조차 못한다. 그 주체는 자신이 자유롭다고 공상한다.
45쪽
아이는 이행 대상과 매우 집약적이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행 대상은 변화해도 안 되고 세탁되어도 안 된다. 그 무엇도 가까움의 경험을 깨뜨리지 말아야 한다. ...... 이행 대상과 달리 스마트폰은 대체 불가능한 중심의 사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새 스마트폰을 자주 구매한다. ...... 아이는 꿈꾸며 이행 대상 안으로 들어간다. 그 놀이는 아이의 상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아이는 이행 대상에 상징들을 싣는다. ...... 반면에 스마트폰은 우리를 자극의 홍수로 휩쓸고 상상을 억누른다. ...... 스마트폰은 영혼을 불안정화한다. 대조적으로 이행 대상은 영혼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53쪽
디지털 보정의 가능성은 피사체와의 결합을 약화한다. 그 사후 가공은 실재에 헌신하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피사체로부터 분리된 사진은 자기를 가리키게 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확장된 현실을 발생시킨다. 존재하지 않는 그 과도현실은 더는 현실과, 실재하는 피사체들과 상응하지 않는다.
55쪽
셀피의 본질은 전시다. ...... 셀피는 기억 매체가 아니다. ...... 사람들은 셀피를 단 한 번만 주목한다. ......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다른 사진들도 정보처럼 취급된다. 그 사진들은 사물적인 면모가 더는 없다.
107쪽
인간은 자기를 절대화하기 위하여 자기를 없앤다.
118쪽
우리는 수프를 독차지하려고 수프 접시에 침을 뱉는다.
108쪽
강한 결속은 오늘날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간다. 그런 결속은 무엇보다도 비생산적이다. 오로지 약한 결속만 소비와 소통을 가속하니까 말이다. 요컨대 자본주의는 결속들을 체계적으로 파괴한다.
29쪽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소유는 "사람이 사물과 맺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다."
131쪽
내가 그 주크박스를 제자리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느낌, 이 경우에 소유는 모욕이라는 느낌이 자주 나를 덮친다. 하지만 오늘날 그 주크박스가 과연 어디에 놓여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우리는 사물과 더불어 장소를 잃어간다. 나는 나의 소유가 그 주크박스를 최종적인 사라짐에서 구해낸다는 생각, 내가 그를 유용해지기 위한 강제 노역에서 해방한다는 생각, 내가 그를 충심의 사물로 변신시킴으로써 그에게서 상품의 성격을 제거한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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