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쪽
그래서 주체는 숭고 앞에서 동요하고 압도당한다. 여기에 숭고의 부정성이 있다. 위력적인 자연 현상을 보면서 주체는 우선 자신의 무력함을 느낀다. 그러나 주체는 저 "아주 다른 종류의 자기보존"에 힘입어 다시 자신을 추스른다.
46쪽
은폐, 지연, 방향전환은 미의 시공간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반쯤 숨겨지도록 하는 계산은 유혹적인 광휘를 산출한다. 미는 현상하기를 망설인다. 방향전환은 미를 직접적인 접촉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이런 방향전환은 에로틱한 것에 본질적이다. 포르노그래피에는 방향전환이 전혀 없다. 그것은 곧장 대상으로 직진한다.
50쪽
정보는 원칙적으로 숨겨지지 않는다. 정보는 본질적으로 투명하다. 정보는 항상 우리 앞에 드러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체의 은유를,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일체의 옷을 거부한다. 정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이 점에서 정보는 다시 비밀 속으로 물러날 수 있는 지식과도 다르다. 정보는 전혀 다른 원칙을 따른다. 정보는 폭로를, 최종적인 진리를 지향한다. 따라서 정보는 본질적으로 포르노그래피적이다.
75쪽
견고성과 지속성은 소비에 적합하지 않다. 소비와 내구성은 서로를 배제한다. 유행의 가변성과 휘발성이 소비를 가속화한다. 그래서 소비문화는 내구성을 감소시킨다. 개성과 소비는 서로 대립한다. 이상적인 소비자는 개성이 없는 인간이다.
75쪽
단 한 명의 유일한 친구를 갖는 것도 어떤 인간이 견고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슈미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람이 개성이 없고 형상이 없을수록, 매끄럽고 뱀장어처럼 미끄러울수록 더 많은 친구를 갖게 된다. 페이스북은 개성 없음의 시장이다. ...... 견고한 개성은 네트워크화하기 힘들다. 그것은 연결능력, 소통능력이 없다. 네트워크와 세계화, 소통의 시대에 견고한 개성은 그저 장애이자 단점일 뿐이다. 디지털 질서는 새로운 이상을 예찬한다. 그 이상이란 바로 개성 없는 인간, 개성 없는 매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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