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엄마가 되다 - 김혜형

15쪽
볏짚을 깔면 바닥이 보송보송해서 닭에게 해로운 바이러스들이 침범하지 못한대요. 또 나중에 닭똥이 많아지면 볏짚째 긁어내서 거름으로 활용하면 되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죠!

24쪽
닭들은 원래 귀소본능이 강해요. 바깥에 풀어 놓아도 해만 지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온답니다. 하지만 갓 데려온 닭은 만 하루 정도는 닭장 안에 두어야 해요. 그래야 그곳이 자기 집인 줄 확실히 알거든요.

30쪽
닭들은 흙 목욕을 하면서 깃털 안의 온갖 기생충들을 시원하게 털어 내요. 또 닭이 삼키는 흙과 모래는 몸속 '모래주머니' 안에서 모이를 으깨고 부수는 역할을 한답니다. 우리가 이로 음식을 꼭꼭 씹는 것처럼 말이에요.

77쪽
수컷들이 중병아리 무렵부터 깃털을 세우며 싸우는 건 서열 다툼 때문이래요. 짝짓기에서 유리한 수컷이 되고 싶은 거지요. 그렇다고 반드시 수컷만 싸우는 건 아니랍니다. 암컷들끼리도 서열 다툼을 해요. 텃세를 할 땐 암컷과 수컷이 맞붙기도 하고요. ...... 일단 닭장의 서열이 정해지면, 서로 힘 빼 가며 싸울 일이 거의 없어요. 서열 낮은 닭이 알아서 피하거든요. 닭들은 닭장 안에서 자기가 차지하는 서열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대요. 한 공간 안에서 50마리까지는 그 서열을 유지한다고 해요. ...... 수백, 수천 마리를 한 공간에 키우는 대규모 사육장에 사는 닭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91쪽
닭 가족은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이 10~15마리 정도는 되어야 짝이 맞는다고 해요. 일부다처제인 셈이지요. ...... 평화로운 닭장이 되려면 수탉과 암탉의 비율을 잘 유지해 주는 게 좋겠지요.

93쪽
돌돌이는 자상한 남자랍니다. 배춧잎을 주면 부리로 물어 톡톡 쪼개 내려놓으며 암컷들을 불러 양보해요. 어미닭들이 병아리한테 하는 행동을 수탉이 암탉에게 하다니. 처음엔 우연인가 싶었는데, 특별한 걸 줄 때마다 매번 똑같아요. ...... 암탉을 모이 앞에 불러들인 뒤, 암탉이 모이를 먹느라고 고개를 숙이면 그 틈에 머리꼭지를 부리로 꽉 깨물어 올라타서 짝짓기를 하더라고요.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씩 그래요.

101쪽
비좁은 철망 안에 닭들을 빽빽하게 집어넣으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닭들이 서로를 쪼아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데, 그걸 방지한답시고 어린 병아리의 부리 끝을 아예 뭉툭하게 잘라 버린다죠. 닭의 부리에는 우리의 손톱 밑처럼 아주 예민한 말초신경이 뻗어 있어서, '부리 자르기'를 당한 병아리는 한동안 모이조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낀대요.


35쪽
한동안 갇혀 있던 암탉들, 흙바닥 위에서 뒹굴고 드러눕고 뒤집어지면서 좋아 어쩔 줄 모르네요. 넘버원 얼룩이는 권위고 뭐고 다 내팽개친 채 숫제 무아지경이에요.

37쪽
닭들도 사람처럼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걸 닭을 키우면서 알았어요. 

3년여에 걸친 닭과 병아리들의 일상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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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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