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국민 여동생, 국민 배우 등 '국민' 자를 붙여 누군가를 꾸며 부르는 게 유행이다. 누구나 호감을 가지는 대상이자 트집 잡을 만한 점이 없어 전 국민적 환대를 받는 경우 '국민' 타이틀을 얻는다. 갑자기 심기가 불편하다. 정작 '국민' 타이틀을 달아야 할 국회의원은 단 한 사람도 타이틀 쟁취에 성공한 이가 없다. 사전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임에도. 뭔가 이상하다.
이유를 생각해 본다. 국회와 정부에 속한 이들 정치인. 그들의 '일'은 한마디로 이해관계 조정이다. 다자간에 합의를 이끌고 그에 따라 법을 만들며, 우선순위를 매겨 나라 살림을 꾸린다. 합의에 불만을 가진 사람, 우선순위에 밀려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는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국민' 타이틀은 그래서 묘연할까?
개그맨, 가수, 배우 등은 이해관계에 얽힐 일 없으니 '국민' 아무개가 가능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연예방송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데 이해관계를 이유로 누군가가 딴지는 거는 장면이 부자연스러운 건 사실이다.
아, 안티팬. 단순히 이해관계 여부로 체념하고 넘기기에는 걸리는 구석이 있다. '국민' 타이틀을 거머쥔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 내지는 스포츠인. 어마어마한 안티팬의 위협을 받기도 하는 이들이다. 이해관계에 맞닥뜨리지는 않더라도 꼬투리 잡힐 일은 허다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전국민의 감시 대상이다. 관찰 예능프로그램도 가세 중이다. 끊이지 않는 '인성 논란'은 직업적 재능만으로는 '국민' 타이틀이 어림없음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국민' 타이틀을 몇 년째 유지 중인 이들이 있다.
'국민' 타이틀이 최고의 타이틀이라거나 누구나 '국민' 타이틀을 얻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부담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허울뿐일 수 있다. 다양성의 시대, 각자만의 색깔로 승부하는 시대에 '국민' 자가 붙는 건 '힙한' 구석 없는 밋밋한 존재임을 '돌려까는' 것 아니냐며 정중히 사양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미련을 품는다. 적어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면 한 번쯤 탐내볼 만한 타이틀 아닌가.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너무나 당연해서 갖다붙이기도 우습지만 그래서 더 호시탐탐 노려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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