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경고(쓰레기 대란이 온다) - 최병성


82쪽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높으면 쓰레기 수거 차량이 가져간다. 내 눈앞에서 쓰레기가 사라졌으니 우리는 쓰레기를 치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쓰레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 손을 떠난 쓰레기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환경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쓰레기가 안정화되는 오랜 시간 동안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112쪽
그러므로 아파트를 짓는 것은 결국 그만큼 다른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아온 것이다. 아파트 건설을 위해 모래와 자갈을 착취당한 강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수로로 전락했고, 그 결과 스스로 강물을 맑게 하던 정화작용을 상실해 우리에게 썩은 강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제 썩은 강물을 많은 돈을 들여 정수해서 먹고 산다.

114쪽
인천 앞바다에서는 1984년부터 30년 동안 남산의 5배가 넘는 2억 8천만 톤 규모의 바다모래가 채취되었다. 그 결과 백사장 소실과 물고기산란장 파괴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고, 수산물 어획량이 지난 25년간 68퍼센트나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144쪽
고층 아파트일수록 입주민 건강에 해롭다는 다양한 조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171쪽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멘트 소비량이 많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첫째,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기후위기를 부르는 온실가스를 다량 발생시키고, 둘째, 모래와 자갈의 소비가 증가해 부존자원의 고갈을 초래하며, 셋째, 향후 노후 건축물 철거 시 건설폐기물이 다량  발생해 환경오염이 예상된다.

......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나라에서 시멘트 소비량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건축물이 콘크리트 건축물이고, 20~30년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해 건축물의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또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신도시 건설계획으로 인해 건축 수요가 증가하고, 지하철과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자재 산업 동향 및 전망: 레미콘>(최민수, 2004)에서 인구 및 면적 대비 레미콘의 소비량에 대해 "인구 1인당 레미콘 소비량은 각국의 건설활동량 및 사회간접자본에의 투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레미콘 출하량을 기준으로 국내의 인구 1인당 레미콘 소비량은 2.9세제곱미터/인으로서, 미국 1.08세제곱미터/인, 일본 1.09세제곱미터/인과 비교하여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콘크리트 건축물을 짓는 레미콘 소비량이 세계 최고임을 지적했다.

레미콘 소비량 - 일급 경고(쓰레기 대란이 온다)


181쪽
철을 만드는 곳을 '용광로'라 부르고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곳을 '소성로'라고 한다. 1400도가 넘는 소성로에서 석회석과 각종 쓰레기가 태워져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시멘트공장에는 각종 쓰레기를 모아 압축 고형화시킨 고형연료를 비롯해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 불에 타는 '가연성 폐기물'은 물론 소각재, 하수 슬러지, 분진, 공장 오니(하수처리 또는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제철소 슬래그 등 불에 타지 않는 '비가연성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대형 창고마다 가득가득 쌓여 있다.
이 쓰레기들로 오늘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집을 짓는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사파트를 새집이라며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살아가고 있다. 분명 새집이 맞는데, 집의 근간을 이루는 시멘트는 쓰레기로 만들어졌다. 과연 새집일까?
...... 원래부터 시멘트를 쓰레기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IMF로 건설경기가 침체되자 시멘트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때 시멘트 기업들이 ...... 정부에 시멘트공장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01년 3월 9일 시멘트 공장 관계자들은 환경부장관 초청 간담회 자료에서 "99년 8월 9일 폐기물관리법 개정 시 당사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시멘트 소성로를 소각시설의 한 종류로 인정해줌으로써 시멘트 공장에서 적법하게 처리비를 받고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은 마련되었음"이라고 쓰레기시멘트가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덕분에 시멘트공장들은 쓰레기처리비도 벌고 연료와 원료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쓰레기 사용으로 시멘트공장들은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은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190쪽
따라서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재활용하더라도 시멘트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폐기물을 선별해 사용해야 한다.

193쪽
시멘트는 간단히 소성로라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석회석과 쓰레기를 혼합해 소각하고 남은 소각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시멘트는 그날 어디에서 발생한 어떤 쓰레기를 넣었느냐에 따라 인체 유해 중금속의 함유량이 매일매일 달라진다.

193쪽
환경부와 사업자들은 외국도 고형연료(SRF)를 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폐기물로 만든 고형연료(SRF)라는 단어는 같지만, 한국의 SRF란 'Solid Refuse Fuel'의 약자로 'R'은 쓰레기(refuse)를 가리키는 반면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R'은 '연료로 복원되거나 선별된(recovered) 것'을 의미한다.

211쪽
전국의 아이들 2.5명당 한 명꼴로 알레르기비염을 앓고 있고, 4명당 한 명꼴로 아토피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국민들이 1년에 6천억 원이 넘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며, 오늘도 전국 곳곳에 유독물질로 제조된 콘크리트혼화제를 사용한 아파트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는데, 콘크리트혼화제를 관리하는 부서가 한 곳도 없다니!
2005년 3월 <KBS 환경스페셜> "콘크리트 생명을 위협하다"에서 콘크리트 건축물의 위험성에 대해 방송했다. ...... 방송에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혼화제는 화학물질이나 발암물질 기준이 없다"고 시인했고, 환경부 담당과장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방송이 나간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콘크리트혼화제의 안전기준 마련은 고사하고 이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 


213쪽
32평 아파트에 시멘트값 150만 원과 콘크리트혼화제 20만 원을 합하면 총 170만 원에 불과하다. 우리는 수억 원의 비싼 아파트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 1퍼센트 값도 되지 않는 쓰레기시멘트와 콘크리트혼화제로 인해 아토피와 새집증후군으로 고통 받고 있다. ...... 32평 아파트 시멘트값 150만 원의 20~30퍼센트인 30~50만 원만 추가하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 32평에 고작 20만 원어치도 들어가지 않는 콘크리트혼화제 역시 조금만 더 비용을 지불하면 우리 가족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안전한 화학물질로 만들 수 있다.

219쪽
2017년 환경부 통꼐에 따르면,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생활폐기물이 12.9퍼센트, 사업장폐기물이 39.8퍼센트, 그리고 건설폐기물이 47.3퍼센트로 건설폐기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27쪽
전국에 아파트가 쑥쑥 올라가고, 자고 나면 여기저기 새로운 도로가 생긴다. 아파트가 올라간 만큼, 도로와 항만을 건설한 만큼, 대한민국 어딘가의 강과 바다와 산이 사라졌을 것이다. 콘크리트 건축물은 시멘트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멘트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콘크리트 건축물에서 1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모래와 자갈이 콘트리트 건축물의 나머지 90퍼센트를 이룬다. ...... 강모래는 1960년대에 콘크리트 건축물을 짓기 시작한 지 겨우 50년 만에 바닥이 났다. 바다모래는 바다 어장이 황폐화된다는 어민들의 반대로 채취가 쉽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산림 골재뿐이다. ...... 국토해양부의 제5차 골재수급계획(2014~2018)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골재량은 70년 치밖에 남지 않았다. 석유자원만 부족한 게 아니라 그 흔한 모래와 자갈이 부족하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230쪽
우리는 건축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부숴버릴 20-30년짜리 하루살이 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는 부족한 골재 자원의 낭비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수명이 20-30년에 불과한 아파트는 문화와 역사가 될 수 없다. 그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시간의 축적인 역사와 문화를 남기기 위한 건축을 고민하지 않는다. 건국대학교 건축과 이상헌 교수는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효형출판, 2012)에서 서울 풍경은 건축이 아닌 건설의 결과물일 뿐이며, 한국에서 재개발이 일상이 된 이유는 '건축'이 없기 때문이라며 날마다 부수고 새로 짓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네이버 책] 일급경고(쓰레기 대란이 온다, 그 실상과 해법) - 최병성

 

일급 경고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모든 것서울과 경기도 및 인천시가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 제3 매립지의 수명이 채 5년이 남지 않았으며, 새로운 매립지를 조성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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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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