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잡기-2021-030]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 별 셋

루시퍼 이펙스 - 필립 짐바르도

264쪽
"제가 음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것이 교도관들이 우리에게 주는 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밥을 안 주겠다고 협박했지만 결국 우리에게 식사를 주어야만 했지요. 그래서 저는 먹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저는 뭔가에 대해 일종의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한 가지 발견한 셈이니까요. 내가 계속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들은 결국 곤란을 겪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밥을 굶음으로써 그들에게 일종의 수치심을 안겨주었던 겁니다."

332쪽
이 마지막 예상 밖의 발견은 나에게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the aggressor)' 현상을 상기시켰다. 심리학자인 브루노 베텔하임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그들의 압제자들이 휘두르는 권력을 내면화시키는 것에 이 용어를 적용했다. (이 용어는 맨 처음 안나 프로이트가 사용했다.) 베텔하임은 일부 수감자가 마치 나치 간수와 같이 행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동료를 학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누군가 버린 SS제복을 주워 입기도 했다. 적대적이고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를 희망하는 희생자들은 공격자에 대항하는 대신 공격자가 원하는 것을 감지하고 공격자의 이미지를 추종하고 공격자와 같은 존재가 된다. 수감자는 그와 같은 정신의 단련을 통해 막강한 교도관과 무력한 수감자 사이의 어마어마한 권력의 격차를 심리적으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즉 마음속에서 적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기만적 망상은 자신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고, 효과적인 행동, 상황에 대처하는 전략 또는 반항을 저지하고 고통받는 동료에 대한 감정이입을 억제한다.

341쪽
따라서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당혹스럽고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상황적 분석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상황에 기초한 분석작업이 그 불가해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을 때에 비로소 기질적 분석(유전자, 성격 특징, 병적 경향, 기타 등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나의 동료 리 로스는 그와 같은 접근 방법이 우리에게 '귀인(歸因)의 자비(attributional charity)'를 베풀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행위자를 비난하지 않고 자비롭게도 먼저 그 행동에 대한 상황적 결정 요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귀인의 자비는 말이 쉽지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들 모두 그와 같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로막는 강한 심적 편향-'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리 로스가 제안한 용어로 어떤 행동에 대해서 상황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그 사람의 성격, 태도, 가치관 등과 같은 그 사람의 내부 성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옮긴이)'을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407쪽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 선과 악의 경계를 넘도록 떠미는 강력한 힘은 집단에서 '배척당하지' 않고 '거기에 소속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에서 나온다는 영국 학자 C. S. 루이스의 주장을 믿는다.

433쪽
<패스트푸드 만들기: 프라이팬에서 프라리어까지>의 저자인 캐나다의 사회학자 에스터 레이터Ester Reiter는 권위에 대한 복종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조립 라인은 의도적으로 직원들에게서 여타의 생각이나 판단의 자유를 박탈하려고 한다. 직원들은 기계의 부속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FBI 특수 요원 출신으로 이 사기 사건 중 일부 사건을 조사한 사립 탐정인 댄 재블론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 앉아서 이 사람들을 판단하면서 지독한 얼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사람들은 상식을 사용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고 생각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441쪽
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대규모 폭력을 토대로 악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스토브는 "악은 평범한 생각에서 나와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른다는 것이 예외가 아니라 규범이며...... 거대한 악은 평범한 심리학적 과정에서 발생하여 대개 파괴의 연속체를 따라 진행하면서 발전하게 된다"고 믿었다.

454쪽
사회심리학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것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힘이 우리의 정신적 삶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발견에 있다. 그런 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사황의 힘이다.

483쪽
상황적 접근법은 폭력, 파괴 행위, 자살 테러 공격, 고문, 강간과 같은, '생각할 수도 없는'이나 '상상할 수 없는' 또는 '무분별한'으로 표현되는 악한 행동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에게 겸손해지라고 요구한다. 상황적 접근법은, 좋은 사람인 우리를 나쁜 사람과 분리하고, 그 상황에서의 인과론적 요인 분석을 가볍게 건너뛰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즉각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귀인적 관용'이라는 혜택을 준다. 상황적 접근법은 같은 상황적 힘이 주어진다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른 사람이 한 행위를 여러분과 나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준다.

507쪽
수줍음에 관한 내 연구 중 일부는 이러한 수줍음과 동조 사이의 관계에 대해 경험적 지지를 제공한다. 수줍음이 많은 대학생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굴복하거나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공개적인 대면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했다.

634쪽
요점은 자신의 부정적인 기질적 속성(어리석음, 순진함) 때문에 속아넘어간 개인들을 멀리하기보다는 왜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그렇게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맞서 싸울 수 있고, 그러한 협잡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확산시킬 수 있다.

642쪽
일반적인 충고 두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사기나 거짓말, 뒷공론, 소문 퍼뜨리기, 인종 차별주의적이거나 성적인 농담에 웃기, 집적거리며 괴롭히기, 왕따시키기 같은 사소한 죄를 저지르거나 돈에 매수당하지 않도록 하라. 그것은 더 큰 타락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동료들에 대해 파괴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내집단에 대한 편견을 절제하라. 여러분이 속한 집단이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하되, 다른 집단의 다양성도 존중해주라는 말이다. 인간의 다양성과 변이성의 경이로움을 소중하게 생각하라. 그러한 관점을 취하면 다른 집단을 업신여기거나, 편견(prejudice)과 고정 관념을 형성하거나, 비인간화로 이어지는 집단 편견(bias)에 빠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bias와 prejuduce는 둘 다 편견으로 번역되지만, 의미상 미묘한 차이가 있다. bias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말하고, prejudice는 남들의 의견이나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말한다-옮긴이).


[네이버 책]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루시퍼 이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