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해야 건강하다 - 리처드 윌킨슨


194쪽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가난이 부끄러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9쪽
이들은 물질적 소비의 수준이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때문에 소비를 더욱 부채질한다고 주장한다. (......) 그 결과 사람들은 덜 저축하고 소득의 많은 부분을 소비했으며, 쉽게 빚을 지기도 했다. 이 모든 현상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비교가 심해지면서 소비에 대한 압력이 증가한 결과다.

239쪽
돈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게 되면서, 열등함과 우월함은 점차 시장과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에 따라 규정되었다. (......) 문제는 이런 인간의 욕망이 평등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진정한 사회적 과정을 통해 충족되지 못하고, 서열과 불평등의 틀 안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92쪽
스트레스나 불행의 주요 요인들과 마찬가지로 만족과 불만족의 근원도 사회적 관계의 질에서 찾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소비를 부추기는 탐욕적인 행동조차도 반사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개인의 소비 행위는 인정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의 신경계적 표현일 뿐이다. 

200쪽
지배-종속의 위계질서 안에서 발생하는 가장 비열한 상황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우월함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201쪽
부르디외는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1984)에서 일련의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타인과 구별 짓기 위해 문화, 취향, 선택, 심미적 선호라는 다양한 영역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일반적으로 상류층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예술, 책은 단순히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쉽게 감상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체로 비용에서나 내용에서나 쉽지 않고 접근하기 어려우며 배타적이다. 

203쪽
데이비드 핼펀David Halpern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인종적 종교적 직업적 소수자든지 간에) 사회적 소수자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적은 지역에 살 때 정신건강이 나빠진다. (......) 집단밀집효과의 증거들은 사회적 낙인과 거리를 깊이 인식하게 되는 환경에서는 물질적인 부유함이 주는 긍정적 효과마저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208쪽
인간은 두 가지 대조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하나는 을 기준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이 경우에 누가 무엇을 갖게 될지는 누가 가장 힘이 센지에 따라 결정된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필요를 인정하고 서로 희소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삼가며 친구처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이다. (......) 지금까지 모든 종이 직면해 왔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같은 종 내에서 희소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212쪽
한 사회가 핵가족 사회인지 아니면 대가족 사회인지를 가늠하려면 얼마나 먼 친척들에게까지 자원을 내어 줄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 우리가 사람을 사귀는 방식의 핵심에는 희소한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경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경쟁과 협력은 물질적 관계임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이다. 사회적 관계와 물질적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한다.

236쪽
이처럼 로세토에서도 부에 엄연한 격차가 있엇다. 하지만 부자가 자신의 부유함을 과시하거나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행동은 꼴사나운 일로 간주되었다.

240쪽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주도권이 강하며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불평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사망률이다. 마찬가지로 남성들 간의 사회적 관계가 여성들의 사회적 관계보다 불평등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는다. 달리 말하면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불평등으로 말미암아 남성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남성 중심적 지배 체제에서 높은 지위의 특권을 누리는 남성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과열된 지위 경쟁은 남자다움을 계발하고 과시하도록 부추긴다. 지위 경쟁은 남성들에게 남자라면 모름지기 강인해야 하며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강건해야' 한다고 압력을 준다.

243쪽
그러므로 남성들 사이의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단순히 여성들이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남성들보다 처지가 못해서만이 아니다. 자신이 낙오되었다고 느끼는 남성들은 여성, 특히 배우자를 복종시킴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욱 고통을 받는 것이다.

250쪽
서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결에서 패배하거나 서열이 높은 개체에게 공격을 받은 동물들은 곧바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동물들을 공격한다. 이런 행동은 보통 '화풀이'로 단순하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 저명한 영장류 동물학자인 폴커 좀머Volker Sommer (......) 그는 이렇게 답해 주었다.
이런 현상은 독일어로 자전거 타기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이 동물들은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동물들에게 발길질하면서도 서열이 높은 동물들에게는 등을 굽실거리기 때문이지요. 높은 서열의 개체에게 공격을 당하고는 서열이 낮은 동물에게 앙갚음을 하는 일이 영장류 사회에서는 매우 흔해요. 실제로 연쇄적인 반응이라고 봐야 해요. 갑에서 을에게로, 을에게서 병에게로, 병에게서 정에게로, 그리고 정에게서 애꿎은 구경꾼에게로 말이죠!

267쪽
보흠은 수렵 채집 사회에서부터, 평등주의적 경향이 남아 있던 초기 농경 사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기에 대한 인류학적 저술들을 검토해, 이들 사회가 어떻게 평등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파악하려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고압적인 행동을 하거나 거들먹거리며 대장노릇을 하려고 들 때 (......) 보통 놀림과 조롱을 당하거나 추방되기도 했고, 심하면 신체적으로 공격받거나 살해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지배하려 드는 개인에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대적했는데, 그것은 마치 원숭이 사회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우월한 수컷을 쫓아내기 위해 수컷 두세 마리가 무리 지어 행동하는 전략이 수렵 채집 사회들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지배자 행세를 하려는 사람에 맞서 연대했다.

321쪽
평등은 이 책에서 보여 주고 있듯이 자유와 우애의 전제 조건이다. (......) 자유는 열등하게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불평등으로 가장 심각하게 손상된다. 또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위계적인 관계는 우정이나 공동체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평등은 우애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342쪽
자선은 집에서 시작된다는 솔직하지 못하고 진부한 문구가 흔히 사용되기도 하고, 부유한 선진국들에서 정부는 납세자의 세금을 가난한 국가에 지원하는 데에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자국의 포괄적인 사회 보장과 복지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국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들이 제3세계 빈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여 주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가운데 소득 격차가 가장 심하고 국내의 공공 서비스 수준도 충분치 않은 미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제3세계 원조에 사용하는 GNP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최고의 복지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가장 평등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은 해외 원조에 투자하는 GNP 비율도 상당히 높다. 문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느냐가 아니라 우선순위와 정치적 의지인 것이다.

343쪽
일국 내의 불평등은 위계질서나 사회적 거리감의 경험을 통해서만, 자국의 복지 프로그램이나 해외 원조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이 증가하면 소비 극대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납세에 대한 지지도 떨어진다.

348쪽
현대 사회가 시장 없이 작동할 수 없다고 해서 시장이 낳는 부작용까지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책] 평등해야 건강하다 - 리처드 윌킨슨

 

평등해야 건강하다

불평등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주장을 담은『평등해야 건강하다』. 이 책은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환경이 스트레스성 질병과 사회적 갈등, 우울증과 같은 병을 불러오고 있음을 한 사회에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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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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