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콤비 - 강약의 하모니 - 취미 생활

 

취미 생활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편이 우리 취미 활동의 전()을 맡았다면 나는 후()를 맡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설거지를 싫어한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반대로 나는 요리와 설거지 중 하나를 하라면 무조건 설거지를 택한다. 집안일 중에서도 호불호를 가리자면 설거지는 호()에 속한다. 물론 취미가 설거지는 아니다. 설거지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남편의 맛난 요리를 먹으며 나누는 유쾌한 대화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평소에도 설거지는 내 몫이다. 나는 아무 요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설거지는 전부 나 혹은 우리가 먹은 것들의 흔적이다. 집에서 한 끼도 먹을까 말까 한 남편이 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그는 요리를 하니까, 그보다 내가 설거지를 덜 싫어하니까, 그래야 내 맘이 편하니까. 요리에 뒷처리까지 하기를 바란다면 그의 요리를 즐길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적당히 잘하고 설거지까지 책임지는 것보다 요리를 아주 잘하고 설거지는 내가 하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만족스럽다.

 

완벽한 요리 솜씨에 뒷처리까지 깔끔하면 더 좋지 않겠나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의 요리, 우리의 취미 생활을 만끽하기 어렵다. 구린 구석이 있으면 순간을 100% 즐길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값 지불을 하게 되어 있다. 늘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어 개운치 않다거나 그만큼 다른 집안일을 해야 한다거나, 조금씩 쌓인 그의 감정이 폭발하는 재앙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남편과 내가 각각 전과 후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기에 취미 생활은 문제없이 진행 중이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식기가 필요하고, 음식을 만들거나 먹어야 설거지 거리가 생긴다. 그야말로 한 쌍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부부 관계에도 이바지한다. 나는 그가 발휘하는 요리 실력 덕분에 입맛에 맞는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어서, 그는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줘서, 서로가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나는 속마음을 잘 숨기지 못한다. 그는 거짓말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분하거나 조신하지도 않다. 좋든 싫든 격하게 표현한다. 솔직하고 격한 표현은 그를 더 뿌듯하게 만든다.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나를 기쁘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내가 요리를 못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한다. 방정맞은 내 표현법이 그를 기쁘게 한다니 나 또한 참으로 다행스럽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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