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콤비 - 강약의 하모니 - 취미 생활

 

취미란 본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취미를 '취미 생활'로 삼을 때에는 여기에 부차적인 목적이 덧붙는다. 건강을 위한 스포츠, 두뇌 개발을 위한 게임, 정보 획득을 위한 각종 모임이나 독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같은 볼링이라도 누군가는 사교를 목적으로, 다른 누군가는 건강을 목적으로 즐기기도 한다. 같은 활동이라도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있다.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 생활의 경우, 부차적인 목적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 목적이 같아야 갈등 없이 여가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술판을 취미 생활로 삼은 데에는 '즐기는 것' 외에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다. 남편의 요리 시도와 술맛, 취기는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남편이 직접 만든 요리와 술은 빠져도 맛있는 음식과 대화는 빠질 수 없다. 즐기는 '핵심 대상'이기 때문이다.

 

재밌게 같이할 수 있으면 됐지 뭘 그리 따지나 싶겠지만, 목적이 다르면 즐기기 위한 취미 생활이 오히려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화근이 된다. 즐기는 대상으로 그는 맛있는 음식과 대화를, 나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대화를 가장 우선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덤으로 누리는 술은 차치하고라도, 메뉴 선택에서부터 마찰이 생길 수 있다. 건강이 중요한 나는 싱거운 음식을 선호할 테고, 맛이 더 중요한 그는 적당히 맵고 짜야 제맛이라 생각할 것이다. 간만 가지고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난다.

 

할 줄 아는 음식은 없어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식재료의 궁합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 경우라면 문제는 음식의 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요리는 궁합이 잘 맞는 식자재를 포함하지만, 남편은 레시피의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재료를 더하거나 빼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으려면 사사건건 문제가 된다. '~는 차갑게 먹는 게 칼슘 흡수율을 높인다던데', '~는 빨갛게 무쳐 먹는 게 소화가 잘된다던데', '~는 많이 먹으면 안 좋다던데', '~ ~랑 같이 먹어야 좋다던데' 등등. 생각만 해도 지겹다. 아무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라도 아쉬운 듯 이런 말을 꺼내면 그 뒤에 아무리 맛있다고 칭찬을 퍼부어도 복구 불능이다. 취미 생활이 싸움의 발단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럴 땐 당장에 그 취미 생활을 접어야 한다. 서로 조심하자고 좋게 합의해 봤자 소용없다. 어느새 같은 문제로 같은 싸움을 반복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신혼부부를 포함한 많은 부부들이 여행지에서 다투는 이유도 서로 목적이 달라서다. 여행지를 고를 때부터 의견이 갈린다. 문화 체험, 기념이 될 만한 관광 명소, 쇼핑, 경비 절약 등 각자가 생각하는 목적에 따라 선호하는 여행지가 달라진다. 운 좋게 같은 여행지를 선택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안에서 쉬기를 원하고 다른 한쪽은 밖에서 놀기를 원하면 의견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여행의 목적이 휴양과 관광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이든 취미 생활이든 부부가 함께 즐기기 위해 무언가를 계획할 때는 반드시 목적이 같은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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