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MSG로 돈 챙기고

           

MSG에 대한 공격은 자연스럽게 MSG가 첨가되지 않은 것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MSG 거부 열풍을 타고, 내로라하는 식품 업체의 '천연' 딱지를 단 값비싼 조미료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미원과 미풍, 맛그린의 경쟁에 놀아난 것도 모자라, 21세기에 또다시, 산들애와 풀무원, 해찬들과 청정원의 세력 다툼에 말려들었다.

원하는 정보는 뭐든 얻을 수 있다는 이른바 '똑똑한 소비자'라는 지금의 우리도 같은 우롱을 당하고 있다. 조미료에 무전유죄, 유전무죄까지 들먹일 판이다. 있는 집들은 MSG 거부 열풍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워낙에 멸치 갈고 다시마 갈고, 조개랑 소고기로 우린 양념을 드셨을 테니 말이다. 

           

피해자는 또 서민이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몇 천 원 더 얹은 조미료로 끓인 찌개로 표현하려는 서민의 발버둥을, 그들은 참 무참히도 짓밟고 대기업 중에 대기업이 된다. '비싼 학원도 못 보내는데 건강하게라도 키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없는 살림에 용기내 집어든 유명 상표 조미료가 사실 별다를 게 없다니 배신감이 치민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또 대기업에 말렸다.

 

작은 식당들은 망해 가고

 

MSG에 대한 거부 열풍은 또 다른 폐혜를 낳았다. MSG에 반응하는 것은 우리 몸이 아닌 심리였기 때문에, MSG를 쓰고 안 쓰고와는 상관없이, 일부 영세 식당에 대한 거부감만 키웠다.

 

맛이 그저 그런 두 식당이 있다. A는 빼어난 인테리어에 말끔한 유니폼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서빙을 맡고 있다. B는 오래된 듯한 식당 바닥에 슬리퍼를 끄는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나른다. A 식당의 음식 맛은 그저 그럴지라도, MSG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다. B 식당에서는 왠지 모르게 MSG를 듬뿍 넣었을 거란 지레짐작에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 MSG 논란이 심각한 요즘,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한 끼를 덜 먹는 한이 있어도 B보다는 A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B 식당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A B나 똑같은 양의 MSG를 사용했을지라도.

 

애먼 희생자는 또 있다. MSG가 신체에 유해하든 무해하든,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에서 MSG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MSG를 거부한다. MSG 하나만으로 뚝딱 맛을 낸 음식보다는 다양한 재료들로 연구하고 고민해서 차려 낸 음식을 칭찬한다.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은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착한 식당'을 소개한다는 것 역시, 손님의 '정서'를 배려한 그들의 수고가 보상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 갸륵한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과 착한 식당 업주들의 노력은 MSG의 유무해와는 별개로, 충분히 인정 받을 만하다. 정부가 말하는 국민 정서상.

 

정부는 가만 있고

 

사카린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소주와 커피믹스 등 일부 식품에 사용을 허가한 상태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사카린을 쓰지 않고 있다. 생산 과정에 쓰이는 수많은 식품첨가물들이 과학적 근거 및 세계적 흐름이 아닌, 국민적 정서를 기준으로 사용 여부가 결정되는 꼴이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평가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일지라도 소비자들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라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일단 쓰고 본다. 하지만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다분한 첨가물은 배제 대상 1순위다.

 

대기업은 당사가 식품 시장에 얼마만큼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지 밤낮 따지고 들여다볼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뻔히 알 수밖에 없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면, 이를 자체적으로든 정부측에 요구해서든,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바람직한 식품을 제공할 책임을 실감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기업의 노력을 장려하고 촉구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다. 소비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눈치작전만 펴는 대기업에 놀아나지 않도록, 없는 살림 쪼개 가며 가족의 건강을 살핀 주부들이 배신감에 가슴 치지 않도록,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바가 있다면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김동길  사카린 제조업체 명예 회장  曰 써도 좋다는 얘기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 줌으로써 국민 정서가 바뀔 수 있을 텐데도, 잘못된 국민 정서를 바뀌지 않게끔 오히려 정부에서 더 규제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일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이다.

 

국민들은 바보 되고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출산율 저조 문제. 먹거리는 예비 및 현 엄마들의 큰 시름 중 하나다. 무가당, 충치 걱정 없는, 비만 걱정 없는 등의 다양한 광고 문구가 넘쳐난다. 형편이 좋지 않으면 자식에게 불량식품을 먹여야 하지만 부유층이라면 유기농 과자를 먹일 수 있다는 게 엄마들의 생각이다. 다 같이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들어 먹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적 빈곤감이 더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출산율의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다.

 

깨알 같은 국민의 이런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는 국민의 무지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카린을 이용해 만든 충치 걱정 없는 사탕, 비만 걱정 없는 다이어트 콜라가 인기몰이는 하는 마당에, 정작 사카린을 만든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금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혈당 수치 조절에도 쓰인다는 사카린이 식품첨가물로는 국민 정서상 부적합하다며 정부가 취한 조치다. 결국 우리는, 사카린을 만들어 수출하고 그 사카린으로 만든 외국 식품을 더 큰 돈 주고 사 먹고 있는 셈이다.

 

최낙언  조미업체 연구소 소장  曰 사카린은 훨씬 적은 양으로 감미의 만족을 주면서 몸에 남아 있지 않고 배출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인간이 발견한 정말 놀라운 물질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얻은 분명하고 위대한 자산을 오해 속에 방치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의 발전은 실생활에 이용될 때, 국민들이 누릴 수 있을 때 가치가 배가된다.

누구를 위한 기술 개발이며, 누구를 위한 세계 순위 석권인지 묻고 싶다.

 

 

MSG 반격 | 2013-04-21 | 시사매거진2580 Link

천연육수 냉면집 | 2012-10-26 | 먹거리X파일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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