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SG를 거부합니다!
최근 MSG 안 쓰기 운동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공군은 지난 달부터 모든 부대 식당에서 MSG를 빼기로 했고, 일부 지자체들은 MSG를 안 쓰는 음식점을 칭찬하고 나섰다. 한 중국집. 얼핏 보면 여느 중국집과 다를 바 없지만, MSG를 쓰지 않는 곳이다. 대신 굴소스, 다시마, 된장으로 맛을 낸다.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입소문을 탄 이 중국집에는 벌써부터 손님이 넘쳐난다.
B 씨 중국집 운영 曰 개발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실험을 정말 많이 했다. 6개월 이상 계속 시도와 피드백을 반복해 지금의 결과를 얻었다.
C 씨 중국집 주방장 曰 MSG 없이 만들어 보기 위해 시작했다. 자연의 맛으로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을 바꿔 보고 싶었다.
D 씨 해당 중국집 손님 曰 조미료 안 쓴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 왔다. MSG를 꺼리는 이유는? 나나 아기나 아토피가 있어서 되도록이면 MSG를 피하려고 한다.
E 씨 해당 중국집 손님 曰 MSG 넣은 거랑 안 넣은 거랑 차이가 있나? 당연히 확실히 다르다. 느끼한 맛이 없다.
F 씨 주부 曰 MSG 대신 버섯, 멸치, 다시마, 새우를 직접 갈아 만든 천연 조미료로 반찬을 한다. MSG를 꺼리는 이유는? 몸에 흡수, 배출도 안 될 뿐더러 전혀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값비싼 자연 조미료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G 씨 주부 曰 다른 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가능하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이런 천연 재료로 만든 감미료를 사서 쓰고 있다. 이건 괜찮다고 보나? 그래도 TV에서 자연적인 게 많이 들어가 괜찮다고 하니까 믿고 쓴다.
내 몸도 MSG를 거부합니다?
흔히 MSG는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속이 더부룩해진다고까지 한다. 그런데 실제로 MSG를 먹으면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걸까? 간단한 실험을 통해 MSG가 정말 유해한지 알아봤다.
MSG를 쓰지 않는다는 F 씨에게 이날은 특별히 MSG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달라고 부탁했다. 왼쪽 냄비는 하던 대로 천연 재료만으로, 오른쪽 냄비는 MSG를 넣고 끓였다. 남편에게도 맛을 보고 조미료가 든 찌개를 찾아보도록 했다.
F 씨 주부 曰 맛이 어떤가? 들인 노력을 감안할 때 천연 재료만으로 끓이려면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조미료를 넣은 게 더 나은 것 같다. 근데 먹고 난 뒤에 더부룩하고 속이 메스꺼운 건 있을 거다. 분명히 있다.
F 씨 남편 曰 이게 조미료 들어간 거, 이게 안 들어간 거다. 먹어 보니까 딱 알겠다. 어떤 게 더 맛있나? MSG 넣은 것도 생각보다 맛은 있다. 맛은 있는데, 아무래도 느끼하고 속이 안 좋긴 하다.
이번엔 맛을 볼 수 없도록 MSG를 캡슐에 넣었다. 또 MSG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 끼에 먹는 정도인 MSG 0.5g이 든 캡슐을 직장인 10명에게 나눠 주고, 다음날 반응을 물어 봤다. 이상 반응을 토로한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 참가자는 영양제를 먹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G 씨 실험 참가자 曰 일반인이 먹어도 되는 건가? 물론이다. 영양제다.
H 씨 실험 참가자 曰 어쩐지 어제 몸이 좀 개운하더라. 예전에 운동할 때도 그 아미노산 영양제를 먹곤 했는데, 어제도 그 캡슐을 먹어서 그런지 조금 덜 피곤한 듯한 느낌이 있었다.
I 씨 실험 참가자 曰 평소 MSG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떻던가? 속이 더부룩한 게 제일 크다.
J 씨 실험 참가자 曰 평소 MSG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떻던가? 점심 때 중국음식을 먹은 날에는 저녁을 잘 안 먹게 되더라. 계속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서다.
MSG가 많이 든 음식을 먹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증상들, 흔히 말하는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다. 그런데 MSG인지 모르게 캡슐로 먹였더니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증상의 원인이 MSG가 아니고 안 좋은 걸 먹었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요인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최낙언 조미업체 연구소 소장 曰 식당에 가면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식을 하고 나서 속이 불편한 것을 갖다가 MSG 때문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점점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한 논문은 MSG에 민감하다고 답한 13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했다. 첫날엔 MSG를 탄 음료수를 주고, 다음날엔 MSG가 없는 음료수를 주면서 이상 반응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단 2명만이 거부감을 나타냈는데, 그나마도 재실험에선 이 2명마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曰 이 실험 결과를 보면, MSG가 실제로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간의 경쟁에 말려든 국민
그렇다면 MSG는 흔히 알려진 대로 화학 조미료 또는 인공 조미료일까? 토마토, 당근, 시금치, 고등어, 달걀과 소고기, 그리고 멸치와 다시마, 이런 음식에 모두 MSG가 다량 들어 있다. 밀과 콩, 심지어 우유에도 MSG가 풍부하다. 조미료에 있는 MSG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曰 메주에 들어 있는,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당분을 박테리아가 먹고 소화시켜서 내놓는 것이 MSG다. 그러니까 간장, 된장의 주성분도 사실은 MSG다.
요리를 할 때 다시마나 멸치, 표고버섯을 우려내면 맛이 좋아지는 것도 MSG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20가지의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MSG다. 이 아미노산들이 서로 결합하면 단백질이 된다.
이처럼 MSG는 엄연히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물질인데, 인공 조미료나 화학 조미료라고 잘못 알려진 거다. 시중에 파는 MSG는 실제로 사탕수수에서 나온 원당과 당밀을 분리해서 만든 천연 발효 물질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曰 천연 발효에 의해서 얻어낸 성분을 가지고 이게 화학이냐 인공이냐 천연이냐 따지고 있고, 이게 몸에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고 있으니까 이건 답답한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MSG는 왜 화학 조미료라고 오해를 받게 된 걸까? 미원과 미풍이 뜨겁게 경쟁하던 1993년 또 다른 업체가 가세한다. MSG 논란은 이때부터 본격화된다. 화학조미료라는 용어도 이때 처음 나왔다. 당시 당국으로부터 허위광고로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잘못된 상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曰 우리나라 발효 기술이 거의 세계 1위다. MSG 발효 기술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MSG가 거부당하고, 공장들도 계속해서 외국에만 세워지고 있다. 이건 우리나라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식품의약국 FDA, 우리나라 식약청 모두 MSG를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아무리 먹어도 문제가 없다며 일일 사용량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국에선 MSG가 소금 대체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최낙언 조미업체 연구소 소장 曰 사실 독성으로 치면 소금을 1로 봤을 때 MSG는 그 1/7 수준이다. 먹는 양은 1/6이다. 오히려 소금을 줄이기 위해서라라도 MSG(글루탐산)를 먹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방치에 또 말린 국민
MSG처럼 전혀 유해하지 않은데도 유해한 것으로 오해 받고 있는 첨가물은 또 있다. K 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커피를 마시는데, 혈당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설탕 대신 사카린을 쓰고 있다. 사카린은 칼로리가 없기 때문이다.
K 씨 사카린 섭취 曰 당 수치가 140에서 현재 130 정도로 떨어졌다.
대한당뇨병학회도 당뇨 환자들에게 사카린을 권장하고 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400배 달기 때문에 커피에는 작은 알갱이 한두 개만 넣어도 충분하다. 깍두기를 담그거나 단무지를 만들 때 쓰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거의 보기가 힘들다.
L 씨 曰 어릴 적 시원한 물에 사카린을 타서 국수를 말아 새참을 내가곤 하는 걸 봤다. 그때는 참 많이 먹었었는데 어느 순간 사카린이 해롭단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엔 사라지더라.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사카린 제조업체는 생산량의 90%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콜게이트 치약 등 미국와 유럽 기업에 수출한다. 달지만 충치가 생기지 않아 치약에 쓰이고, 칼로리가 없어 다이어트 콜라에 쓰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외면 받고 있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曰 1/300의 양만 넣으면 설탕과 똑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설탕 섭취, 당 섭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비만 환자들, 당뇨 환자들, 당을 섭취하면 안 되는 사람들한테 아주 좋은 감미료다.
소주에도 들어갔던 사카린이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되기 시작한 건, 지난 1990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을 투여한 쥐들이 방광염이 걸렸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발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 끝에 이 실험에 문제가 있었고, 사카린은 모두 몸 밖으로 배출돼 암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지난 1993년 세계보건기구를 시작으로 국제암연구소, 미국 FDA도 사카린을 발암 물질에서 제외시켰다. 우리 정부도 작년에 뒤늦게 소주와 커피믹스, 껌과 케첩 등에 사카린 사용을 허용했지만,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모든 규제가 풀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에는 여전히 사용 금지다. 안전한 건 알지만 국민 정서상 부담스럽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동길 사카린 제조업체 명예 회장 曰 써도 좋다는 얘기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 줌으로써 국민 정서가 바뀔 수 있을 텐데도, 잘못된 국민 정서를 바뀌지 않게끔 오히려 정부에서 더 규제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일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이다.
최낙언 조미업체 연구소 소장 曰 사카린은 훨씬 적은 양으로 감미의 만족을 주면서 몸에 남아 있지 않고 배출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인간이 발견한 정말 놀라운 물질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얻은 분명하고 위대한 자산을 오해 속에 방치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알고 보면 이른바 착한 물질인데도 잘못된 편견과 오해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만 낳고 있는 MSG와 사카린. 그 피해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 MSG의 반격 | 2013-04-21 | 시사매거진2580 Link
막돼먹은 강자씨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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