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쪽
큰 행복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예쁜 볼펜을 사면서 느끼는 행복은 그르고, 자동차를 사면서 느끼는 행복은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 한편으로 권장하는 그 큰 행복이라는 것들, 그것 모두 기성세대가 옳다고 믿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아닌가.
63쪽
1990년대 초, MBC에서 방영했던 <베벌리힐스 아이들>을 기억하시는지? ...... 주인공 중 한 명에게 친구들이 농구 시합을 하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예술이다. "나는 경쟁적인 스포츠는 안 해. 너희들끼리 가. 나는 경쟁하지 않는 서핑을 하러 갈 거야." ...... 자발적으로 혼자를 택할 수도 있구나.
70쪽
누군가로부터 자격을 얻는 방식도 있지만 스스로 자격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 안이 아닌 바깥에 선 아웃사이더. ...... 멀리 떨어져 무리를 관찰하고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그려낸다. 그들만의 세계 속에 갇혀 깨닫지 못하는 것을 일깨운다. ...... 동시에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모험가다. 김동식(<회색 인간> 작가)은 확실히 장외인간이다.
105쪽
어떻게 될지 몰라서 '무서워.'가 아닌, 어떻게 될지 몰라서 '궁금해.'로 살면 인생은 한결 재미있는 것이 된다.
114쪽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참견은 많지만, 사실 이 세상은 내 행복 따위에 관심이 없다. 내 행복을 챙길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115쪽
애초에 만인에게 들어맞는 정답은 없다. 본인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사람인지 스스로 묻는 게 먼저 아닐까. 그래야 행복한 부모가 될 수 있고, 행복한 싱글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건 행복한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의 삶과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만이 타인의 삶을 부정한다. 자기처럼 살라고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 되므로.
124쪽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빠르게 해치우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취향에 맞는 물건을 천천히 가지고 노는 시간이랄까.
129쪽
어떤 취향은 한 번에 얻어지지 않고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얻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첫인상만으로 안 맞는다 단정 짓고 멀리하는 건 조금 아까운 일이다. ...... 실패 없는 것만을 추구해선 좋은 취향이 생기지 않는다.
166쪽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냉장고 파먹기를 은근히 즐긴다. 제한된 조건에 맞춰 생활해나가는 것에 어떤 도전 정신이 일어난다. 이것만 가지고 살아남고 말겠어, 하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냉장고 파먹기는 상당히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다. 냉장고 속 여러 음식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무엇을 만들 것인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 나의 냉장고 파먹기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돈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는 훈련인 셈이다.
170쪽
오히려 돈이 많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녀를 자유롭게 했다. ...... 돈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이런 게 진짜 '경제적 자유'가 아닐까.
219쪽
패션은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감추는 목적으로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롱패딩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유행에 민감한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싶다.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주목받으니까. 트렌디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튀고 싶지 않아서, 무리와 어울리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을 따르는 것은 그저 평범해지려는 노력일지도 모르겠다.
237쪽
누군가를 잘 안다는 건 그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다양한 면면들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 책]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 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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