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의 인문학 - 비 윌슨

 

미각, 바꿀 수 있고 바꾸면 즐길 수 있다


09쪽
도처에 널린 가공 식품에 굴복하지 않고서 지방과 당분에 대한 균형 감각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4쪽
우리는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채소를 더 즐기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데, 이전의 미각을 버리고 새로운 미각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의 보편적인 신념 때문일 것이다.

25쪽
식습관이 학습 행동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제 문제는 정보 습득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을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요지는 당근을 먹는 사람이 되려면, 그 전에 먼저 당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0쪽
행동심리학의 렌즈를 통해서 보면, 식사는 대표적인 형태의 학습 행동이다. 식사 행동에는 자극(예컨대 살구 잼을 바른 사과 타르트)이 있고, 반응(그것을 먹고 싶은 식욕)도 있다. 마지막으로 강화(타르트를 먹는 것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과 포만감)가 있다. ....... 도파민 분비는 우리의 맛 선호를 '각인'시켜 습관으로 전환시키는 한 가지 메커니즘이다. 

 

40쪽
나쁜 식습관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만들어야만 바꿀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강요된 경험(의지력이 필요한 일)으로 기억한다면, 그 음식은 결코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다.

 

76쪽
미각은 정체성일지는 몰라도 운명은 아니다.


 

아이에게

 

16쪽
이렇게 설탕과 소금을 듬뿍 함유한 산업 제품에 둘러싸여 자라는 환경의 위험은 우리가 천성적으로 그런 식품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음식을 자주 먹을수록(특히 어린 시절에) 모든 음식의 맛이 그것과 비슷하길 기대하게끔 학습이 된다는 데 있다.

 

17쪽
하! 자신도 모르게 뿌리채소를 먹었다는 건 꿈에도 모르겠지?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비트를 먹은 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결국 케이크에 대한 선호가 단단히 자리잡는 결과를 낳는다. 그보다는 어린이에게 스스로 채소를 선택하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33쪽
어린이가 가진 한 가지 큰 힘은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많은 어린이가 식탁에서 배우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자신이 먹거나 먹지 않거나 하는 선택이 가까운 어른들에게 큰 감정적 반응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 다소 놀랍게도 만 두 살 때의 식습관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의 식습관을 상당히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123쪽
유아용 식품에 바닐라를 넣는 이유도 아기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이다. 식품을 사는 사람은 아기가 아니다. 식품 회사들이 호소하려고 노력하는 대상은 바로 어른의 기억이다. 어른은 우유병을 데울 때 아기가 마실 우유 냄새를 맡거나 직접 맛을 보기도 한다. 아기가 먹는 유유 맛이 '어떠해야' 하는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기가 아니라 바로 어른이다. 그 기억은 시리얼 그릇에 남은 우유처럼 크림색이고 달콤해야 한다고 말한다.

192쪽
...... 어린이들이 가장 바라는 한 가지 소원은 '통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보다 더 성숙한 사람으로 대우 받고 싶다는 열망에 잘 부응하는 제품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음식 공급에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싶다는 이 욕구는 시리얼이 어린이 음식으로 성공한 이유에 부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그 시장 조사자는 "그릇에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섞는 행동만으로도 어린이는 통제감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케첩이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된 일부 이유도 어린이가 직접 음식에 첨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10쪽
아이에게 무척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주면 영웅적인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거의 음식을 직접 먹는 것만큼이나 황홀한 느낌이 든다. 음식을 먹는 아이를 보면 마치 벌레를 잡아 둥지에 있는 새끼들에게 갖다주는 어미새처럼 부모로서 할 일을 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211쪽
우리가 음식을 먹는 법에 대해 배우는 것 중 상당수는 부모가 우리에게 음식을 먹이는 법에서 배운다. ...... 어떤 부모는 음식을 아이를 조용하게 하기 위한 고무 젖꼭지로 사용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주려고 했던 음식을 취소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어린 아이의 위에 너무 부담이 되거나 기묘한 음식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음식에 대해 일반적인 불안감을 물려준다. ...... 아이의 필요를 부모 자신의 충동과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 ...... 먹이는 것은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습 행동인데, 이를 위해 대부분의 부모가 습득하는 방법은 풍요보다는 결핍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게 필요했던 이전 시대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227쪽
적은 양의 음식도 많은 양의 음식 못지않게 충분한 사랑으로 느끼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230쪽
부모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는데, 그럴수록 아이의 반감이 더 커지고, 건강에 좋은 음식에 대한 의심이 적극적인 혐오감으로 변한다. 그 음식을 먹건 먹지 않건,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다.

233쪽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주면, 아이는 불행하면 먹는 것으로 달래야 한다고 배우게 된다.

237쪽
강제 급식은 아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저지르는 일종의 격정 범죄이다. 다른 격정 범죄와 마찬가지로 범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율성을 간과한다.

266쪽
음식을 누구에게 먼저 주는가? 브로콜리 중 꽃 부분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줄기 부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검게 탄 토스트를 '개의치 않고' 먹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특별한 유리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설거지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러한 부모의 결정에 대해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한 아이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352쪽
어린이는 가장 특이한 모양, 가장 멋진 만화 캐릭터, 가장 좋은 공짜 선물, 덤으로 주는 가장 좋은 초콜릿처럼 가장 많은 것을 약속하는 시리얼을 선택한다. 이것은 음식을 선택하는 데 나쁜 교훈을 준다. 오트밀이나 스크램블드에그처럼 정말로 포만감을 주는 아침 식사를 접하더라도,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식욕, 느끼다 생각하다

 

114쪽
당신은 지난 화요일에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지 몰라도, 어린 시절에 일상적으로 먹던 식사와 주말에 특별히 준비한 아침 식사, 그리고 집에서 구워 먹던 빵 맛은 기억할 것이다. 이것들은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큰 정서적 힘을 발휘하는 기억이다. ...... 음식에 대한 갈망은 그 맛보다는 기억의 작용으로 일어난다. 기억은 사람의 음식 충동 역시 거의 같은 방식으로 부추긴다. 

124쪽
우리는 블러드하운드처럼 냄새를 추적하는 능력은 없을지 몰라도, 후각 식별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토마토 주스에 우스터 소스가 딱 한 방울만 섞여도 그것을 알아챌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땀에서 두려움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 나는 우리가 냄새와 향미를 구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냄새와 향미를 만들어낸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 향미는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데, 우리는 모든 맛에 대응하는 심적 '향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128쪽
뇌가 향미 지도를 만드는 방식은 우리가 시각 이미지를 지각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어떤 물체를 '볼' 때,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일부 특징은 강조하고 다른 특징은 억제하면서 그 물체의 추상적인 2차원 표상을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입 속에 넣을 때, 코로 흘러들어온 향미 분자들은 뇌에서 추상적인 패턴으로 변한다. 이러한 패턴은 우리가 그 음식을 다시 맛볼 때 그 음식을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131쪽
제 2차 세계대전의 전쟁 포로들이 쓴 체험기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 주제는 단지 굶주림뿐만이 아니라, 자유의 몸이 되면 다시 먹게 될 그 모든 음식을 떠올리게 한 강렬한 기억이다. 그러한 꿈에 등장하는 음식은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드물었고, 대신에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과 집에서 먹던 음식, 즉 더부룩하고 포만감을 주면서 안전한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132쪽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열렬하게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지루하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끝없이 살아가야 하는 나날을 버텨내게 하는 생존 메커니즘이 되었다. 장기간 전쟁 포로로 억류 생활을 한 사람은 포로가 된 지 1년 반쯤 지나자, 음식 이야기가 여성에 대한 몽상을 완전히 밀어냈다고 회상했다.

142쪽
(셰프 대니얼) 패터슨은 모든 음식을 어떤 형태의 기억으로 보며, 자신의 직업 중 일부는 '기대를 실현하는 것'인 동시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패터슨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공통 경험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서 그들 모두에게서 어떻게든 원초적인 기억을 촉발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16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심한 배고픔을 주중의 아침 식사 시간에 느끼지 않는다(주말 아침에 배고픔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것은 배고픔이 사회적 충동임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단서이다).

324쪽
기이한 음식에 맞닥뜨렸을 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혐오감이 배고픔을 쉽게 물리친다. ...... 세상에서 가장 배고픈 아이들 사이에서도 배고픔은 여전히 구체적인 것이지 추상적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아무 음식으로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30쪽
신체적으로 배부른 상태에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이제 식사를 그만 먹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하는 단기적 배부른 상태, 즉 포만이다. 두 번째는 식사를 하고 나서 다음 식사를 할 때까지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는 장기적 배부른 상태, 즉 충만이다. 
...... 충만을 위한 전식으로 가장 훌륭한 재료 두 가지는 놀랍게도 공기와 물인데, 이것은 배부름이 단순히 영양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383쪽
거식증과 폭식증이 마른 몸매를 숭배하는 동시에 마른 몸매를 어렵게 만드는 음식을 강요하는 서구 사회나 서구화된 사회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401쪽
엄격한 식탁 예절의 와해는 어떤 면에서 해방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식사 구조가 차 안에서 급하게 먹는 샌드위치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필독

 

38쪽
쿠키를 먹지 않으려고 기울인 감정적 노력에는 '심리적 비용'이 따랐다. ...... 의식적으로 자신을 바로잡으려는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부과했던 청소년 시절의 음식과 달리, 건강에 더 좋은 이 새로운 생활 방식은 나도 모르게 나타났다. ...... 그런 변화는 합리적 논의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번의 식사를 통해 일어나는 일종의 재조건 형성reconditioning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 것이 본능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이 되어 달리 행동하면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341쪽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할지 아는 데에는 나이가 더 많은 어린이나 어른보다 어린 아이가 더 낫다. ...... 세 살배기들은 마카로니의 양을 적게 주건 중간으로 주건 많이 주건, 거의 같은 양을 먹었다. ...... 마케팅과 영양 분야의 전문가인 브라이언 완싱크의 연구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먹어야 할 음식의 양을 결정할 때 외부의 영향에 크게 휘둘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347쪽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식사가 배부름에 눈을 감게 만든다면, 오늘날의 뉴에이지 유행어인 마음 챙김mindfulness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마음 챙김 식사법을 훈련하면 음식과 몸의 감각에 주의를 더 집중할 수 있다. ...... 자신의 배고픔을 더 잘 인식하는 기술과 그것이 신체적인 것인지 정서적인 것인지 관찰하는 기술을 가르쳤다.

429쪽
영양사가 해야 할 일은 설득이 아니라, 환자 자신의 변화 욕구를 강화하는 것이다. ...... 만약 영양사가 충분히 참고 기다려준다면, 환자는 자신의 양가감정에서 헤어날지 모른다. 

446쪽
'사페레Sapere'는 라틴어로 '맛보다' '할 수 있다' '알다' 등의 뜻이다. ...... 이 모든 일은 영양에 대한 명시적인 수업을 통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자연적인 호기심을 부추김으로써 일어났다. ...... 사페레의 목표는 어린이에게 자신의 참된 미각을 알게 하는 것이다. 좌우명 중 하나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선호가 있다"이며, "맛에 관한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대상이다"라는 좌우명도 있다.  ...... 식습관의 변화는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강요함으로써 일어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울 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443쪽
우리의 미각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되었고, 매일 식사와 간식을 통해 강화된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적어도 우리의 미각 반응 중 일부는 몇 주일 만에 다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각계는 어른의 뇌에서 늘 재건이 일어나는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뇌는 아주 짧은 노출 기간에 향미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다.

 

453쪽
우리는 건강에 나쁜 음식에 대한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에 속박돼 있다.

 

457쪽
살아가면서 많은 노력을 쏟아붓지만 우리의 행복을 높일 가능성이 훨씬 적은 나머지 모든 일(다이어트를 포함해)과는 대조적으로, 음식 선호를 더 나은 쪽으로 바꾸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적은지 돌아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60쪽
미각이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의심스럽다면, 고추를 한번 생각해보라. ...... 하루에 세 번이나 고추를 먹는 멕시코 농촌 마을 사람들을 ...... 그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고추를 먹는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고추의 얼얼한 맛을 강하게 느꼈다. 다만, 그 얼얼한 맛을 즐긴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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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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