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쪽
63빌딩을 지은 사람들과 63빌딩의 소유자는 별개다. 이게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의 소외'다. ...... 예전에는 경복궁에 가면 그 경치에 심취하기 바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탄생의 역사를 그려본다. 눈앞에 그려진다. 하루 종일 벽돌을 짊어져야 했을 누군가들이.
30쪽
해석하겠다는 것 자체가 살아갈 이유였다. 해석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건 죽은 삶을 사는 것과 같았다. 정답을 찾겠다는 게 아니다. 니체의 말처럼 정해진 답 같은 것은 없다. 내 삶의 정답은 내가 내 삶을 해석하면서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 누군가가 만들어준 답은 내 것이 아니다.
50쪽
이곳은 인쇄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인쇄하는 기업이었다.
55쪽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자신이 죽는다는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창조적 생산이라고. 창조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자기 생산성은 증폭된다고. 관심 분야를 자신만의 생산수단으로 창조하려는 시도라도 하자. ...... 분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업에 속한 자신을 낯설게 봐야 한다. 자기 삶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하자.
56쪽
아무도 배타적인 영역을 갖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어떤 분야에서나 스스로를 도약시킬 수 있는 사회에서는 그가 마음먹은 대로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저것을, 곧 아침에는 사냥을, 오후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목축을, 밤에는 비평을 할 수 있게 된다. - 마르크스
78쪽
사람들이 극단까지 가는 이유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81쪽
프롬은 말한다. 당신이 허무했던 이유는 '남이 바라는 나'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짜 삶은 자신을 억압했던 것들을 스스로 꺠닫고 자발적 고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이처럼 진짜를 향한 동경은 철학자들의 공통분모다.
127쪽
존경하는 사람의 수만큼 행복의 기회도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180쪽
들뢰즈는 한 사람의 본질은 '차이'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141쪽
생각해보면 자본가에게 팔릴 것 같은 공부만 했다. 생존을 위해 생의 결핍을 나 몰라라 했다.
150쪽
모순된 상황에 서 있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때 그곳에서 뭘 느꼈는지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
155쪽
사실은 나 역시 팀장이 불편했다. 이유는 정확했다. 애덤 스미스 말대로 그가 나의 노동을 구매하는 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 자산을 상속 받은 사람이 이것을 통해 직접적인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 그것은 구매하는 힘인데,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모든 노동에 대한, 또는 지금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노동의 모든 생산물에 대한 명령권이다." - 애덤 스미스
159쪽
고대 그리스 시인이자 민중의 편에 섰던 철학자 솔론Solon은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고 했다.
192쪽
선택한 것에서는 단점을 봐야 하고, 포기한 것에서는 장점을 봐야 한다고. ...... 단점에도 불구하고 선택했다는 점, 장점에도 불구하고 포기한다는 점이 잔혹성이다. 그것을 감당하면 후회가 적다고 철학은 알려준다.
195쪽
철학이 진짜 무서울 때가 있다. 바로 절대 고독의 길을 홀로 걸으라고 할 때다. 자꾸 자유를 원한다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나에게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 삶의 현기증을 유발하는 바닷물은 그만 마시고 이제는 생수를 마시라고 한다. 자기 생을 다시 붙잡을 물을 마시라고 말이다. 나에겐 그 생수가 철학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음악일 수도 ...... 있다. ...... 지루한, 너무나 지루한 서사에 자기 몸을 구겨가며 진부하게 살 필요 없다. 칸트의 말처럼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능력'이 자유다.
102쪽
그에게 감동한 부분이 바로 이 '문맥'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생각하지 말고 문맥을 제대로 보라고 했다. 상사나 스승이 혹여 자신에게 거친 말을 하더라도 그 언어의 문맥 안에서 애정을 발견한다면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208쪽
나를 현재로 살게 해주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바람이 시원하다는 걸 알게 해주고, 지금 먹는 밥이 맛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 설령 부모라도 우리를 거짓으로 살게 하거나 미래만 보면서 살게 하면 사랑이 아니다. 그건 욕심이다. 현재를 살게 해달라고 말하자.
209쪽
좋은 상담가는 방문자 스스로 자신에게 조언을 하도록 유도한다. 상담은 자각하게 하는 질문을 하거나 그 사람의 현재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같이 해석하는 것까지다.
209쪽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분명히 말한다. 당신의 본성에 따르지 않는 삶은 희생이고 슬픔이라고. ...... 스피노자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기쁨대로 살고 있는가. 당신과 상관없는 선과 악에 짓눌려 살지는 않았는가. ......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내가 기쁘냐 아니냐'이다.
212쪽
그러니 더욱더 지기知己가 필요하다. 친구와 지기는 다르다. 지기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다.
"너에겐 이런 능력이 있는 것 같아"라고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생을 살아가자. 당신이 누군가의 지기가 되어주면 금상첨화다.
239쪽
동양철학의 슬로건은 "비가 와도 괜찮다"이다.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다.
242쪽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많다. 다른 인과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246쪽
들뢰즈 또한 사랑은 그 사람을 개별화하는 거라고 했다. ...... 나는 개별화라는 말이 참 좋다. 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보니까.
250쪽
예술은 이래서 아름답다. 아, 저 배우는 이런 표현을 하네. 저 감독은 세상을 다르게 보네. 예술을 향유하는 이유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서고, 더 나아가서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251쪽
불자의 가르침은 이런 식이다. 덕산 스님이라는 분이 제자에게 다짜고짜 이런 말을 한다.
"자 여기 대나무 몽둥이가 있다. 너는 대나무가 있다고 해도 맞을 것이고, 없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침묵해도 맞을 것이다."
제자는 바로 답한다.
"아, 저 새가 날아간다."
제자는 그냥 있지도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으며 침묵하지도 않았다. 이거다. 몽둥이에 집착하는 순간 어떻게 하든 맞을 것이다. 그리고 곧 맞을 거라는 두려움에 집착하면 날아가는 새를 보지 못한다.
268쪽
나가르주나는 '공'은 '인연'으로 인해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쓰는 그 말, '인연因緣'의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간접적인 조건이다. 삶은 100퍼센트 필연도, 100퍼센트 우연도 아니다. 인연으로 인한 마주침이다. ...... 내가 인이 될지 연이 될지 모르니, 일단은 최선을 다해 살자는 것이 나가르주나의 철학이다. 우리는 어차피 죽는데 왜 사는가, 혹은 우리는 어차피 변하지 않는데 왜 최선을 다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다.
"마주침은 순간적일 수도 지속적일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지속되는 마주침이다." - 알튀세르
269쪽
실존이란 외재적인 마주침을 통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자유로운 주체다.
280쪽
미국의 소설가이자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좋은 사회의 최우선 조건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주변성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비정상과 일탈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열린 사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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