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쪽
걷는 것, 즉 길을 가는 것은 고래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리와 진실을 지향하는 삶의 훈련과 태도에 대한 은유로 자주 사용되곤 하였다. 그래서 진리는 종종 도, 즉 길에 비유되곤 하였다.

40쪽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여행을 생각해보았을 때, 여행의 출발점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며, 도착점은 '새로워진 자기 자신'이다. ......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우리의 일상도 이른 아침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깊은 밤의 안식에 이르는 하루의 여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43쪽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또한 모든 목적 지향적인 논리 속에 강제가 개입되어 있다고 말한다. 목적 지향적 삶에서 목적이란 삶을 강제하는 이념이고 권력이다.

56쪽
평정심은 서 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앉아 있음에서 나온다.

84쪽
비트겐슈타인은 말의 생명은 사용에 있다고 갈파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만 있고 그 말에 일치하는 사랑의 행동이 없으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빈말 내지는 속이는 말이 되고 만다.

86쪽
그러므로 그대들이여, 이 세상에 난무하는 소음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지어다. 그 소음들은 마치 고요한 침묵의 성전을 날아다니는 똥파리의 날개 소리 같은 것이니. 그러므로 침묵을 직시하고, 갓난아이가 엄마의 젖을 사랑하듯 침묵을 사랑하라! 그리하면 그대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언어 또한 빈궁해지지 않으리라!

102쪽
눈물은 우리 인생이 겪는 기쁨과 슬픔을 상징한다. 슬픔과 기쁨이라는 상반되는 감정이 눈물이라는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실로 흥미롭고, 신비하며, 패러독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이 성적 오르가즘 같은 극렬한 쾌락의 순간에 짓는 표정과 출산과 같은 극심한 고통의 순간에 짓는 표정이 동일하다는 골트문트(<나르치스와 골트문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의 통찰과도 일치한다.

109쪽
먹는 행위는 단지 행위가 아니라, 성스럽고 거룩한 행위다. 인간이라는 생명이 자신의 생명 됨을 유지하려면 외부로부터 생명을 취해야만 한다. 우리의 생명 자체가 외부의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 

114쪽
요리라는 말은 원래 음식을 만든다는 뜻이지만, 이에 덧붙여서 맛좋은 음식이라는 뜻도 있다. ...... 그러므로 요리라는 단어는 음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들어 있는 말이다.

117쪽
요리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음식을 먹을 대상보다 맛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누가 먹을 것인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맛좋은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식당 음식이 그런 경우다. ...... 요리사의 요리는 먹을 사람이 불특정 다수이나, 집에서 만든 요리는 먹을 사람이 명백히 정해져 있다.

137쪽
어떤 사상도 집어넣기만 하고 걸러내지 못하면 음식을 먹고 똥을 못 누는 것과 같다. 사상이 딱딱하게 굳어져 경직된다는 것은 변비에 비견되는 사태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산해진미의 음식을 먹어도 똥을 누지 못하면, 변비에 걸려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무리 위대한 사상을 섭렵하더라도 취할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면 그 사상으로 인하여 우리의 사유는 굳어 변비에 걸리고 말 것이다.

191쪽
마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일상에 대한 천진난만한 신뢰의 행위이며,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히 인정할 때 가능한 행위다.

237쪽
먹지 않는 절제는 먹는 행위에 대한 긍정과 의미를 찾기 위한 수행입니다. ...... 모든 종교적 수행은 일상을 긍정하기 위한 수행입니다.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은 절제와 극기를 수행해보았을 때 극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종교적인 수행도 일상의 의미를 긍정하기 위한 것이지, 일상의 의미를 부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 먹고 마심에 대한 남용은 먹고 마심의 가치를 휘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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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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