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바꾼 집 - 박철수, 박인석

 

32쪽
도시기반시설이 형편없는 단지 밖 동네 주민들이 자칫 단지 안 시설 이용으로 불편을 초래할지 모르므로 단지 안팎을 구분하는 담장이 설치된다. ...... 집값에 더해 생활편의시설 비용까지를 모두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이 아파트단지로 몰렸다. ...... 단지는 아파트에 국한하지 않는다. '연립주택단지'도 단지이며, '타운하우스 단지' 역시 높은 담장이나 옹벽을 두른 단지이기는 마찬가지다.

34쪽
삶의 형식과 내용을 피동적인 것으로부터 능동적인 것으로 바꾸는 일이며, 표준적이고 균질적인 '단지형' 사회에서 차이를 존중하는 남을 배려하는 '열린' 사회공간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사회적 담화공간인 의 회복을 통해 사회적 연대를 북돋우는 사회운동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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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쪽
매일 아침 운동 삼아 오르던 인왕산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암동 주택지를 인터넷 항공지도에서 찾아 실제 본 집터들과 견주어 보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었다. 동네 복덕방을 들러 매물로 나온 집들을 보러 가기도 하고 지적도를 떼어서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대지 조건을 관찰하기도 했다. ...... 이때부터 줄잡아 두  해 정도 지속된 나의 집터 찾기는 좋은 집터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한 확인 과정이었고 내가 부담할 조건의 범위와 한계를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각각의 땅들이 갖춘 것과 못 갖춘 것이 있음을 확인해 가는 속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조건과 감당할 수 없는 조건들이 점점 명확해졌다.

254쪽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주거비가 적게 든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에서 비싼 난방비와 주거비로 시달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그런 집들은 적어도 주거비에 관한 한 잘못 지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 이는 건축가의 설계 오류이거나 아니면 시공자의 허술한 시공 때문이며, 건축주의 과도한 욕망이나 허례가 빚어낸 에너지 남용을 전제한 집짓기의 결과이다. 

 


41쪽
문제는 단지이고, 처방은 단지성의 해체여야 한다. ...... 공간적 단절이 결국 사회적 단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단지 만들기 일변도의 주택정책과 개발정책은 이제 심각하게 곱씹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42쪽
공공영역과 개인영역의 연계와 상호 관계 맺기, 내부와 외부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기, 접지 공간 확보 등이 새로운 징후로 확산되고 있다.

62쪽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하는 폴더는 전형적인 나무구조다. 상위폴더에 하위폴더, 또 하위폴더, 그 속의 파일들. 큰 나뭇가지에서 작은 나뭇가지가 분기되어 잎에 도달하는 구조와 동일하다. 도서관의 책 분류, 사전의 단어 분류 역시 나무구조다. 분대, 소대, 중대, 대대로 이어지는 군대조직이나 계장, 과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회사조직 역시 전형적인 나무구조다. 이렇듯 사람들은 대 부분의 일들을 나무구조로 처리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체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A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저녁에는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의 일원이 되고, 주말에는 동네 교회 신자모임 회원이 된다. 게다가 그가 매일 밤 접속하는 블로그도 서너 개에 이른다. 개인 개인마다의 삶은 모두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 수시로 접속하는 그물망구조로 짜여 있는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되는 것은 그것의 접속구조가 그물망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미국의 도시건축이론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이를 나무구조와 준격자semi latice구조로 대비하고, 현대도시인들의 생활이 그물망처럼 서로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도 도시계획가나 건축가들이 생활공간을 나무구 조로 위계화하고 단일목적 동선공간들로 조성하고 있음을 비판한 바 있다.

64쪽
각 개인이 공공과 직접 접속하며 공공에 대한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는 일이야말로 시민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 쓰레기 수거, 택배 서비스와 벌이는 실랑이, 이웃집 눈치 때문에 눈삽을 들지 않을 수 없는 눈 내린 겨울 아침. 이를 단독주택의 불편함과 단점이라 할 것이 아니라 시민공동체의 자산을 생성하는 소중한 삶의 양식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136쪽
누구에게 설계를 맡기고 누구에게 시공을 맡겨야 하는가. ......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집짓는 일이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선택지는 오직 건축가의 작품주택 아니면 집장사 집.

140쪽
우리는 냉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비가 샌다거나 곰팡이가 퍼렇게 끼는 일 따위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실용적인 집에서 살고 싶다.


160쪽
주변의 여러 건축가들에게 탐문한 결과에 따르면 건축가가 설계한 집들은 공사비가 저렴하다 하더라도 평당 650만 원에서 750만 원 수준이다. 역시 주변에 탐문한 결과 세칭 다가구주택 등 집장사 집의 공사비는 평당 250만 원에서 350만 원 안팎이다. ......
주택 공사비로 참조하기에 가장 적당한 것은 기본형 건축비다. 기본형 건축비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해 건축비 원가 산정 기준으로 책정해 국토해양부가 매년 두 차례 고시하는 건축비다. ...... 결국 보통 수준의 공사비는 평당 460~480만 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88쪽
품격 있는 집 짓는 법
...... 솔직한 재료들은 대부분 자연재료를 단순 가공한 것들이라 외관이 화려하지 않다. 질박하거나 수수하다. ..... 옆집, 앞집, 뒷집, 동네 다른 집들과 어울리는 것 역시 품격 있는 집의 중요한 요건이다.

214쪽
건축가는 건축주의 여러 가지 형편을 실제 상황으로 번역하는 중차대한 일을 맡는 전문가이며, 크고 작은 건축행정 사무를 대행해 주기도 하고, 시공현장에서 닥치게 되는 어려움을 경험과 지혜로운 판단으로 풀어가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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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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