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쪽
만지가 '왜?'라는 원인 규명성 의문을 품고 있다면, 화연은 '내가 뭘?'이라는 회피성 의문을 품고 있었다.
62쪽
생전의 모든 일을 어린 무덤 속에 고이 묻어둘 순 없다 해도, 우박 섞인 거친 비로 무덤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했다.
73쪽
지나치게 개방돼 오히려 갑갑한 집이다.
137쪽
"가지고 논 거하고, 같이 논 거하고 구분 못 해요."
160쪽
"어찌된 게 요즘 애들은 단체전은 없고 개인전만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혼자 다 하려니 알아야 할 게 얼마나 많겠어요."
"부모님들이 시상대에 여럿이 올라가는 것보다, 자녀 혼자 올라가는 모습을 더 원하는 게 아닐까요?"
163쪽
사는 게 다급했다. 아직 내일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금세 내일이었고, 벌써 어제였다.
193쪽
와르르르. 만지는 떨리는 미라 어깨에서 돌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미라가 마지막에 올린 것은 매우 작은 돌이었을지도 모른다. 층층이 쌓인 돌들이 더 이상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거리는 줄도 모르고, 작은 돌 하나 올렸을 뿐인데 그만 와르르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억울하겠지. 그저 작은 돌 하나 올렸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동안 쌓았던 커다란 돌들의 주인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침묵 앞에서 당황했겠지. 우리가 놓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어. 네가 돌을 잘못 얹었어. 네 책임이야......
220쪽
"불쌍해서 어떻게 그래요......"
"너 말 참 우아하게 한다. 불쌍해서 못 했다고? 말은 못 하면서 행동은 어떻게 했니? ......"
[네이버 책]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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