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쪽
알람을 맞출 때 고민한다. 어차피 스누즈 버튼을 몇 번 누를 테니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알람을 맞출지 아니면 그냥 정해진 시간에 맞출지. 이것이야말로 결정 장애 및 욕심의 끝판왕이다. 제시간에 일어나고도 싶고 잠도 더 자고 싶으니까. ......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삶이다.
44쪽
자신은 소비자들이 차를 사는 일을 돕는 사람이지 차를 떠넘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이 아저씨한테서 차를 샀다.
47쪽
다만 이렇게 좋은 복지 제도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라는 이야기다. 나쁘게 말하면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실제로 일하기 좋기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에는 10년 이상 근속 중인 고위 직원이 드물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직원을 위하는 좋은 기업이라고 낭만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회는 개인이 비인간적으로 변하고 혐오스러워지기를 기대한다.
49쪽
일은 가끔 보람을 주긴 하지만 결국 밥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날마다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딱히 하지 않게 될 따름이다.
69쪽
하지만 일을 하지 않고 놀아 보니 세상에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지루한 일상, 즉 기사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다. 삶의 대부분은 그런 새롭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은 일상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모든 사안을 기사가 되고 안 되고의 잣대로 보다 보니 기사가 되지 않는 평균적인 삶을 사는 데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70쪽
도대체 왜 하고 싶은 게 없는 걸까? 결국 욕심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A도 하고 B도 하고 C도 하고 싶은데, A를 하면 B를 못하고 B를 하면 C를 못하고.
80쪽
쇠뿔을 단김에 빼는 건 스타트업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과 비슷한 전략이다. 린 스타트업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전개해 최소 요건 제품을 만든 뒤에 시장 반응을 보고 그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의 벤처 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개발했다. 린 스타트업의 기본 모토는 일단 시도하고,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다.
108쪽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나 결혼기념일이나 모두 그저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다만 생일날에는 편지를 써달라고 하거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기도 한다. 상품 대신 서비스를 요청하는 셈이다. 우리 가족은 매일을 생일처럼,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살려고 노력한다.
140쪽
조금은 지루한 일상이 쌓여서 만들어진 인간관계일수록 더 돈독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을 끊은 건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부한다.
147쪽
사소한 행동이 모여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결국 인생을 바꾼다.
165쪽
알고 보니 나는 산업 혁명 이전에 인류가 자던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 오히려 해가 지면 자고 새벽에 깨서 한두 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자는 것이 인류의 오랜 수면 습관이었다고 한다.
172쪽
건강하게 사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집에서 놀고먹는 건 가치가 있었다.
193쪽
신혼 때 대체 무슨 폼 잡는 것도 아니고 왜 할부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차피 낼 거 한번에 내는 게 나아. 나눠 내면 괜히 적게 내는 것 같은 착시 현상만 생기지. 나눠 낼 뿐 적게 내는 것도 아닌데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195쪽
은퇴 뒤에 다가오는 진정한 어려움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해온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삶의 전부와도 같은 직장을 그만뒀을 때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경제력이 대략 갖춰져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비 수준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고민해봐야 한다.
204쪽
산속에서 혼자 크는 나무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산속의 밤나무는 아무도 물이나 비료, 농약을 주지 않지만 매년 밤이 열리고 주변에 떨어진다. ...... 이렇게 자란 작물은 비료를 먹고 자란 작물보다 뿌리를 더 깊게 내리고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 더 튼튼하다. ...... 과일과 채소도 먹고 자란 대로 되는 셈이다.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곧바로 자연 농법이 생각났다.
218쪽
다 논 다음에는 항상 뒷정리를 하기로 했다면 뒷정리를 하지 않았을 경우 치우지 않은 물건은 모두 버린다는 원칙이 있다. 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버리지만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놀고 나서 치우지 않으면 다 버린다"라고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가 가여워서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는 엄마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하고 다 논 다음에 꼭 치운다는 규칙은 사라져버린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경고를 주기는 하지만 아이를 혼내지는 않는다.
220쪽
나는 평생을 어른과 상사의 눈치를 보고 살았는데 첫째는 눈치라는 단어의 뜻도 모른다. 영어에는 눈치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221쪽
아이가 집안에서 눈치를 보는 이유는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다다랐다. ...... 작은 가정도 이러한데,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원칙이 흔들리다 보니 사회 구성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게 아닐까.
236쪽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에 글도 더 많이 쓰고 번역도 더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이가 없으면 '때는 이때다' 하며 놀았고 쉬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48쪽
육아나 집 관리, 채소와 과일 키우기처럼 정작 중요한 일은 아웃소싱을 하고 월급을 받기 위한 한정된 기술만 익히면서 살아온 셈이었다.
260쪽
내 인생이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살기 전에 내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262쪽
달라이 라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1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2일 있어요. 바로 어제와 내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 사랑하고 믿고 행하고 무엇보다도 살기에 적합한 날이에요."
276쪽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좋은 결과를 냈던 성공 케이스의 '성공 공식'을 재활용하고 싶어 한다. ...... 그러나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성공 공식을 반복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다른 역량이나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 그러다가 기존의 성공 공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데 소홀했던 개인이나 조직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295쪽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자 하는 건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 반면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는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는 삶의 기본이다.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 ...... 하지만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때는 내려놓는 만큼 얻는 게 있다.
310쪽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책] 40세에 은퇴하다 - 김선우
'몽자크의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잡기-2022-074]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 별 둘 - 1231 (0) | 2022.12.31 |
---|---|
[책잡기-2022-073]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 별 셋 - 1228 (0) | 2022.12.28 |
[책잡기-2022-071] 박노자의 만감일기 - 박노자 - 별 셋 - 1221 (1) | 2022.12.21 |
[책잡기-2022-070] 환상의 동네서점 - 배지영 - 별 셋 - 1217 (0) | 2022.12.17 |
[책잡기-2022-069]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배지영 - 별 둘 - 1214 (0)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