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브런치(내 삶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색) - 강준만


22쪽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의 말입니다. 그는 "우리가 입을 통해 음식물을 먹을 수 있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 떠올리며 위장보다 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사색보다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 독서와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그 두 가지만으로 사색도 이루어지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떄문입니다. ...... 독서마저 고통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사치스럽게 들리는 말이긴 합니다만, 사색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25쪽
자존심이라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피곤하게 사는 데엔 오기, 시기, 질투심도 적잖이 작용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28쪽
"효율성은 이데올로기다." 미국의 비판적 지성 노엄 촘스키의 말입니다. 그는 데이비드 바사미언과 나눈 <프로파간다와 여론: 촘스키와의 대화>(이성복 옮김, 아침이슬, 2002)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레이건 시대 이후 고속도로 유지보수 비용이 크게 감소해왔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비용이 절감되었습니다. ...... 그런데 절감된 비용은 개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손해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움푹 패인 길바닥에 빠지게 되면 개인한테는 손해이지만 경제 전체에는 이익입니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가 움푹 패인 곳에 빠지면 정비소에 가서 수리를 하거나 차를 새로 사게 될 것이고 따라서 뭔가 생산된다는 겁니다."
정부로선 예산도 줄인데다 기업들 좋은 일 만들어 주었으니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네요. 촘스키는 자동화에도 이같은 함정이 있다고 했습니다.

43쪽
...... 자신에게 권력은 열정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그런 착각을 지속시킵니다. 윤리와 염치가 실종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51쪽
"신뢰는 어디서나 독재의 어버이이며, 자유로운 정부는 신뢰가 아닌 경계심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의 말입니다. ...... 모든 걸 신뢰하더라도 권력만큼은 신뢰해선 안 된다는 게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은 "제발 나(우리)를 믿어 달라"고 말해선 안 됩니다. 권력 감시와 견제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속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9쪽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줌으로써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을 부릴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65쪽
부정부패는 따지고 보면 우리의 정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75쪽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입니다. ......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고 한다.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다."

82쪽
사람을 나이로 차별하는 이른바 연령주의ageism는 사실상 우리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자해입니다. 어리다고 차별하고 늙었다고 차별하면 차별받지 않는 기간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 너나 할 것 없이 말로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말고, 나이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 실천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117쪽
우리는 말로는 창조성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미 만들어진 틀에 따라 무난하게 사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그건 명백한 모순입니다.

124쪽
"진실을 인식하는 것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성품의 문제다." 에리히 프롬의 말입니다. 그는 "우리의 양자택일의 문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관료주의와 휴머니즘 사이의 문제"라고 단언하면서 그렇게 말했지요. 

135쪽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천 년의 근심으로 살아간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인 한산寒山의 말입니다. ...... 미래에 대비한다는 좋은 뜻도 있겠습니다만, 대비만 하다가 죽어버리니 그것이 문제지요. 스위스 태생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폭압적인 신분제가 타파되고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린 '근대'가 오히려 인간의 불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지요. 과거에는 신분을 받아들이고 체념했지만 이제 모두에게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주어지면서 서로를 비교하고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근심과 불안의 근원은 기본적인 생계의 문제는 아닙니다. 

138쪽
철학자 김형효의 반론이 가슴에 와 닿아 소개합니다. ......
"세상을 흑백적 감정으로만 읽는 사람들은 세상을 본의 아니게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 놓는다. 그런 편가르기는 다 순수와 불순의 대결구도에서 생긴다. 어떻게 올바른 순수가 더러운 불순과 섞일 수 있는가? ......  건강한 사람은 무균자가 아니고 보균자다 .보균자는 병원체를 몸에 늘 지니고 있다. 몸을 늘 보살피는 자가 건강한 사람이다."

141쪽
정희진의 말입니다. ...... "사람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돈이든, 몸이든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음식물과 죽은 동물이 썩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두려운 일이다. ...... 나는 변치 않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나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149쪽
사람마다 각자 감수성의 정도와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때로 공적 기준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150
"열심히 안 사니까 선량하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함민복 시인의 말입니다.

172쪽
아무 불평 불만 없이 잘살다가도 잘나가는 친구의 전화 한 통 받고 자신을 돌아보며 우울해지곤 하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 광고는 '병 주고 약 주기' 방법을 사용하지요. 당신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어떤 상품에 대한 매력적인 광고를 보는 순간 그 상품을 갖고 싶다는 병에 걸리게 됩니다. 돈만 내면 살 수 있으니, 약도 주는 셈입니다만,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절망이 꽃피게 됩니다. ...... 당신의 절망은 광고의 나라를 탈출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입니다.

189쪽
나 자신이 남들의 지탄을 받지 않고 다리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이 축복의 값어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진 마십시오. 

194쪽
늘 열정이 흘러넘치는 사람들에게 회의주의는 미덕입니다.

195쪽
자신의 이상을 앞세워 남을 함부로 비판하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진보주의자건 보수주의자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199쪽
당신은 인칭에 따라 이런 묘기를 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소신, 고집, 아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202쪽
세상을 망치는 건 신념을 가진 인간들이다. 소설가 박민규의 말입니다.

228쪽
"어린이에게 위인전을 읽히지 말자." 철학자 탁석산 박사의 말입니다. "...... 위인들은 특이존재일 뿐 대부분의 인생살이와는 관계없다. 이런 교육은 열등감만 양산할 소지가 높다. 선진국일수록 보편적 인간살이에 눈높이를 맞추는 교육이 많다."


[네이버 책] 교양 브런치 -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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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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