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쪽
사실, 노동하는 사람은 참다운 인간 본연의 자세를 매일매일 유지할 여유가 없다. 그는 정정당당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여유가 없는데, 만약 그렇게 하려 들다가는 그의 노동력은 시장가치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단순한 기계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될 시간이 없다. 인간이 향상하려면 자신의 무식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바를 수시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가 어떻게 항상 자신의 무식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를 평가하기 전에 그에게 가끔 무상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며, 우리의 강장제로 그의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하겠다. 인간성의 가장 훌륭한 면들은 마치 과일 껍질에 붙어있는 과분果粉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보존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부드럽게 다루지는 않는다.
32쪽
오늘날 철학 교수는 있지만 철학자는 없다. 삶다운 삶을 사는 것이 한 때 보람 있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그렇단 말인가?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57쪽
그러나 상인 한 사람이 자기 동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그들의 실패의 대부분은 순수한 금전상의 실패가 아니라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파산한 것은 도덕적 인격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사태는 훨씬 추악한 모습을 띠게 되며, 100명 중 성공한 세 사람마저 아마도 자신의 영혼을 구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직하게 실패한 사람들보다 더욱 나쁜 의미에서 파산했음을 의미하게 된다.
63쪽
인간은 이제 자기가 쓰는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 가장 훌륭한 예술 작품이란 이런 조건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는 인간의 투쟁을 표현한 것인데, 오늘날 예술의 효과는 이런 비속한 처지를 편안한 것으로 만들고 더 높은 경지는 잊어버리도록 하는 데 있다.
75쪽
우리는 집 짓는 일의 즐거움을 영원히 목수에게 넘겨주고 말 것인가?
93쪽
많은 사람들이 동서양의 기념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누가 세웠는가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 시대에 그런 것을 세우지 않은 사람, 즉 그런 사소한 것을 초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하는 것이다.
110쪽
나는 개인적으로 날품팔이가 가장 자유스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110쪽
나는 남이 내 생활양식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 이 세상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제각기 다른 인간들이 존재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13쪽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선행을 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나의 고유한 직분을 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비록 그것이 우주를 파멸로부터 구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와 비슷한, 그러나 그보다는 비할 수 없이 큰 '어떤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어디엔가 있어 그것만이 우주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 태양은 ...... 자신의 궤도를 따라 세상을 돌면서 덕을 베풀고, 아니 보다 정확한 근대 과학이 발견해냈듯이 세상이 그를 돌면서 덕을 입는 바로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115쪽
내가 굶주리고 있을 때 내게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옷을 주고, 수렁에 빠졌을 때 나를 견져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뉴펀들랜드의 개도 그런 일쯤은 할 수 있다. ...... 그러나 비교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가장 좋은 형편에 있을 때가 실은 우리가 가장 도움받을 가치가 있는 때인데 ......
127쪽
"나는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의 군주이며,
세상에 내 권리를 의심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 영국의 시인 윌리엄 카우퍼(1731-1800)의 시
136쪽
그 모기 소리는 이 세계의 끝없는 힘과 번식력에 대한 지속적인 광고였다.
143쪽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153쪽
시인 미르 가마르 웃딘 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 가만히 앉아서도 정신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이점이 책 속에는 있다. 한 잔의 술로 기분 좋게 취하는 기쁨을 심오한 교리라는 술을 마셨을 때 맛볼 수 있다."
167쪽
이 나라에서는 각 마을이 어느 면에서는 유럽의 귀족이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마을은 예술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 마을은 그렇게 할 만한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단지 그렇게 할 만한 아량과 세련됨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 귀족들 대신에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고귀한 마을을 건설하자. 필요하다면 강에 다리 하나를 덜 놓고, 그래서 조금 돌아서 가는 일이 있더라도 그 비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다 어두운 무지의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라도 놓도록 하자.
172쪽
나의 이런 생활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게으른 생활로 비췄으리라. 그러나 새와 꽃 들이 자기들의 기준으로 나를 심판했다면 나는 합격 판정을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이지, 인간은 행동의 동기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의 하루는 매우 평온한 것이며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 않는다.
204쪽
나는 어떤 연극 공연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면에 나와 훨씬 더 이해관계가 있을지 모르는 실제 사건에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205쪽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206쪽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258쪽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사람은 그때마다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315쪽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의 내부에,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보다 높은, 소위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을 발견하는데, 그들과는 달리 다른 또 하나의 본능, 즉 원시적이고 상스럽고 야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도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다 존중한다.
316쪽
어부와 사냥꾼과 나무꾼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들이나 숲 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자연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생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에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철학자나 시인보다도 자연을 관찰하는 데 더 나은 위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은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320쪽
대체로 그들은 긴 줄에 꿸 만큼 많은 물고기를 낚지 않으면 운이 없거나 시간 낭비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내 호수를 바라볼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65쪽
손님 대접의 예우는 손님을 최대한 멀리 떼어놓는 기술이 되어버렸다. 주인이 손님을 독살하려고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요리는 비밀스럽게 준비된다.
375쪽
밭에서 쟁기질을 할 때 소를 몰던 사람이 예언했던 대로 이 그루터기들은 나를 두 번 따뜻하게 해주었다. 즉 한 번은 내가 그것들을 쪼개느라고 도끼질을 할 때였고, 다른 한 번은 그것을 땔감으로 썼을 때였다.
379쪽
내가 숲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다음 해의 겨울에는 나무를 절약하기 위하여 조그만 요리용 스토브를 사용했다. ...... 이제 밥을 짓는 것은 더 이상 시적인 작업이 아니고 단순한 화학적인 작업이 되어버렸다.
381쪽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진 나는 이제 예전에 이 숲에서 살던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그들을 교제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471쪽
기러기는 인간들보다 더 세계인에 가깝다. 그는 캐나다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은 오하이오 강에서 먹으며, 밤에는 남부 지방의 늪에서 날개를 가다듬고 잠자리에 든다.
477쪽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480쪽
왜 우리는 항상 자신의 수준을 가장 둔한 통찰력에 내려맞추고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찬양하는가?
481쪽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84쪽
당신의 의무감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지 말고 진실로 내부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라.
491쪽
세상에는 신기한 일이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지루함을 견뎌내고 있다. ...... 우리는 갈아입을 수 있는 것은 의복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493쪽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네이버 책]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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