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박상규


32쪽
담배와 욕설은, 엄마에게 피곤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저렴한 진통제였을 것이다.

134쪽
진보가 취할 수 있는 자본은 역시 '아직' 작다. 진보와 자본은 숙명적으로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내가 내리는 진보의 규정은 그렇다.

129쪽
2011년 <오마이뉴스> 노조위원장으로 일했다. 많은 사람은 "<오마이뉴수>에도 노조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늘 "당연하지!"다. 자본의 노동 착취가 일상적인 곳에만 노조가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사람과 조직은 완벽하지 않다.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해야만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

139쪽
역설적이게도 지상에서 몰리고 몰린, 없이 사는 사람들은 늘 높은 곳으로 향했다. 도시 빈민은 달동네로 모였고, 철거 탓에 거기서도 밀리면 별도 달도 딸 수 있을 것만 같은 망루를 세웠다.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은 크레인으로, 송전탑으로, 지붕과 굴뚝으로 올랐다.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그곳에서 그들은 아래를 향해 "함께 살자"고 외쳤다.
하늘은 쌍용차 노동자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지 않았다. 대신 헬리콥터는 저 높은 곳에서 최루액을 떨어뜨렸다.

149쪽
덧붙여서, 대공장 남성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부인들은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밖에서 함께 싸운다. 그런데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투쟁을 하면 남편과 그의 가족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159쪽
이쪽의 없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 화염병을 들고, 저쪽의 없는 사람들은 일당이라도 벌어 입에 풀칠하려고 쇠파이프를 든다. 늘 이런 식이다. 있는 사람들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은 이쪽의 없는 사람들을 치기 위해, 저쪽의 없는 사람들을 동원한다. ...... 목숨 걸고 이판사판 싸우는 이를 제압하기 위해, 또 목숨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없는 이들이 투입된다. 이렇게 없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은 순간에 극적으로 마주친다. 그리고 쇠파이프, 새총, 화염병 등 근대 이전의 무기를 들고 21세기 최첨단 대한민국에서 목숨 걸고 싸운다.

186쪽
돌아보면 해방 이후 우리 역사는 민주적 질서를 확장시켜온 지난한 과정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민주주의란, 이미 겪어서 알고 있듯 매우 피곤한 제도다. 대화와 토론, 수많은 타협을 해야 하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쳤어도 논란의 여지가 남는 게 바로 민주주의다. 하지만 인간은 그걸 선택했다. 
인권 역시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쉽고 편안한 무엇이 아니다. 늘 타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일을 처리할 때 인권은 바로 선다. 
...... 결국, 끔찍한 일을 막아내는 건 살인범 얼굴 한 번 공개하는 게 아니라, 인권의 물결이 더욱 깊고 넓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196쪽
유감스런 말이지만 난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의사에게 인간 대접을 받은 역사가 없다. 진심으로 내 병을 우려하고 내 몸을 걱정했던 의사도 없었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들은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숭고한 행위를 통해 많은 부를 쌓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사회적 존경이 쌓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220쪽
어제 노숙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오늘 장관과 만찬을 할 수 있는 직업이 기자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이 직업의 장점이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되기도 한다. 낮은 땅의 사람과 저 높은 곳의 권력자를 자유롭게 만나면 참 좋다. 그런데 적지 않은 기자들은 권력 있는 사람을 만나는 데 익숙한 반면, 낮은 땅의 사람을 만나는 데 인색하다. 그러다가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높은(?) 사람들의 논리와 사상에 젖어든다. 기자, 기업가, 정치인, 관료가 함께 어울리면서 일심동체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223쪽
자주 떠나길 권한다.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숲에서 바람 소리에 젖어보고, 낯선 길에서 늙은 촌부가 건네는 밥으로 배를 채워보라. 관광보다는 '여행'이 좋다. 관광은 대개 돈으로 이뤄지지만 여행은 모험과 도전으로 채워진다. ...... 자연 앞에서 흔들려본 사람은 감성이 풍부하다.

236쪽
도시에서 그러고 있으면 게으른 '루저' 취급 당하지만 곰배령에는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311쪽
원하지 않는 것은 선택하지 않으면 되고, 필요 없는 것을 배제해 가다보면 온전한 것만 남게 된다고.


[예스24]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박상규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YES24

맛있게 씹는다! 안 풀리는 인생들을 위로하는 통쾌한 뒷담화 쿨하고도 핫하게 세상을 비튼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의 별명은 ‘개천마리’. 천 마리는 보신탕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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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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