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쪽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27쪽
자기 이익을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합리성이다. 이와 동전의 양면처럼,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는 개인의 이익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반대 인센티브(불이익)'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합리성이기도 하다.
27쪽
어차피 정답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다. ......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41쪽
특히 내 경우에는 나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는 데서 큰 재미를 느낀다. MRI 같은 거다.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소재)에 대해 내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글을 써봐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적어둔 글을 나중에 읽는 재미가 있다.
54쪽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B, 플랜C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55쪽
그런 점에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62쪽
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투영하여 과잉 열광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하루하루를 분노, 절망, 투쟁, 당위만으로 채우는 것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이들
은 불행하다. 그리고 그들이 이끌고 가는 곳에 행복한 유토피아가 있을 리 없다. 나는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채워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에는 주저 없이 자기 힘닿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비극이 가득했지만, 그 어떤 불행한 시대에서도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17쪽
실제로 오늘날 일본 젊은이들의 행복지수는 근래 40년 중 최고치란다. ...... 일본 젊은이들은 고도 성정기의 버블이 다 꺼진 지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후루이치 노리토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실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세대론보다 모든 생물의 특징인 '적응'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155쪽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법관으로 일해온 경험에 비춰보면 실제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상당수는 인과관계도, 동기도, 선악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 그래서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냉정한 '팩트' 집합으로 보이는 신문기사보다 주관적인 내면고백 덩어리로 보이는 문학이 실제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을 더 잘 설명해줄 때가 많다.
155쪽
협소한 상식에만 갇혀 있는 인간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174쪽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멍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199쪽
'그러니까 당연한 거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더더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예를 들어 남성의 성욕이 본능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성범죄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러니까 더더욱 그로 인한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정교하고 강력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 불편하다는 이유로 실재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반대로 실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것은 무조건 옳다고 보는 것을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한다. 실은 그 반대가 맞는 경우가 많다.
203쪽
남의 판단으로 자기 판단을 대체하지 말고 각 개인이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207쪽
보수, 진보란 보통 정부의 역할, 복지정책, 조세정책 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구별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사회에서 가장 열렬히 대립하는 사항은 실은 이념, 정책이 아니라 어느 대통령을 '사모'하느냐와 애향심 아닐까. 여기에 세대 문제가 결합된다. 조용필 세대와 서태지 세대가 서로 '울 오빠'의 업적이 더 뛰어나다고 싸우는 꼴이다. ...... 우리 사회는 사실은 제대로 된 이념이 부재한 곳인데도 이념 코스프레 중인 상황은 아닐까.
208쪽
이념이란 신념의 체계이기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 ...... 그러나 정책은 토론과 타협이 가능하다. ...... 이념이든 정책이든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213쪽
제보자는 진실을 밝히는 계기일 뿐이다. 한 점 티끌 없이 고결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눈먼 의리가 아니다.
267쪽
사실 비평할 논리야 얼마나 많은가. 미봉책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현상만 일부 건드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름 노력은 한 것 같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력이라도 해보려는 남을 냉소함으로써 그것도 하지 않는 비루한 자신을 위안한다. ...... 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일이 있다.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
...... 우리 사회의 이런 문화가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책임자를 결정장애와 도피심리로 몰아넣는 측면이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영미식의 실용주의 가치관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전제 아래 해야 할 의무를 다 이행했다면 과감하게 면책한다. ...... 이것이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지게 하는 사회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네이버 책]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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