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김별아

6쪽
대안 가족이란 결국 가족을 파괴하기보다 가족 안에서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워지기 위한 도전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려 한다. 그것은 '비정상'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평화, 그리고 박애에 대한 찬동이다.

9쪽
행복의 형식을 더욱 다양화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겪어내야 할 불행은 더없이 다양한 반면 행복은 몇 가지의 단순한 모습밖에 보여 주지 못한다. 행복을 뻔한 틀 속에 가두고 박제화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30쪽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짐은 더 무거워진다. ......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여행에 대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챙기는 필수품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출해진다는 것이다. ...... 여행에서나, 여행 같은 우리네 삶에서나.

32쪽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필요'를 자신의 것으로 믿으며 지갑을 여는지도 모른다.

33쪽
혼자 힘으로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무인도에 고립되어 견딜 수 없다. 설령 그가 내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도, 내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일지라도, 그는 꼭 그곳에 있어 주어야만 한다.

40쪽
인류학자들이 석기시대적인 생활을 하는 수렵 채집 민족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식량의 70퍼센트는 여자들이 캐내는 뿌리채소류로 충당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기 위해 산과 들과 강을 쏘다니지만 대개는 수확 없이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인류는 어떻게 먹고살았을까? 배고픈 식구들은 빈손의 남자를 탓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다행히 여자들이 캐온 감자와 고구마가 있었다. 그들은 사이좋게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54쪽
가까운 선배 K는 이혼을 하고 사춘기의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여성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결손 가정'이지만, 그들은 '정상'인 어떤 가정의 모자 관계보다 이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건 모성애가 아니야. 아들이 날 사랑하는 걸 효도라고 부를 수도 없을 테고. 우린 다만 인류애로 뭉쳐 있는 거야.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순정한 사랑! 우리 모자는 박애주의자일 뿐이지!"

65쪽
미국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중 4분의 1가량이 가족 내에서 일어난다.

105쪽
어떤 심리학자는 현대의 아이들이 불행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부모의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이라고 했다. 숨어들어 묻힐 형제자매가 없으면 부모의 애증과 기대를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109​쪽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유인'으로 산다는 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이놈 저놈 집적거리는 것도 싫고 호의와 배려 앞에 주저하며 피해 의식을 품어야 하는 일도 지겨웠다. 어쩌면 결혼은 '여자'에서 '인간'으로 변화할 기회일 것 같았다. 진심으로 제3의 성 '아줌마'가 되어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여자'의 위치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단 한 사람의 소유가 되어 나에게 쏟아지는 '소유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우울한 모순이 결혼 결심에 얼마간 힘을 보탰다.

127쪽​
두 번째 범죄는 무언가 '당할 만한 것'을 했다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왜 새벽에 나가 돌아다녔냐, 왜 민소매 옷을 입었냐, 왜 섹시하게 웃었냐……. 차라리 왜 골치 아프게 여자로 태어났냐고 물으면 솔직함이라도 높이 살 텐데. 그래서 일각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의 희생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대신 '생존자'라고 한다. 여성은 살아남은 것 자체가 전투다.

133쪽
문제는 이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까지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몰아넣어야 속이 후련한 사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상 상태로 분류하고서야 안심하는 사회에 먼저 이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142쪽
가족이란 절체절명의 가치나 인류 최고의 제도이기 이전에 '관계'다. ...... 인간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네가 나와 같으려니 하는 것이다. 함부로 경계를 허물고 들어가 나의 이기적인 만족을 위해 상대를 희생시키고 상처 입히는 것이다.

166쪽
인간은 인간을 '만들' 수 없다. 가정은 '좋은 아이'를 제조하는 곳이 될 수 없다.

172쪽
공포와 금기의 거품을 걷고 보면, 존속 살해의 역사는 깊고 끈질기다. 부모는 한 인간에게 육체를 부여한 결정적인 존재인 동시에, 그의 인생에 가장 깊숙이 작용하는 권력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의 투쟁은 한 인간이 성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네이버 책]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김별아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가족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 왠지 가슴 뭉클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치가 떨리거나 혹은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사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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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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