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 김창엽, 김형수 외

■ 오츠루 타다시

 

71쪽
그런데 자연 치유력에 대한 신뢰는 현대 의학에서 기술적인 가능성이 표출됨에 따라 후퇴해 가고 있다. 현대 의학은 단순한 기술이라는 성격을 점점 강하게 지니고 기술을 완벽하게 만들어 나아갈수록 인간 안의 자연 치유력이 무엇인가를 보지 못한다.

■ 김선민


93쪽
이런 의미에서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는 자유권인 동시에 사회권이다. 논리적인 차원을 떠나서 실질적으로 자유권과 사회권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비용의 문제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다. 그리고 사회권을 이룩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사회 구성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그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최저선을 의미하고 그 최저선이란 바로 비용의 측면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수준에 따라 좌우된다. ......
반드시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주거나 건강 분야의 사회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 사회가 어느 정도의 최저선을 모든 구성원에게 보장하여야 하는가는 그야말로 사회권 규약에 명시된 대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수준까지"이다.

■ 유동철


114쪽
이러한 정상화의 이념은 ADA에서 차별 금지의 법리로 나타난다.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통합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별 금지의 법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상이한 취급 금지의 법리이고, 둘째는 간접 차별 금지의 법리이며, 셋째는 적절한 배려의 법리이다.

116쪽
미국의 ADA는 정상화와 차별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것이 있다. ......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장애인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래야만 실질적인 통합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7쪽
코페르니쿠스는 놀랄 만한 전환을 이루었다. 그는 지구 대신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두었다.

■ 김정열

 

134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제일 크든지, 아니면 동양에서라도 제일 크다든지, 어찌 됐든 가장 큰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최고로 큰 시설, 세계에서 제일 큰 수용 시설을 외국 손님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준다. 가장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왜 부끄러운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 김형수


161쪽
우리는 어느 공간에 어느 건물이 남자만 있고 여자가 단 한 명뿐이니 남자 화자실만 만들고 여자는 사람 수가 적지만 편의를 봐줘서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지는 않는다. 여성 화장실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있는 것일 뿐 편의 시설이 아니다. 장애인 역시 정말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려고 한다면, 장애인 화장실이나 경사로는 편의 시설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166쪽
장애인에게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고, 봉사와 희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 난 지금까지 대학의 수많은 장애인 관련 봉사 동아리와 사회복지학과나 특수교육학과가 오히려 장애인의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단언한다.​

167쪽
......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국가에 의한, 정치에 의한 의도된 조작품이란 사실은 설사 서구 유럽과 우리 나라의 사회 복지 발달이 서로 극단적이라 하더라도 동일하다. 왜냐하면 국가나 사회가 우리 나라처럼 편견과 차별에 대한 해답으로 사랑과 봉사를 강조할수록, 그만큼 국가와 사회의 실질적 책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징벌의 문제를 사랑과 봉사의 이데올로기로 풀려고 하면 할수록 본질에서는 멀어진다.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하는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국가와 사회는 임금을 줘야 하는 "프로"의 기용을 그만큼 피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사회 복지나 특수 교육이란 개념으로 분리하면 분리할수록, 오히려 프로는 사라지고 '소록도'화 된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장애인에 대한 전체주의적 함정이다.
장애인에 대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곧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해악을 끼치는 존재임을 전제하고 있다. 

168쪽
...... 그래서 어쩌다가 장애인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학교가 나타나면 우리 사회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학교장이나 교수는 우리 장애인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느냐고 은근히 자랑한다. 이런 도덕적 파시즘이 난 무섭다. 이런 교묘함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이런 사회의 도덕적 파시즘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만들어버렸다. 늘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사랑과 이해를 받아야 하는 존재, 고마워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존재, 장애인은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한다. 자기 존엄을 거부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장애인, 차별과 억압을 자기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당연시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 나의 모습이다.​

■ 신영전


219쪽
요약하면 이른바 가치 중립성과 엄밀한 과학성을 표방하는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은 지배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나누는 배타적인 권한을 획득하였고, 이러한 심판의 권한을 통해 부여받게 되는 사회적 권력과 함께 시장에서의 독점을 통한 경제적 권력도 동시에 획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지배 질서에 도전하여 혼란을 야기시키고, 비생산적이며 생활 활동에 방해가 되는 정신 질환자들을 이 사회에서 배제시키고자 하는 지배 권력이 의기 투합을 이루면서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 정도상


243쪽
모든 책임을 나치 정권과 히틀러한테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 국가주의에 기꺼이 동의했고 히틀러한테 무한 권력을 위임했으며 끝내는 학살에 참여했던 사람들. 그들 속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김은정


265쪽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산업 사회에서 어떤 신체적 조건이 이상화될 때 사람들은 이러한 이상형을 달성하도록 요구받는다. 이상형을 달성한 사람들이 늘고 이상형의 이미지가 보편화되면 이상형은 곧 정상으로 간주되고 정상으로 간주되던 것들은 비정상의 범주로 밀려난다. 한 집단의 이미지가 지배적인 것으로 이상화되면, 그 집단의 기준에 따라 다른 집단이 가진 특성들은 이들을 배제하는 원인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266쪽
장애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사회 구조가 그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기 때문이다.

279쪽
차이에 기반한 평등, 평등에 기반한 차이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만이 다양성이 베풀어주는 풍요로운 가르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책]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 김창엽 외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장애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고발하는 책. "당대비평"을 통해 발표된 글들을 수정, 보완하여 묶었다. 장애는 사회,정치,문화적인 문제이며, 타자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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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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