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잡기-2022-020]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 별 셋 - 0428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310쪽
일본이 이런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귄터 니츠케Gunter Nitschke의 '시간이 돈이고, 공간이 돈Time is Money - Space is Money'이라는 글에서 잘 설명되어 있다. ......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 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은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34쪽
단순히 물체만 만드는 것은 조각이다. 건축이 조각과 다른 점은 건축은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물체를 만드는 행위라는 점이다. 인간은 건축물이라는 물체를 만들고 그 물체가 만든 빈 공간을 인간이 사용한다. 빈 공간을 프레임하기 위한 물체를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추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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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쪽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 '정량적 하모니', '숫자', '이성', '기하학'은 서양 문화의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되며, 수학이 서양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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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쪽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공자, 노자, 석가모니의 영향으로 동양 문화의 가치 체계는 '관계'와 '비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특징 지을 수 있다.

 

145쪽
강수량은 농사의 주요 품종을 결정하고 농사법은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을 형성했다. 또한 강수량은 건축 재료를 결정했고, 그에 따라서 건축 공간의 성격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고, 반대로 생각은 건축 공간의 디자인을 결정하기도 했다. 결국 자연환경이라는 부모는 사람의 생각과 건축 공간이라는 두 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생각과 건축 공간은 같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자녀처럼 공통된 성격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공간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공간을 만든다. 기후, 농사법, 공간의 성격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생각, 이 네 가지는 때로는 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때로는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수천 년간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형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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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150쪽
개미와 벌, 이 두 곤충의 집을 보면 동양과 서양의 공간이 다른 특징을 갖게 된 배경과 이유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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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쪽
제품을 선망하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문화를 수용하게 된다. 그 나라의 문화를 선망해도 그 나라의 제품을 선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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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쪽
많은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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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이처럼 역사상 뛰어난 생각은 모순되는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화합시키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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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쪽
문화적 요소의 융합이 배제된 상태에서 기술적인 부분만 적용하면 다양성이 소멸된다. 21세기 문화 다양성의 멸종 문제는 기술적 요소만 도입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356쪽
문화인류학적으로 한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은 서로 비슷한 생각과 공감대를 공유하게 되는데, 이와 유사하게 같은 컴퓨터 언어, 즉 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결과물들은 서로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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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쪽
<미래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 ...... 사람의 상상은 대부분 자신과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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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쪽

이후 새로운 창조는 생소한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동서양의 문화과 교류되면서 먼 곳의 색다른 삶의 모습을 흉내 내면서 새로운 문화와 생각을 만들기도 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더 이상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이 없자 인간은 새로운 학문 분야로 눈을 돌렸다. ...... 지리적으로 더 이상 발견할 땅이 없자 인간은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신대륙도 만들었다. 창조적인 인간은 항상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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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쪽
역사 속에서 새로운 생각은 위기와 다름에서 시작했다. 위기와 다름은 보통 갈등과 충돌을 야기한다. ...... 새로운 생각은 갈등과 충돌을 화합시키려는 마음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네이버 책]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