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쪽
모든 놀이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놀이의 본질이 '본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에 놀이를 가리켜 '의지' 혹은 '의도'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많이 말해 버린 것이 된다. 우리가 놀이를 어떻게 보든 간에, 놀이에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놀이의 본질 속에 비물질적 특징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80쪽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 행위로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며,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109쪽
놀이 개념 그 자체는 진지함보다 더 높은 질서 속에 있다. 왜냐하면 진지함은 놀이를 배제하려고 하는 반면, 놀이는 진지함을 잘 포섭하기 때문이다.

168쪽
우리 현대인은 신의 뜻, 운명, 찬스(행운)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개념적으로 구분하려 든다. 그러나 원시 부족의 사람들(혹은 고대인들)에게 이 셋은 하나였고 서로 비슷한 것이었다.
(......) 그런데 시련(ordeal)의 원래 출발점은 경기, 즉 누가 이길 것인가 하는 테스트였다. 고대인의 정신 속에서 경기에서의 승리는 곧 진리와 정의의 증거였다. 힘겨루기든 사행성 게임이든 모든 경기의 결과는 신들이 보증하는 신성한 결과였다. 우리는 만장일치 의결이나 다수결 투표를 받아들일 때 지금도 이런 심리적 습관에 빠져든다.

241쪽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는 종교, 과학, 법, 전쟁, 그리고 정치가 점차 놀이와의 관계를 잃어버리는 반면에, 시의 기능은 여전히 그 원천인 놀이 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를 창조하는 것은 실상 놀이의 기능이다. 시는 정신의 놀이터에서 벌어지며, 그 놀이터는 정신이 그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이다. 시 속에서, 사물들은 '일상생활'과는 굉장히 다른 외관을 지니게 되고, 논리와 인과 관계를 훌쩍 벗어나 다른 유대 관계로 매이게 된다.

295쪽
'학교(school: 그리스 어에서 유래)'라는 단어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원래 이 단어는 '여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문명이 젊은이들의 자유 시간을 점점 더 제한하고 유년기 이후 일상생활에 전념하도록 젊은이들을 유도함으로써, 이제 스콜레(학교)는 체계적인 작업과 훈련이라는, 원래의 뜻(여가)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321쪽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빈둥거림, 즉 여가는 우주의 원칙이었다. 빈둥거리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나았으며, 실제로 그 자체가 모든 일의 텔로스(목적)였다.

384쪽
놀이와 분리된 스포츠
19세기 후반, 1875년경 이후부터 스포츠라는 게임은 점점 더 진지한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경기 규칙은 점점 엄격하고 까다로워졌다. 전보다 더 빠르고 더 높고 더 날렵한 스포츠 기록들이 수립되었다. (......)
이처럼 스포츠가 조직화, 제도화 하면서 순수한 놀이 특질은 점점 사라졌다. 우리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현상에서 이것을 간파할 수 있다(전에는 '신사와 선수'라는 완곡어법을 사용했다). 놀이 집단은 놀이하기가 더 이상 놀이가 아닌 사람들을 따로 구분했고, 그들이 놀이 정신에서는 열등하지만 기량의 측면에서는 월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전문 선수의 정신은 더 이상 순수한 놀이 정신이 될 수 없었다. 프로에게는 자발성과 무사무욕의 정신이 없었다. 
프로의 등장은 아마추어에게도 영향을 주어 열등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프로는 점점 더 스포츠를 놀이의 영역으로부터 멀리 밀어냈고, (......) 스포츠는 세속적인 것, '성스럽지 않은' 것이 되었고, 사회 조직과는 무관한 것이 되었으며 정부의 지시에 의해 주도되는 스포츠 행사는 더욱 그렇게 되었다. 현대의 사회적 테크닉의 발달로 인해 운동장에서 거창하게 대규모 행사를 조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올림픽 게임이나 미국 대학들의 조직적인 운동 대회나 요란하게 선전하는 국제 대회 등이 스포츠를 문화 창조의 행위로 격상시키지 못한다. 그런 대회가 운동선수나 관중들에게 중요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문화적으로 불모의 행사인 것이다. 예전의 놀이 요소는 완전 위축되어 버렸다.

388쪽
진정한 놀이가 되려면 어른이 동심으로 돌아가 놀이하는 그런 게임이 되어야 한다.



[네이버 책] 호모 루덴스 - 요한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

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서곡이다!인간의 존재와 행위 양식의 본질을 파헤친 기념비적 저서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자신이 탐구해 온 예술사와 종교사 등 인류 문명에 관

book.naver.com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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