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쪽
2009년 한국의 GDP는 1,063조 원이다. 대략 약 1,000조 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같은 해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GDP 20.1%로 예상된다. 그러면 한국 국민들이 얼마를 세금으로 내고 있을까? 조세부담률로 절대 금액을 끄집어낼 수 있다. 약 200조 원이다. 국제 기준에 따라 필자가 대략 계산해보니 2009년 한국의 복지 재정은 약 GDP 9%대로 추정된다. OECD 자료를 보면 회원국 평균은 약 20%로 그 차이가 11% 포인트에 이른다. 그러면 한국이 얼마를 더 복지에 지출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110조 원을 더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OECD에 가입했다고 마냥 우쭐댈 일이 아니다.
94쪽
향후 복지 지출은 어떠할까? <2009~201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제시된 복지 지출 평균 증가율이 6.8%다. 그런데 매년 제도적 증가분이 복지 지출 총액의 4%에 달한다. 평균 6.8%의 복지 증가율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제도적 증가분을 제하면 실제 정부의 정책의지가 작용하는 복지 지출 증가는 3%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이 2.6%이다. 결국 제도적 증가분을 빼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다른 정책적 복지 사업은 계속 제자리에 머물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복지후진국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106쪽
본래 직접세와 간접세를 구분하는 기준은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부담자'와 세금을 과세 당국에 납부하는 '납세의무자'의 관계다. 직접세는 세금부담자와세금 부담자와 납세의무자가 일치하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의 경우 세금 부담자가 자신의 소득에서 일부를 국가에 낸다. 회사에서 총무과 직원이 대행해주지만 법적 납세 의무자는 근로자 자신이다. 반면 간접세는 세금 부담자와 납세의무자가 일치하지 않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의 경우 내가 물건을 살 때 애초 상품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추가 지불하지만, 이 세금을 납부하는 법적 의무자는 내가 아니라 나에게 물건을 판 사람이다.
121쪽
실제로 건강보험료는 상당한 재분배 효과를 낳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행 건강보험의 재정은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사용자 몫, 정부 몫으로 구성된다. 가입자가 100원을 내면 자동적으로 총 190원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정률로 모아지고, 급여서비스는 아픈 만큼 지급된다는 점이다. '능력대로 내고 필요만큼 받는' 사회연대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126쪽
한국에서도 '성인지'란 용어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성인지란 사회에 구조화되어 있는 성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제도나 정책이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접근을 말한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사회를 되돌아보면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성 중립적이라고 가정되거나, 혹은 성별 영향을 무시한 채 편성되어 왔다. 국가재정마저 기존 성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는 데 일조해온 셈이다. 이에 국가재정이 성평등을 증진하는 방향에서 운용되도록 정부예산의 편성, 심의, 결산과정에서 예산이 미치는 성별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성인지 예산제이다. 2010년은 이 제도가 시행된 첫해다.
140쪽
현재 프로그램 예산제도에서 복지 지출액은 전체 16개 분야 중에서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를 합쳐 계산된다. 여기에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보건복지, 국토해양부의 주거복지, 여성부의 여성복지, 노동부의 고용복지, 국방부의 군인복지 등이 도두 포함된다. 이제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정부보전금도 모두 복지 지출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 부처별 사업들이 프로그램 예산제도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분야'로 배치되었는지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다. 만약 복지로 보기 어려운 사업임에도 정부 관료가 이를 복지 분야로 배치하면 이 사업은 복지 지출로 계산되어버린다. 복지 재정 규모 부풀리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143쪽
과연 국토해양부 소관 주택 부문 제출을 복지 재정으로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여기에 포함된 거의 대부분의 사업들이 국민임대주택 건설 융자, 주택구입 자금 및 전세 자금 융자 등 국민주택기금의 융자 사업이다. 융자금은 주거자나 건설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돈으로 이후 회수되는 재정이다. 상식적으로 융자금 전체를 복지 지출로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159쪽
한국의 퇴직금이 적극적 이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급여이고, 중간 정산이 일어나거나 연봉에 포함되는 등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모든 금액을 '사회복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법젇ㅇ 퇴직금 중 법정 은퇴연령에 도달하여 받는 퇴직금만 노령 복지로 인정되었는데,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전체 퇴직금 중 약 20%인 3.7조 원(GDP 0.45%)만 사회복지 지출로 계산되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GDP 2%에 육박하는 법정퇴직금을 모두 사회복지로 포함해 왔던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2007년에 오히려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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