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지하철이, 산업단지가 내 집이나 일터에 들어서야 한다면 수용의 대가로 얼마를 보상받아야 적당할까? 보통의 경우 이때 처음 접하게 되는 감정평가사, 과연 이들은 내 집터 및 일터의 가치를 전문가답게, 불편부당하게, 믿을 만하게 책정해 줄까?
납득할 수 없는 보상 금액
사유재산 강탈이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까지 이곳 부천 소사역과 안산 원시를 잇는 복선 전철 건설을 계획하면서 지하철 1호선 소사역 3번 출구 일대가 새 전철역 부지로 수용됐다. 그런데 부천 소사역 3번 출구 앞에 지난달부터 상여 행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과일가게, 컴퓨터수리점, 슈퍼마켓 등을 해온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낮에 가게 문도 닫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유는 자신들의 재산에 대한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지지지 않은 채 상가 건물이 강제 철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A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과일 가게 운영 曰 8년 전 권리금이 1억이었다. 보상금? 5천 정도 받았다. 더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투자한 만큼만이라도 달라는 거다. 그런데 1/10도 안되는 금액을 주면서 나가라고 하니, 이건 이사 비용만 받고 나가라는 말밖에 안된다. 지금 지하철역 바로 앞인데, 이런 자리 구하려면 적어도 3억은 쥐고 다녀야 다른 데 가서 가게를 구하지, 안 그러면 못 구한다. 남한테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노점, 트럭 행상으로 장사해 모은 돈으로 8년 전 이 엄청난 ‘권리금 1억’이란 가게를 얻은 거다. 그때 살던 전세금까지 다 빼서 보탰다.
B 씨의 아내 소사역 상가 임차인, 커피전문점 운영 曰 남편 명예 퇴직 후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시작한 가게다. 아직 대출금은 갚지도 못했다. 생계 문제가 달린 이곳을 나가라고 할 때는 그만한 대가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들이지도 않은 걸 그냥 달라는 게 아니지 않나. 이 서류를 다 제출했는데도 보상금이 그것밖에 안 나왔다는 건 말이 안된다.
B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커피전문점 운영 曰 국민의 사유재산을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게 무슨 공익사업인가?
원칙도 없다
상인들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업장 내의 인테리어와 설비, 3개월 간의 영업 이익 등을 합산한 보상금 내역서에는 같은 시설물도 업소에 따라 포함되거나 누락되는 등 조사의 형평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C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식당 운영 曰 다른 상가 보상 내역을 보면 조명이 포함돼 있는데, 우리 내역서엔 조명 종류가 하나도 없다. 더 웃긴 건, 있지도 않은 마루 시공 항목이 들어가 있다는 거다. 같은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해야 공정한 거 아닌가?
D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횟집 운영 曰 우리 항목엔 '설비'라는 게 전혀 없다. 주방이나 인테리어도 없다. 똑같은 횟집인데도 이 집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E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曰 우린 가스시설이 없다. 수도 설비도 우리가 별도로 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것도 없다.
C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식당 운영, 가추 증축 당사자 曰 (건축물에 붙여 증축한 시설을 가추라 부르는데, 가추는 증축한 당사자에게 보상되어야 한다.)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장소를 내가 판넬로 막아 화장실을 만들고 부엌을 확장했다. 그런데 이 가추가 내가 아닌 건물주 보상내역서에 포함돼 있더라. 보통 건물주가 세입자한테 본인 지장물 내역서를 일일이 보여주나? 아니다. 그럼 확인 자체가 안 되는 거다. 나도 건물주가 가족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이다.
근거도 없다
막상 시설물 누락을 확인해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세부 내용 없이 보상 항목을 나열한 내역서의 내용상의 문제다.
F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가추 증축 당사자 曰 수용되기 몇 개월 전 공간을 확장해 가추를 만들었는데 보상내역서에는 이 공간이 빠져있더라. 확인해 봤더니 주인한테 보상금이 갔길래, 잘못됐으니 삼자대면해 바로잡자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인테리어 항목에 포함됐다고 다시 말을 바꾸더라. 결국 공단, 주인과 두 번에 걸쳐 삼자대면한 끝에 보상금을 받아내긴 했지만, 이런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다. 무조건 인테리어에 들어갔다는데 무슨 말을 하나? 문도 다시 했다 하면 인테리어에 포함이다, 화장실 타일도 다시 했다 하면 그것도 인테리어다, 이런 식이다.
B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커피전문점 운영 曰 하다못해 볼펜 하나를 수주하더라도 심지 얼마, 스테인리스 얼마, 본인 이익 얼마, 해서 총 얼마, 이렇게 출고가 되는데, 인테리어 항목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목조목 가격을 매기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내역서를 쭉 보면 그냥 ‘일괄’이다. ‘일괄’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이의 제기 한다니까 협의신청서 내민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걸림돌이 된다.
F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주점 운영 曰 상수도 설비, 방 등이 감정평가서에 포함되지 않아 공단에 직접 물어봤다. 이의신청 같은 거 하는 방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그럼 간단히 편지 식으로 쓸까 했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되고 그쪽에서 가지고 있는 양식이 있으니 거기에 써라, 하고는 수용재결(수용을 위한 협의·보상이 결렬된 이후 퇴거를 전제로 새롭게 보상을 감정 받는 절차) 신청서를 보내왔다. 그런데 상가 임차인 비대위에서 수용재결신청서가 넘어가 버리면 끝이다, 그걸 받지 말고 이의를 분명히 밝혀라, 해서 뒤늦게 알고 공단에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말했다.
허옥신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처장 曰 협의가 안되니까 우리 측에선 수용재결을 요청했다고 판단해 신청서를 접수했다가, F 씨가 잘못 알고 한 거니까 취소해 달라고 해서 바로 취소 처리 했다.
F 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주점 운영 曰 취소하는 데에만 8개월이 걸리더라. 그 동안 바로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윤용근 토지보상 전문 변호사 曰 공익사업법은 협의 보상을 우선시한다. 그게 안 됐을 경우에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으로 하라는 것이지 협의 단계를 뛰어넘고 진행하라는 게 아니다. 본 사업 시행자는 그냥 밀어붙이기 식인데, 이는 법의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2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협의 보상이 진행되지 않는 소사역 주민들에 대한 강제 수용 결정을 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주민들을 퇴거시키고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단의 명도소송공문을 받고 상인들은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 이상한 감정평가 | 2013-03-27 | 추적60분 Link
※ 감정평가사의 '소용없는' 전문성 _이상한 보상금 3-2 Link
※ 어떻게 만든 단골인데... _이상한 보상금 3-3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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