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역을 공개하라
공익사업에서 토지, 건물의 가치나 임대인의 휴업 손실 등 보상액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평가사들이다. 감정평가사들이 내높은 금액은 바로 보상금으로 결정될 만큼 절대적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의 가치를 일괄 계산서로는 납득할 수 없다며 자세한 평가 내역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계속되는 재감정 요청으로 보상금이 오른 사례
지난 2009년, 서울시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 제3재개발구역에서는 투자액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보상액을 두고 주민들이 시행사인 조합에 감정평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 이에 승소해 철거지역 주민 최초로 ‘감정평가 세부 내역 공개’ 판결을 얻어냈다. 결국 2차 감정평가사들로부터 협의할 만한 액수의 보상금을 받고 나왔지만, 끝내 법원이 명령한 1차 감정내역평가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천시 가정동 택지개발지구 내에서도 보상평가 재감정 사례가 있었다. 철거 전 이곳에 있던 한 인쇄소가 이전비와 영업보상비를 합해 6,800여만 원의 보상평가를 받았는데, 영업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 재감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 경우 역시 구체적인 산정 내역은 없었다. 네 차례에 걸친 재감정 결과, 결국 영업이익이 평가 절하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동환 변호사 曰 사업시행자들은 주로 토지를 중심으로 보상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평가사 선임 시 토지 감정평가사를 선임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영업이익 평가까지 맡겨 버리는 것이다. 이 대목이 문제가 된다. 회계 관련 분야의 도움을 받아 영업이익을 평가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일괄해서 금액을 뽑는 경우가 많다.
소사역 상인들은 지금까지 두 차례 감정평가를 받았다. 재감정 결과 상가들의 보상금은 대부분 올랐다. 하지만 상인들의 의혹도 그만큼 커졌다.
G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曰 몇 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니까 도무지 믿지를 못하겠다. 4천에서 몇 백이면 몇 프론가? 무조건 많이 달라는 게 아니다. 더 주고 덜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일단 믿을 수가 없다는 거다. 올 때마다 몇 백씩 차이가 나는데 신뢰가 가겠나?
기존 가게의 시설물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시행사는 감가상각을 고려해 기존 시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금은방을 하는 H씨 부부는 현재의 규모로 이전할 때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인테리어 견적을 내 봤다.
이정수 인테리어 전문가 曰 가져가서 못 빼고 하는 게 새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새로 목재 사다가 현장에서 짜는 게 훨씬 더 일이 쉽다. 원래 꺼에서 뜯는 비용, 가져가서 다시 붙여서 수리하는 비용을 따지면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새로 한다는 가정 하에 이 매장의 큰 틀만 견적을 내 보면 3천만 원 정도 나온다.
H씨 소사역 상가 임차인, 금은방 운영 曰 그런데 감정평가사가 내놓은 금액은 840만 원이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분명 산출 근거가 있을 텐데 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답답할 뿐이다.
해당 감정평가사 曰 우리 나름의 근거 자료는 다 가지고 있지만 산출 내역을 공개할 순 없다. 해당 상인들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우리가 수사를 받게 되는 등 최악의 경우, 공개할 수 있는 비망록이 있지만 현재로선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관련 법은 평가 내역 공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감정평가사들이 그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종재 권익위원회 전문위원 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특별히 법으로 공개 의무를 규정하지 않는다, 제3자는 몰라도 된다, 이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다. 누구든지 의심을 갖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 주는 것이 옳다.
상인들의 요구는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 보상의 경우, 감정평가사가 일괄로 평가해도 현행 법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구체적인 산정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평가,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감정평가사의 '소용없는 전문성'
시행사의 압력에 온데간데없어지다
주민들이 감정평가에 의혹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금액 산정에 시행사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I씨 호암택지개발지구 토지주, 과수원 부지 소유 曰 맹지(도로에 접하지 않았거나 이륜자동차도 들어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 개발 가치가 떨어지는 땅)인지 아닌지 그 평가만으로도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 80은 돼야 되는 땅이 30~40만 원으로 나왔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항의하는 과정에서 LH가 감정평가사에게 보낸 문서 하나를 발견했다.
이건 맹지로 평가를 하라는 뜻이다. 말이 참고지, 누가 봐도 그렇지 않나? 감정평가사는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가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이런 목록을 줄 필요가 뭐가 있겠나? 전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이런 내용을 서류까지 만들어서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압력이 있다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다.
시행사는 감정평가사에게 평가할 물건 목록을 주도록 되어 있다. 다만 평가에 대한 지침은 줄 수 없다. LH는 목록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참고 자료일 뿐 압력은 아니다, 평가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감정평가사에게 있다고 밝혔고, 감정평가사 역시 문서와 관계없이 개인 소유의 땅에 만든 도로이기 때문에 맹지로 평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개인의 편익을 위해 만든 도로라 해도 공적으로 이용될 경우 사실상 도로로 인정이 된다.
I씨 호암택지개발지구 토지주, 과수원 부지 소유 曰 학생들이 등하교 때 이 도로를 다 사용한다. 한 번도 막은 적이 없다.
시의 입김에 자취를 감추다
J씨 전주 친환경첨단복합 산업단지 3-1단계 토지주 曰 보상액이 생각보다 낮은데 어떤 근거로 이렇게 책정이 됐는지 감정평가사랑 30분쯤 얘기하다가 은연 중에 그가 뱉은 말이, 본인도 동네 주민들을 생각해 최대한으로 책정하려고 애를 썼지만 시청의 간여로 해줄 수 없게 됐다는 거다.
의혹을 품은 K씨는 당시 감정평가사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 전주시가 감정평가사에게 보상 가격을 낮추라고 지시했고, 일부 감정평가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K씨 전주 친환경첨단복합 산업단지 3-1단계 토지주, 전 토지주 비대위 총무 曰 감정평가사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전주시가 다 하고 감정평가사는 꼭두각시인 셈이다.
전주시청 관계자 曰 우리가 이의 제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어느 부분이 좀 미흡하니 보완 좀 해봐라, 얘기한 것을 압력이라고 하는데, 어느 미친 사람이 압력 넣으면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넣겠나?
발주를 시청이 하는데 시청에서 이런 의견을 보내면, 감정평가사는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쉽게 말해 용역을 맡기면 용역 성과분 중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검토 과정을 거치듯이, 돈 주고 맡겼으니 결과물에 대해 만족할 만한지 아닌지에 대해 검토해 보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K씨 전주 친환경첨단복합 산업단지 3-1단계 토지주, 전 토지주 비대위 총무 曰 감정평가사와 사업시행자 간에만 조정 의견이 오간다. 토지 수용자들은 결과만 통보 받을 뿐이다. 그러니 감정평가사는 당연히 돈 주는 사람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쪽에서 기침 한번 하면 이쪽에선 쓰러지는 거 아니겠나?
시행사는 감정평가사 선정에서 평가료 지급, 토지주에게 공표되기 전 심사까지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감정평가사는 시행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曰 공익사업 보상의 기준 자체가 시행사나 국가에 상당히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점, 그리고 감정평가사의 수입이 의뢰인에게만 의존하고 있어 시행사는 평가사의 큰 시장이 된다는 점, 문제는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감정평가사가 중립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김종재 국민권익위 위원 曰 토지보상법의 큰 줄기가 투기방지대책으로 편향되면서 다소간 선량한 피해자 발생의 여지가 생겨났다. 공익사업을 원활히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 이상한 감정평가 | 2013-03-27 | 추적60분 Link
※ 수용보상금 준다더니 이사비용 쥐어주며 나가란다 _이상한 보상금 3-1 Link
※
어떻게 만든 단골인데... _이상한 보상금 3-3 Link
막돼먹은 강자씨 MONZAQ
'막돼먹은 강자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있으면 암도 고치는 나라, 돈 없으면 감기도 못 고친다 할 판 (0) | 2013.04.04 |
---|---|
어떻게 만든 단골인데... _이상한 보상금 3-3 (0) | 2013.04.02 |
수용보상금 준다더니 이사비용 쥐어주며 나가란다 _이상한 보상금 3-1 (0) | 2013.03.29 |
브랜드 무당? 진정한 무속인은 방송에 안 나온다 (1) | 2013.03.23 |
외제차 타는 대출 사기 업자, 월세 보증금 빼앗긴 대출 사기 피해자 (0) | 2013.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