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계발서] 1-4 우열이 아닌 다름을 깨우친다 <소속과 자유>

제1지침  우열이 아닌 다름을 깨우친다

 

1-4  소속과 자유

 

밤낮 게임에 매달리는 남편 때문에 속깨나 썩는 아내들이 의외로 많다. 그네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장점, 그들만의 특징, 지금껏 생각지 못한 그들만이 지닌 가능성이 있다. 이를 파악하고 생각을 바꾸면, 남편들이 변하든 아니든, '나'는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남편, 나의 그놈은 그 어떤 것에서도 중독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자랑이냐고? 그럴 리가. 어딘가에 중독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속도 거부한다. 중독과 소속이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같은 이유에서 중독과 소속 모두를 사양한다. 둘 대신 좇는 건 '자유'다. 중독은 사람을 구속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중독 증세에 의해 무언가를 무한 반복하게 만든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 역시 안정감을 주지만, 소속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규정된다. 또는 맡아 해야 할 일이 추가된다. 일종의 구속인 셈이다.

 

독립성으로 똘똘 뭉친 내가 '외로움'의 감정을 정확히 모르는 것처럼, 그는 '소속감'과 '중독'의 기분을 모른다고 한다.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속해 있어도, 항상 관찰자 모양 뒷짐 지고 한 발짝 떨어져 지켜만 본다. 다른 성향들과 마찬가지로, 관찰자적 태도 역시 타고난 기질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게임에도, 여타 취미 생활에도 깊게 빠지지 않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빠지지 '못한다'는 게 맞을지 모른다. 게임을 해도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각자의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보를 탐색하는 나와는 달리, 딱히 할 게 없는지 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유롭게 다양한 취미와 오락 사이를 넘나드는 사람은 한 가지에 매달리지 않는 대신, 다채롭고 재미난 취미 활동을 계속해서 필요로한다. 경제적 여력이 있을수록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자전거, 기타, 카메라, 와인 등 스포츠에서 악기, 전자제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한도 끝도 없다. 컴퓨터 게임으로 눈이 벌겋게 출혈된 동지. 조용히 방에서 약간의 전기만 사용하고 있는 그. 갑자기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지 않나.

 

자유에 대한 갈망은 부담 내지 속박을 사절하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극도로 자유를 원할 경우,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의 경우, 자식을 낳는 것마저 거부할 수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기존의 권리에 의무만 더해지는 걸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다. 자식이 주는 기쁨은 비할 데가 없다고들 하지만, 개인적인 성향상 그 기쁨과 자유를 맞바꿀 수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에게 자녀 양육이란 평생토록 끝나지 않는 의무일 뿐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말한다. 제 밥 그릇은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라고. 대학교육까지 드는 비용이 아이 한 명당 얼마씩이냐를 계산하고 있는 마당에, 이보다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국가보조금인지 지원금인지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재 '엄마들'의 생각이다. 자녀 양육에 더불어 얻게 되는 보상.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자녀. 하지만 그 기쁨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의무가 줄어들진 않는다. 자녀 양육의 부담을 덜어 주는 건 씁쓸하지만 '돈'이다. 자식이 사랑스럽지 않아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는 부모, 본 적 있나?  

 

본격적인 자녀에 대한 이야기는 할 말이 아주 많은 관계로, 뒤로 미룬다. 하고자 하는 건 이런 얘기다. 애인지 어른인지 잔소리하게 만드는 아내, 놀아 달라고 보채는 올망종말한 아이들의 애원에도 게임에서 빠져나올 줄 모르는 남편, 애인, 또는 동거남(녀). 답이 없어 보이나? 하나만 명심하자. 지금 당신의 상황은 누군가가 사무치게 바라는, 그야말로 '평범한' 가족, 연인의 모습일지 모른다는 것.

 

 

시트콤 부부일기 ^MONZ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