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침  우열이 아닌 다름을 깨우친다

 

1-3  사회성과 독립성

 

흔히 '사교성'이라 일컫는 '사회성'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①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을 즐긴다. ②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 데 능하다. ③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대화에 참여하거나 진행시키도록 쉽게 유도한다. ④ 여럿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독립성'은 반대다. ① 혼자 있는 상황을 즐긴다. ②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붙이거나 대화를 이어 가는 게 불편하다. ③ 다른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터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다. ④ 복잡다단한 문제도 혼자서 해결 가능하며, 팀보다는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능률이 오른다. 친구 및 지인의 수, 원만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의 여부만으로는 사회성과 독립성을 가리기 어렵다. 독립적인 사람도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 있으며, 사교적인 사람도 사소한 이유로 대인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혼자 있는 때를 좋아할 수 있다.

 

사회성과 독립성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는 '능력'이 아닌 본래부터 지닌 '성향'으로 파악할 때만이 행복과 직결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어떤 방식을 더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더 마음이 편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판단이 선 이후에는 각 성향을 일상생활과 업무에 적극 활용하면 그만이다. 생긴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행복에 다가서는 방법이다. 참 쉽지 않나?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질'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기질은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이다. '성격적 소질''성향'이 곧 '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음을 뜻한다. 우선은 자신의 기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다음 상황을 통해 착각을 피하기 바란다.

 

그와 나는 각종 모임, 결혼식, 장례식 등 웬만한 행사엔 함께 참석한다. 그 세월이 벌써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에 달한다. 함께 모임에 나가 보면 둘만의 시간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한, 색다른 발견을 하게 된다. 사회성이 발달한 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 자리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끈다. 중요한 건 많은 말과 몸짓, 주도적인 언행이 항상 동원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어떤 모임이든, 평균적으로 말은 내가 더 많다.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아니다. 훌륭한 MC로 게스트의 발언을 유도하는, 그들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사람을 꼽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사회성이 뛰어난 그가 독립적인 나를 제치고 먼저 나설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린 둘 다 길치다. 지도가 있어도 거의 들춰 보는 일이 없다. 진정한 길치는 지도를 봐도 모른다! 둘만의 여행길에 오르면, 정확한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하지 않는 한 헤매는 건 다반사다. 얼추 근처까지 도착했다 싶으면 나는 차를 세우고 누구에게든 묻는다. 반면 그는 가다 보면 나오겠지 하는 식이다. 편의점에라도 들어가 묻고 나오라고 하면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확실한 용건이 있을 때, 독립성만 가득한 나는 사회성이 주인 그보다 낯선 이에게 더 쉽게, 더 먼저 말을 건넨다. 이는 MBTI의 판단Judging과 인식Perceiving의 차이로, 사회성 및 독립성과는 거의 무관하다. 착각은 금물이다.

 

사회성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공감'이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독립성은 공감 '표시'에 대해서도, 공감 '획득'에 대해서도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타박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나는 나고 너는 너다. 각자가 독립적인 존재로, 자기만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독립성의 부족한 공감 능력을 이기심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상대와의 접점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사람들이 가진 장점이 있다. 귀가 얇지 않다는 것. 스스로 판단하고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일부의 주장에 쉽게 휩쓸리거나 정보를 곧이곧대로 흡수하지 않는다. 주관이 뚜렷하니 그럴 수밖에. 하나가 더 있다. 외로움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인간 소외 현상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 독립성보다 사회성이 발달한 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 나는 독립성 쪽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데 대한 자위니 결코 발끈하지 마시라.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공감력은 대인 관계 또는 분위기에 이바지한다. 그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항상 관심이 지대한 것처럼 보인다. 아는 얘기도 몰랐다는 듯, 새롭게 알게 됐다는 듯, 매우 신기하다는 듯, 경청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실제로 그가 주의 깊게 듣고 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지만, 99%가 그렇게 본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 아닌가! 이쯤 되면 놈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보이는 '태도'만큼 '마음가짐' 또한 '너의 얘기는 정말 흥미로워!'였을까? 그에게 직접 물어봤다. 대답은 '사회성이 가득 담겨' 돌아온다. 그렇단다. 사회성이 투철한 사람들은 웬만하면 '부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분위기와 관계를 좋게 하는 포인트다.

 

독립적인 사람들이 '공감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 따위를 하는 게 아니듯, 사회적인 사람들도 '부정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는 건 아니다. 공감도는 매번 다르지만, 자동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긍정 및 공감의 리액션을 취하게 된다. 상대와의 대화 중, 얘기가 영 지루해지자 그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나는 그런 대로 들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나를 향해 묻는다. "내 얘기 재미없어?" 그리고는 서둘러 말을 끝맺는다. 뼛속까지 스민 사회성과 독립성은 이렇게 나타난다. 사회성과 독립성이 20:80인 내가 80:20인 그를 따라잡고 싶어 안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강점을 살리는 게 최선이다.

 

 

[행복계발서] 1-2 우열이 아닌 다름을 깨우친다 <준비성과 융통성> Link

[행복계발서] 1-4 우열이 아닌 다름을 깨우친다 <소속과 자유>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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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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