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진정 재난이 닥쳐 봐야 아는 것인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것을!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morrow (2004)

 

재난 영화는 대부분 '지구 및 환경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포함한다. 개인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부족한 탓에 재난 영화는 선호 장르 밖에 있다. 그러나 '인간성'과 '재난'을 접목시킨 대목은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짚어 볼 만 하다. <투모로우>는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하찮은 존재일 수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발명품은 무용지물

 

2000년대, 대중들의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온 건 단연 '핸드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은 때때로 무용지물이기 일쑤다. 위기의 순간에, 정작 필요한 순간에, 배터리나 신호 관련 문제로 우리를 배신한다. 위대한 발명품이란 극찬이 무색할 정도다. 아무도 이를 영화의 억지 설정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경험해 본 바가 있기에, 대부분 공감한다.

 

기후 이상으로 인한 혹한을 피해 국립도서관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 흔하디 흔한 핸드폰이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샘은 건물 내 공중전화를 찾는다. 다행히 공중전화는 통화가 가능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업그레이드 된 제품이 출시되면 이는 모든 면에서 이전 버전보다 훌륭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좋아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해진 만큼, 동시에 상당한 취약점을 지닌다.

 

모든 면에 있어서 뛰어난 '절대적인 우월함'을 함부로 내세울 수 없는 이유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과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행복에 우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촛불은 상당히 희미하고 나약해서 3파장 등등의 전구에 깔아뭉개진 지 오래다. 전기가 나가 보면 안다. 백 와트 전구보다 초 하나가 더 소중하고 고마운 순간도 있다는 것을.

 

인간은 미물

 

100년은 쓰지 않은 벽난로. 몸을 녹이기 위해 샘은 벽난로를 때기로 한다. 태울 만한 것은 도서관에 보관된 책들. 관리인은 책만은 안 된다고 하지만, 방법이 없다. 나라의 재산인 국립도서관의 책들을 땔감으로 써야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니체의 책만은 태울 수 없어. 19세기 최고의 철학자라구."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 싹 태워 버릴 만한 세법 관련 책들이 잔뜩 있네요!" 땔감으로 쓸 책을 모으면서도 저자, 내용을 고르고 있는 꼴이 헛웃음을 자아낸다.

 

경시 대회 참여차 뉴욕을 방문한 샘과 친구들. 주전부리로나마 얼마간을 버티기 위해 스낵 자동판매기를 소화기로 깨부순다.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물안에 함께 있던 한 노숙자가 말한다. "쓰레기통을 뒤져 보지 그래? 의외로 그 안에 맛있는 거 많다구." 노숙자의 '생활 노하우'가 기발한 '혜안'이 되는 순간이다. 아무도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왠지 모를 통쾌함이 스민다.

 

노숙자는 또 다른 노하우를 전수한다. 벽난로만으로는 역부족인 추위. 다들 커튼을 칭칭 감고 한껏 웅크리고 있다. 노숙자가 주섬주섬 뭔가를 하고 있다. "지금 뭐하세요?" 그는 너스레를 떤다. "보온 작업 중이지. 거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나만의 추위 극복 묘안이 있거든. 스포츠 신문이 최곤데! 자네도 한번 해 보라구." 책을 찢어 옷 속에 쑤셔 넣는 것이다. 고맙다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 역시 인간의 위아래는? 없다! 지금은 이 노숙자가 선봉이다.

 

그 와중에도 경시대회 문제만 계속 생각난다는 로라. 그녀는 미래만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 왔다. 그런데 그 미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로라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샘은 로라를 향한 마음 때문에 경시 대회 팀에 합류했다. 샘은 그제서야 진심을 털어놓는다. 로라는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했던 일.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앞날만 보고 내달린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감정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내일'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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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2004)

The Day After Tomorrow 

8.9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이안 홈, 에미 로섬, 셀라 워드

정보

드라마, 어드벤처, SF, 스릴러, 액션 | 미국 | 123 분 | 2004-06-0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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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메시지 ^MONZ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