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플레이
그때 그 시절
가해자와 피해자를 보면, 20년 전 우리나라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 경기가 떠오른다. 키가 20센치쯤 작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드리블도, 패스도, 유효슛도 상대에 비해 형편없다. 간신히 잡은 골문 앞 기회마저 장대 같은 선수들 여럿이 막아서서 좀처럼 볼을 찰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철통같이 수비하고 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대부분 골대 위로 공을 띄웠으니까. 멀리, 그리고 높이.
역습이다. 방금 전까지 자기 진영에 있던 놈들이 무섭게 내달려 우리 골문 앞까지 들어섰다. 우리 선수들은 잠시 후(!) 도착 예정이다. 골키퍼와 수비·공격진의 일(一) 대 다(多) 대결. 덩치도 작고 경험도 부족한 우리 골키퍼는 최선을 다해 몸을 날리지만, 손발 사이로 공을 놓친다. 순식간에 먹은 골.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가기 일쑤였다.
덩치도 작고 심적으로도 위축된 80년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꼭 피해자 같다.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뛰는 상대팀. 영락없는 가해자 위세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 돌아가는 꼴이 그렇다. 정작 정보와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건 피해자쪽임에도 불구하고, 세력은 가해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피해자가 역으로 가해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우려들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형사의 말에 따르면, 재범율은 70%를 웃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역공격할 힘이 있다면, 애초에 피해를 입지 않았을 거다.
철통 수비
소년의 반성 여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던 다혜. 그녀는 진정으로, 제대로 그 아이를 용서하고 싶었다. 그런데 가해자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탄원서까지 제출한 피해자 유족이지만, 다혜는 수비진들에게 해꼬지하러 나타난 괴물 취급을 당한다. 가족, 교사, 교화 담당 이외에는 면회가 불가하단다. 퇴원 및 출소 시기도 일급비밀인갑다. 유가족을 만나면 어린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냐며 관리인이 상냥하게 말한다. '소년의 갱생을 방해하지 말고, 썩 꺼져 주세요.'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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