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의 '가나안 교인'이 등장하다
개독교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불러온 한국 교회. 말이 만들어진 건 교회 밖이지만, 그 동기는 분명 교회 안에 있었다.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마저 공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피랍, 납세 논란, 대형 교회의 비리와 세습 등으로, 과장된 억지라는 '개독교'는 이내 그렇게 불려도 싸다는 '개독교'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쌓아 온 한국 교회의 위신은 몇 년 새 땅에 떨어졌고, 신도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났다. 비기독교인을 '세상 사람들'이라 칭하며 그들과 어울려서는 안 된다는 궤변에 고분고분했던 교인들이 의식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들여 올바른 기독교 가치관 대신 개신교의 사상을 주입시켜 온 한국 교회가 마침내 위기를 맞았다.
결국 '가나안 교인'이 등장한다. 교회에 나가지는 않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구약 성경에서 '히브리인들이 찾아 헤맸다는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니다. 교회에 '안 나가'를 거꾸로 해 붙인 이름이다. 가나안 교인은 최근 몇 년 간 급증했다. 몇 년 사이에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 '기독교인'의 의미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가나안 교인 역시 당연히 기독교인이다. 실제 기독교의 발생지인 유럽과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는 상당수가 '가나안 교인'이다.
주목할 점은 가나안 교인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꽤 오래 신앙생활을 해 왔다는 거다. 5년에서 15년을 교회에 다니다가 신앙은 유지한 채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건, 오랜 기간 보아 온 교회의 행태가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장기간 교회를 다니며 목회자와 신도들을 만나 경험해 본 결과, 한국 교회를 비난하는 여론에 일리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여전히 기독교의 교리와 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면서 교회 출석 여부만 달라진 것뿐이라는 가나안 교인의 말은, '기독교 자체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썩을 대로 썩은 한국 교회에 대한 회의'임을 증명한다.
가나안 교인을 선언하고 교회를 떠나는 신도들이 늘면서, 목회사회학 연구소 측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회들은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대형 교회의 문제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미 유명 교회는 한국 교회의 표상이 되었고 개신교 연합 내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실제로 가나안 교인의 42% 이상이, 다니던 교회의 문제로 결심을 굳힌 건 아니라고 답했다. 각 교회의 비리 하나하나가 모여 개독교를 만들었듯이, 각 교회 하나하나의 성찰이 모여야만 개독교를 기독교로 돌려놓을 수 있다.
'주일학교'란 기독교 초창기 시절 교회에서 주일(일요일)마다 신도들에게 교리와 그 외 교과목을 가르치면서, 교회가 일반 교육까지 겸하면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린이들이 모여 드리는 예배를 가리켜 주일학교라고 한다. 명칭에 남아 있는 인식 때문에 신앙심을 기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교양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무교의 부모가 자녀들을 교회에 보내기도 하고, 신앙은 없지만 개인적 정신 수양 또는 그런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를 위해 교회에 출석하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으레 교회에 나가는 이들, 어차피 교회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이들은 교회의 부패에 덜 민감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교회가 가나안 교인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평균 10여 년 교회를 다닌 이들, 스스로 열성적 신도라 생각했던 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건 의미심장한 징조라는 얘기다. 조사 대상의 20%가 다시 교회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답했을 뿐, 나머지 80%는 '나가고 싶지 않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언젠간 다시 나가고 싶다', '가능한 한 빨리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교회의 부정부패를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교회가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하고 모범이 되는 목회자의 모습을 갖출 때, 비로소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다시 마음 편히 교회로 향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보다 교회에 일단 나가야 기독교인이라는 교회 측 주장은 점점 더 많은 가나안 교인을 만들어 낼 뿐이다.
※ 교회 떠난 신앙인 100만 명, 올바른 목회자 원해 | 2013-04-30 | 뉴스천지 Link
※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 2013-05-03 | 조선닷컴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대한민국 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양을 '많이' 보낼 것인가 '잘' 보낼 것인가, 입양특례법은 잘 보내자는 쪽 (0) | 2013.05.17 |
---|---|
새로운 라면에 속지 않으려면 심오한 철학이 필요하다 - 정치적 과학 (0) | 2013.05.08 |
불감증도 민감증도 아니다. 신중하고 현명할 뿐이다. (0) | 2013.05.02 |
한국 사회에서 패자부활은 가능할까? 경쟁에서 탈락해도 다시 노력하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0) | 2013.04.27 |
신新 부익부빈익빈, 파워풀 빅 데이터의 부익부빈익빈 이미 시작되다 (0) | 2013.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