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까이고 저래도 까인다... 어떡하지??
6·25 이후, 90년대까지는 불안할 만했다. 북한은 한마디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연한 걸 가지고 그때는 '안보 민감증'이라며 비난 받았다. 2013년. 한반도 전쟁 소식을 놓칠세라 몰려든 외신 기자들까지 의아해 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안보 민감증'을 떨쳤다. 하지만 비난 받기는 마찬가지다. '안보 불감증'이라며 까이는 신세가 된 거다. 모순 덩어리다.
'안보 불감증'이란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 감각이 둔해져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게 아니라, 안보 문제만큼은 일단 정부를 믿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옳다. 물론 그렇게 믿고만 있다가 최근 몇 년 간 연평도와 천안함 건 등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더 이상 우린 전쟁에 대한 위기감에 외국으로의 도피나 식량 사재기에 나서지 않는다. 북핵 관련 소식에 귀 기울이고 언제든 필요할 때 힘을 합치기 위해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고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그런 국민들에게 퍼붓는 일부 보수 언론의 막말은 듣고 있기가 참 거북하다.
불감증이 민감증보다 위험하다는 그들의 얘기는 '둘 다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둘 다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해당 전제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우리 국민은 불감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불안한 정황을 인식하고 있다. 입에 담기도 껄끄러운 '위기에 둔감한 정신병 환자'라는 표현에는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표정 관리도 안된다.
우리 진심은 이렇답니다, 라는 해명 따윈 먹히지도 않을 게 분명하니 한 가지 사실만 짚고 넘어간다. 북한이 정전 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일 당시, 우리 군 장성들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부대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골프장이기 때문에 유사시 부대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참으로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해·공군 참모총장도 골프 삼매경이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어수선한 상황에 가세하지 않고 일단 대한민국 안보 체계를 믿어 보자는, 그야말로 유사시에 결심육력할 양으로 겉으로나마 태연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자는, 이런 국민에게 각성 운운하는 일부 보수 언론의 입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논란이 된 골프장건 명단을 숨기고, 천안함 영화 상영을 금지시키는 국방부로부터 우리는 대체 무엇을 각성해야 할까.
※ '공산주의 불감증 환자'라니 | 2013-04-04 | 시사IN Link
※ 지난 주말 군 장성 10여 명 골프 라운딩 | 2013-03-14 | 머니투데이 Link
※ 군,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검토 | 2013-04-30 | 한겨레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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