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공개된 19대 국회의원들의 재산 변동 내역에 따르면, 의원 10명 중 7명 꼴로 재산이 늘었다고 한다. 부동산만 40억 원 이상이라고 신고한 의원이 새누리당 22명, 민주통합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총 25명이다. 1위에서 5위까지의 부동산 보유액은 무려 100억 원이 넘는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의원 1인당 부동산 재산은 지난 1년 간 평균 7천만 원 정도 늘었다. 황금알을 낳는 의원들의 땅을 추적한다.
새누리당 박덕흠
영예의 1위
잠실운동장 인근의 고급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모델하우스가 보인다. 잠실운동장에서 불과 1㎞ 떨어진,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요지다. 아파트 시행사는 땅 소유주에게 한 해 약 8억 원 상당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땅 주인은 바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지난 96년과 97년, 그리고 2001년까지 부인과 함께 8개 필지의 땅을 다섯 사람에게서 사들이면서 현재 이 요충지 내에만 1,712㎡ 517평의 땅을 가지고 있다.
X 씨 공인중개사 曰 기본적으로 중심 상업지역인데다가 주변에 수만 세대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서 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상권이다. 거기에 9호선까지 개통된다고 하니까, 아마도 그 가치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작은 평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건물을 지을 때 4~5층까지밖에 못 올리지만, 큰 평수 즉 1,500㎡ 450평 이상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10층까지도 지을 수가 있다는 게 중요한 차이점이다.
매입처의 공시지가는 34억여 원. 2001년 이후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 재산 신고 때 박 의원은 이 땅을 178억 원이라고 신고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144억 원의 시세차익을 낸 셈이다. 2000년대 아파트 숲이 들어선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들 사이에 넓은 빈 땅이 있다. 역시 박 의원 소유의 1,400㎡ 424평 밭이다.
Z 씨 주민 曰 국회의원이 땅 주인이라고 들었다. 혹시 이 땅에서 농사를 지은 적은 있나? 한 번도 없다. 쭉 이 상태였다.
A 씨 공인중개사 曰 계발 예정지로 지정해 놓은 땅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도 한다.
박 의원이 17억 원으로 신고한 이 땅은 1990년 매입 당시 ㎡당 21만 원에서 현재 122만 원으로 6배 가량 뛰었다. 박 의원은 이 밖에도 여주와 강원도 홍천, 충북 괴산, 제주도 서귀포 등 전국 5개 지역에 본인과 가족 명의로 357,000㎡ 107,993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잠실과 삼성동의 아파트 세 채 등 모두 264억 원의 부동산을 신고해, 전체 의원 중 1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264억에, 시세 차익만 100억 원이 넘는다.
전국 광역시도 5곳의 토지를 보유한 박덕흠(새누리당) 의원 외에도 신장용(민주통합당), 현영희(무소속), 고희선(새누리당), 김영주(새누리당), 남경필(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3~4곳을 소유하고 있고, 류지영(새누리당) 의원은 박 의원을 능가하는 6곳의 필지를 가지고 있다. 집 한 채 갖는 것도 어려운 서민들 입장에선 참 씁쓸한 이야기다.
떵떵대는 땅테크 성공스토리
분석, 의원 땅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 어떤 땅을 얼마나 샀기에 이런 휘황찬란한 재산을 거머쥔 걸까? 의원들의 땅을 조목조목 뜯어봤다.
① 대상: 현 의원들이 보유한 부동산 중 상속이나 증여 받은 땅과 아파트 같은 건물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매매한 토지 715필지만을 조사했다.
② 위치: 지리정보분석기법 GIS를 통해 의원들이 매입한 땅의 개별상승률을 분석, 매매시점부터 공시지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곳을 짚어 봤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 경남권의 창원, 밀양, 울산, 호남권의 여수, 무안, 목포, 부안, 강원권의 홍천, 평창, 세종시 인근의 오창, 경기 남부의 용인, 여주, 화성 지역이 눈에 띈다. 국회의원들이 소유한 땅의 공시지가 상승률이 해당 지역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③ 땅값: 1990년 이후 공시지가 변화를 기록한 그래프로, 파란색이 전국 평균 토지 가격 상승률, 빨간색이 의원들이 산 토지의 가격 상승률이다. 의원들 땅의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투기 바람이 불었던 2005년에도 의원들 땅의 가격 상승률이 훨씬 더 높을 뿐 아니라, 전국 땅값이 13%나 떨어진 외환위기 때도 의원들 땅은 오히려 5% 올랐다. 20년 간 토지 가격 연간상승률의 평균치를 보면, 전국 토지는 1.4%지만 의원들 토지는 9.3%에 달한다. 6.5배 수준이다.
편법과 불법으로 농지법 깔아뭉개고, 다 그렇게 한다는 적반하장
국회의원이 사들인 땅은 논이나 밭, 과수원 등 상당수가 농지다. 현행법상 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런데 농민도 아닌 국회의원이 그 많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뭔가 수상쩍다. 1996년 농지법이 제정되면서 농지를 사려면, 그 땅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지에 대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한 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대다수가 불법과 편법으로 농지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땅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홍천군 구만리 일대에 계획 중인 골프장 부지다. 마을 안에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깃발과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어 주민들의 속내를 들어 봤다. 골프장 건설로 환경이 오염되면 생활은 물론, 농사에도 지장이 막대하다고 한다.
B 씨 주민 曰 골프장 생기는 것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마을 정수리에 골프장이 생기다니! 여기서 살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다.
골프장 측은 지금까지 일대 땅 1,680,000㎡ 약 51만 평, 79억 원 상당의 땅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업체의 실 소유주는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으로, 여러 차례 주민들을 설득해 땅을 산 뒤 말을 바꿨다. 주민들은 골프장 업체에 속았다며 푸념한다.
B 씨 주민 曰 처음엔 오가피 농사를 지을 거라면서 밭을 빌려 달라더라. 그러더니 가을이 되니까 땅을 팔라는 거다. 그래서 못 판다, 안 판다, 우린 팔 일이 없다, 돈 쓸 일도 없다, 그러니까 얼마나 드나들며 귀찮게 하는지, 비쩍 마른 남편이 더 말라 가기에 결국 등쌀에 못 이겨 팔고 말았다. 팔고 나서 '이제 돈도 다 주고받았으니 한번 얘기해 봐라', '뭣 땜에 이 땅을 그렇게 팔라고 한 거냐'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골프장이 된다는 거다. 그 얘길 듣고 정말 펄쩍 뛰었다. 너무 열 받아서.
업체는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돈을 뿌리기도 했다.
C 씨 주민 曰 한 날 밤, 업체에서 불러서 갔더니 누가 뭐냐고 물어보면 빨래비누 사 가는 거라고 하라면서 무슨 덩어리를 주기에 받아 왔는데, 와서 보니 돈이더라. 안 되겠어서 도로 갖다 놨다. 천만 원이었다.
주수성 골프장 업체 관계자 曰 동의한 주민에게 업체에서 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합법적으로, 공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거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강원도의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 일대 땅은 경춘고속도로 개통과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등 부동산 호재로 지난 몇 년 새 땅값이 급등했다.
D 씨 공인중개사 曰 그 당시에는 3.3㎡당 5만 원대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20만 원대다. 30만 원대, 40만 원대인 곳도 있다.
그런데 회사가 사들인 땅 주변에 박덕흠 의원의 부인인 최 씨도 논과 밭 등 34만㎡의 땅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최 씨가 농지를 취득하면서 면사무소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다. 자기노동력 70%를 이용해 약초를 재배하겠다고 돼 있다. 100% 자기노동력으로 묘목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서도 있다. 직업은 농업으로 기재, 앞으로도 계속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이다.
최 씨의 농지는 숲을 헤치고 500m쯤 산길을 오르고서야 찾을 수 있는, 일부 묘목이 자라고 있는 곳이었다.
E 씨 주민 曰 여기 와서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니고 전원주택을 짓기도 힘들 텐데, 나로서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최 씨가 농지를 산 이유는 뭘까. 그녀가 대표로 있는 골프장 개발업체에 물었다.
주수성 골프장 업체 관계자 曰 현행 농지법상 임야는 법인 명의로 살 수 있지만 전답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대표자 개인 명의로 산 거다. 농사지을 목적으로 산 것도 아닐 뿐더러 위치로 보나 뭘로 보나 농사를 직접 지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박덕흠 의원은 끝내 인터뷰를 거절,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과 편법에 대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조사 대상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모두 65명이다. 신고된 토지 715건 가운데 무려 42%인 302건이 농지였다. 우리나라 농민 한 사람이 보유한 평균 농지는 6,807㎡, 국회의원 65명의 평균 보유 농지는 7,006㎡다. 농지를 취득할 때는 직접 농사를 지을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임대하거나 휴경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농민보다도 더 많은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 그들은 국회의원일까, 농민일까?
F 씨 주민 曰 돈이 많으니까 샀겠지 왜 샀겠나. 시골 땅이 싸잖나. 그렇게 옛날에 사 둬서 다 부자 됐겠지.
G 씨 주민 曰 여기 땅도 이제 다 돈 있는 사람들이 사 버려서 촌사람 땅은 없다. 다 저 집 거다.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들의 도덕성을 따져 물었던 국회의원들. 단골 주제는 땅 투기 의혹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회의원들은 '일반인들이 하면 괜찮은데 자신들이 하면 문제가 된다'고, '그래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모 의원은 '땅이 많건 불법이 있건, 국민이 뽑아 줬는데 뭐가 문제가 되냐'며 되묻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들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 엄격하고 투명한 검증을 촉구한다.
※ 19대 국회 땅 추적 보고서 | 2013-05-01 | 추적60분 Link
막돼먹은 강자씨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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