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양 이 꼴은 내수 무시한 탓
내수 진단
지난 14년 새 중산층은 10% 줄고, 저소득층은 2배가 늘었다.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는 뜻이다. 국민들 가운데 2/3는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50~150% 소득을 가진 가구로 정의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75만 원에서 525만 원의 월 소득 가구가 중산층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이런 모습이다. "부채 없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받으며,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하고, 2000cc급 중형차를 유지할 여유가 있어야..."
소득이 많은 사람조차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내수는 얼어붙었다. 손님의 지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울상이다.
유승경 우리금융연구원 글로벌동향실장 曰 한번 떨어진 구매력이 생산의 저하를 낳고, 생산의 저하가 소득의 저하를 낳고, 소득의 저하가 다시 구매력의 저하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曰 세계 경제의 저성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수요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빨리 내수가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전체 경제나 GDP의 성장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서울시, 53억 벌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보다 근로시간은 월등히 많으면서,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 노동자고, 3명 중 1명은 임시직이다. 지난 2월 5일, OECD는 한국개발원과 함께 '한국 사회 정책의 과제'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OECD가 꼽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었다.
폴 스웨임 OECD 경제 전문가 曰 비정규직의 훈련을 강화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그만큼 향상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을 위한 기타 다른 노력에 의해서도 기업의 정규직 채용, 비정규직 훈련 의지는 높아질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제조업 즉 수출 부문이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문화서비스 부문 역시 충분히 수출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불편할세라 공원관리인 K 씨는 매일같이 눈을 치운다. 하지만 일이 전혀 힘들지 않다.
K 씨 서울시청 정규직 전환 근로자 曰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작년 5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전에는 사실 비정규직이어서 집안에서나 집밖에서나 갈등도 심하고, 끝나면 또 어디로 가야 되나 막막했는데, 지금은 심적으로 안정이 돼서 그런지 일에도 재미가 붙었다. 집사람하고 같이 벌어 애 등록금도 겨우 마련할까 말까 한 형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덕분에 학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돼 훨씬 부담이 줄었다. 사실 공무원 되는 게 소싯적 꿈이었는데, 이렇게나마 꿈을 이룰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는 L 씨는 요즘처럼 마음 편히 일해 본 적이 없다. 8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줄곧 집안의 가장이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 다리 뻗고 자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얼마 전 꿈 같은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L 씨 서울시청 정규직 전환 근로자 曰 '사람이 살다 보니까 이런 일도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동료들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파트 입주도 할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 급여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덕에 올해 12월 입주한다. 비정규직 때와는 다른 세상이 열린 거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7,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고용의 안정을 꾀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정규직화가 서울시 살림에 도움이 됐을까?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曰 두 차례에 걸친 정규직 전환 후 53억 원의 경비가 오히려 줄었다. 중간에 위탁 받은 회사 관리비, 이윤, 부가가치세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집는, 뛰어넘는 결과다.
아랫돌 삐끗하면 공든탑 무너진다
일자리가 안정되고 소득이 늘면 지갑이 열린다. 지갑이 열려야 내수가 살고 경제가 산다. 최근 제주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것은 올레길과 올레꾼이다. 유명 관광지에만 모이던 관광객이 마을 구멍가게까지 찾게 된 것이다. 올레길 주변의 슈퍼, 민박집, 식당이 고루 살아났다. 아래에서부터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레길을 찾는 한 해 관광객은 120만 명 정도다. 한 사람당 하루 7만 원 가량의 소비가 제주 경제의 밑바닥을 메우고 있다.
M 씨 제주 재래시장 상인 曰 예전에는 주말 빼놓고는 손님들이 별로 안 다녔는데, 이제는 관광 차가 많이 와 평일에도 사람들이 3배 정도 늘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曰 물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는 돈의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런 작은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면 그만큼 우리 경제의 하부구조가 튼튼해진다. 우리 경제가 재벌 대기업들 장려해서 2% 성장했다? 서민 가계는 죽어난다. 하지만 같은 2% 성장이라도, 피라미드의 밑바닥이 탄탄해지고 돈이 도는 구조로, 올레길 경제구조로 2% 성장을 이룬다면, 같은 저성장일지라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먹고살기 편한 경제 구조가 된다.
이 모양 이 꼴은 중소기업 무시한 탓
허덕이는 중소기업
우리나라의 임금 근로자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고, 경제가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 대기업들이 눈부신 성과를 내는 동안 이곳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매출 감소와 심각한 자금난까지, 힘겨운 생존을 잇고 있다.
N 씨 산업기계 제작·가공업체 직원 曰 대기업 하청업체든 중견기업 하청업체든 전체적으로 매출이 다 떨어져 보통 문제가 아니다.
O 씨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직원 曰 급여라도 지급할 수 있게 조금씩이나마 결제해 주십사 통사정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안될 때는 개인적으로 형제들한테까지 빌려 가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P 씨 금형 제작 업체 직원 曰 말로는 중소기업하고 상생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말뿐이란 생각밖에 안 든다.
중소기업 썬스타는 재봉기와 자수기만을 생산한 지 40년 된 회사다. 썬스타의 자수기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재봉기는 일본 기업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른바 히든 챔피언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썬스타는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릴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수기와 재봉기에 IT 기술을 접목한 썬스타의 신제품은 향후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한국의 히든 챔피언도 세계 금융위기를 피할 순 없었다. 게다가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수백억 원을 투자한 것이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신제품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본격적인 매출로 연결될 때까지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은 자금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썬스타는 혹여나 회사가 쓰러져 세계적인 기술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인철 썬스타 대표 曰 만일 자본주의 시장에 횡행하고 있는 기업 사냥꾼한테 우리 기술들이 넘어가게 된다면, 그래서 경쟁 국가나 경쟁 업체들이 그 이익을 취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회사와 기술을 지켜 온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경제력을 가진 기술을 잃게 되는 큰 손해다.
Q 씨 썬스타 직원 曰 힘들게 같이 일하다가 급여가 안 나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사정상 떠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 나를 포함해 현재 남아 있는 다른 직원들도 다시 회사가 정상화될 거라고 믿고는 있지만, 6개월째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소기업 강국 독일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세계적인 칼 제조 회사인 뷔스토프는 독일에 공장을 두고 있다. 1814년 창업 이래 7대째 꿋꿋이 운영해 온 뷔스토프도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당시 주문량 급감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직원 해고는 없었다. 경영진은 해고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선택했다. 노동시간은 단축됐지만 직원들의 월급은 일정 부분 보장된다.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하랄드 뷔스토프 뷔스토프 사장 曰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감소된 임금은 기업에서가 아니라 노동청에서 약 60~70%를 지불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경제치관보 曰 해당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은 일자리 수 등에 따라 투자한 금액의 20~30%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독일의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책 가운데 또 다른 예가 바로 정책금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曰 금융기관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로 자금이 나가게 되면, 중소기업은 높은 이자를 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높은 이자의 일부를 정책금융기관이 제공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이 보다 저렴한 이자에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성과는 정책금융기관과 금융기관이 함께 나눈다.
완판녀의 약속
박근혜 대통령 曰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가고, 또 내수와 수출이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로 만들겠다.
차기 정부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살리기에 눈을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다.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는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曰 경제가 성장해도 그 이익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평한 관계 탓이 크다. 중소기업이 밤낮으로 기술개발에 몰두해 봐야 대기업이 그냥 가져가 버리고, 담합이다 뭐다 해서 하청업체 단가까지 후려치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동반 성장이 가능하겠나.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주축으로 한 정책 추진만이 이 모든 난제를 풀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재벌을 해체하고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제대로 된 지배구조 내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내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우리가 가진 제한된 정책자원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발전을 위해
집중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이 경제민주화의 참뜻이다.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
국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인 행복국가의 척도는 중산층이 누리는 삶의 질이다. 중산층이 먹고살 만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합리적인 임금, 튼튼한 사회 안전망으로 중산층 개개인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 행복 국가의 조건 3부 중산층이 미래다 | 2013-02-17 | KBS스페셜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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