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Link

땜질

 

술자리

 

도깨비와 쥐방울은 현재 30대 중반. 도깨비는 스스로 '대인 관계'에 자부할 때가 있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친구들도 많았고, 그들과의 만남도 잦았다. 지금의 대인 관계는? '협소' 그 자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시간을 즐길 때나, 아니다 싶은 사람들과의 연락을 모조리 끊고 핵심 멤버만 남긴 지금이나, 도깨비의 주위 사람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모두 동갑, 내지는 연하라는 것. 사회 생활 중 만나 현재까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전부 '부하(후배)' 직원들 뿐이다. 반론을 제기하거나, 억지로 웃어 보이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데 있어 상사(연상)보다는 부하(연하)가 편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물론 권위를 내세우거나 상하 관계를 분명히 하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이는 INTJ가 부하(연하)와 특별히 더 잘 지낼 수 있는 이유다.

 

남들과 어울리는 자리(99% 술자리)에 도깨비는 쥐방울을 대동하는 일이 많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예쁜 녀석이라서. 한마디로 욕심이다. 이기적인 욕심을 부려도 될 만큼, 쥐방울을 데리고 다니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이것 역시 ESFP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잘 웃고, 웃지 않아도 인상이 '더럽지' 않다. 호감형이란 얘기다. 도깨비와 쥐방울은 신뢰하는 사이트 「셀러브리티 타입스 닷 컴」에서 동시에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INTJ와 달리, ESFP들은 죄다 참 해맑게 웃고 있다는 것. 우연히 대표 이미지가 그렇게 수집됐다고 하기엔 '경향'이 너무 짙다. 이런 표정이라면 누구나 경계심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겠나.

 

<Famous ESFPs>

 

<Famous INTJs>

※ 이미지 출처: CelebrityTypes.com Link

 

쥐방울은 표정뿐만 아니라, 외모도 여자든 남자든 쉽게 다가가기에 알맞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승원과 박유천을 떠올려 보자.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나 성격은 배제하고 보자. 얼굴 생김새나 신체 조건만 따져 보자는 거다. 처음 보는 사람이 모임에 함께 자리한다면, 당신은 어떤 외모가 더 편하게 느껴지겠나? 대부분은 '거친' 차승원보다는 '유해 보이는' 박유천을 지목할 것이다. 특히 여자라면 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키도 크고 근육도 빵빵한 차승원보다는, 그보다 작고 흰, 덜 남자다운 박유천이 '같이 놀기'에 좋다. 쥐방울은 박유천쪽이다.

 

쥐방울 역시 도깨비의 '오라'는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쥐방울의 사교성이라면 '술자리 대인 관계'란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데다가, 그 자리 역시 도깨비와의 일종의 '데이트'기 때문이다. 몇 번의 경험 끝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적어도 INTJ에겐 매우 놀랍다). 도깨비의 친구들은 쥐방울을 '경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리를 유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먼저 쥐방울의 참석을 바랄 정도다. 공감할 수 없는 INTJ와의 접점을 찾아주고, 다분히 딱딱해질 수 있는 INTJ와의 대화를 쥐방울 덕에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술자리는 놀기 위한 자리다. 부하 직원들과의 술자리도 그렇다. 그런데 INTJ는 자꾸 업무쪽으로 신경이 쏠린다. 대화의 주제도 일에 관한 것일 때가 많다. ESFP는 주제의 균형도 잡아 준다. 도깨비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이것이 진정한 ESFP의 능력 아니겠는가) 친구들의 기분을 헤아리는, 도깨비의 부족한 면을 그만의 사교성으로 현명하게 '땜질'한다. 도깨비는 '친구가 많다'는 착각에서 시원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사교성'을 늘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도 해방됐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 도깨비의 분신, 쥐방울로 때우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win-win'이다.

 

대필

 

도깨비가 INTJ의 강점으로 쥐방울의 약점을 메꾸는 때도 있다. 쥐방울이 '설득력 있는 글을 써야 할 때'. 쥐방울은 이직을 위해 자기소개서가 필요했다. 빈칸만 채우면 되는 이력서와는 달리, 자기소개서는 어휘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완성시켜야 한다. 탄탄한 구성과 재미난 얘깃거리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빈 종이는 쥐방울을 참 막막하게 만든다. 자기소개서 예시를 다운 받아다가 중간중간 단어만 제 것으로 바꿔 볼까 싶다. 도깨비는 기꺼이 도움을 자처한다. 흔하디 흔한 자기소개서만큼 설득력 없는 것도 없다. 실제 만나면 호감을 한몸에 받는 쥐방울이, 허술한 자기소개서 탓에 그 기회를 놓친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고 거짓말 범벅으로 지어낼 순 없다. INTJ는 진실과 진리를 중시하니까. 우선,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와 직무의 어떤 점이 그에게 동기를 부여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파악한 쥐방울의 업무적, 사회적 강점을 바탕으로 목적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쥐방울의 검토는 필수다.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거나 빠진 부분이 있다면 수정·보완한다. 대부분 쥐방울은 만족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갑자기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 정도 자기소개서라면 해볼 만하겠는데!?' 도깨비는 당사자가 만족할 만한 자기소개서를 써 냈다는 것보다, 그가 '어려워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대신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쥐방울은 짐을 덜어 좋다. 도깨비는 자기의 작은 수고로 쥐방울이 좋아라 하는 게 좋다.

 

싫증을 잘 느끼고, 늘 새롭고 재미난 것을 추구하는 ESFP. 쥐방울은 결혼 후 서너 번 이직했다. 도깨비는 말릴 생각이 없다. 상담을 요할 땐 기꺼이 임하지만, 명령이나 지시 따윈 하지 않는다. 본인이 추구하는 '독립성'은 배우자에게도 똑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정은 쥐방울의 몫이다. 도깨비는 쥐방울의 추가된 경력을 자기소개서에 반영하기만 하면 된다. 독립적으로 판단하되, 서로의 강점을 발휘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아낌없이 지원하면 그뿐이다. 시트콤부부의 자기소개서는 도깨비의 몫으로 자리잡았다. 철저한 역할 분담이다. 성별 등에 따른 고정된 역할 분담이 아닌, 강점에 기반한 효율적인 역할 분담.

 

쌍벽

 

신체적 조건

 

이전 포스팅에서, INTJ ESFP의 조합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대등한 관계'를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시트콤부부'가 대등할 수 있는 데에는, '신체적 조건'도 크게 작용한다. 이쯤에서 성별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 도깨비는 INTJ, 쥐방울은 ESFP男이다. 생년월일은 도깨비가 9개월 늦다. 생년은 다르지만 학번은 같다. '빠른 생일(1~2월 생)' 탓이다. 168, 167㎝로, 9개월 어린 도깨비 부인이 1㎝쯤 크다. 9개월을 '어리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1㎝를 '크다'고 할 순 없다. 중요한 건, '비슷'해서 '대등'하다는 거다. 내친 김에 몸무게까지 분다. 둘의 몸무게는 평범한 여자의 마지노선, 평범한 남자의 마지노선에 걸쳐 있다. 55㎏에서 62㎏ 사이에 접점을 두고 오락가락한다. 손발 크기도, 허리 사이즈도, 죄 거기서 거기다.

 

신체적 조건이 '비슷'하다는 건 둘을 더 '대등'하게 한다. 시각적인 이미지는 중요하다. 한눈에 봐도 '남자'임을 알 수 있는 큰 키, 우람한 덩치, 거뭇한 피부, 숱한 수염 또는 몸털은 또래 친구라 해도 왠지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작은 키, 왜소한 몸집, 새하얀 얼굴, 길고 고운 머릿결은 아무래도 상대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성별에 맞는 남성스럽고 여성스러운 신체적 특징은 각자를 고정된 성 역할에 치중케 한다. 본인의 타고난 강·약점과는 상관없이, 상대의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 때문에 남자는 더 남자다운, 여자는 더 여자다운 역할을 요구 받는 것이다.

 

INTJ ESFP는 모두 중성적인 특성이 강하다. 스스로를 한눈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있는 외양으로 가꾸지 않는다. 상대에 대해서도 고정된 외양을 기대하지 않는다. 쥐방울과 도깨비는 오히려 서로의 이성(異性)적인 외모에 매력을 느낀다. 취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치마보다 바지를 선호하는 도깨비, 도깨비보다 핑크건 노랑이건 더 잘 소화해 내는 쥐방울. 남자답지 않은 쥐방울은 도깨비의 '커리어 우먼 같은 스타일', 도깨비는 쥐방울의 '귀엽고 사랑스런 아동 같은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본인에게 없는 구석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고, 이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이성(異性)적인 둘이 상대의 이성(異性)적인 스타일을 참 좋아한다는 거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 타고난 ''과 부합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추구하는 방향이 ''을 따른다면 얼마든지 외모를 그쪽으로 가꿀 수 있다. 도깨비와 쥐방울의 취향은 외모에 걸맞게 이성(異性)적이다. 쥐방울은 여성 브랜드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더 많이 발견한다. 도깨비는 차고 탁한 색상을 선호한다. 헤어스타일 역시 도깨비는 커트(5㎝ 이하), 쥐방울은 타고난 컬(곱슬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펌 수준이다)을 자랑한다. 둘은 서로의 헤어스타일에 있어서도 크게 관여치 않는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방치'는 신선하고 훌륭한 상대 또는 본인의 스타일을 찾는 데 '유쾌한 수단'이 된다. 이 같은 특성은 도깨비와 쥐방울을 '부부같지 않은 부부'로 만들었다. 둘이 '부부'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입원' 시 쉽게 만날 수 있다. 쥐방울이 입원하고 도깨비가 간호한답시고 옆에서 얼쩡대고 있으면, 옆 침대 환자가 묻는다. '남매'냐고. 결혼하고 2~3년이 지나자 남매에서 한 단계 올라섰다. 이젠 '쌍둥이'냐고 물어 온다. 둘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참 '대등'하게 본다.

 

역할 분담

 

'남편' '아내'로서의 역할도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가장' 또는 '내조'의 역할을 기대하고 결혼에 합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역할을 강요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을 이성(異性)에 따라 분담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기준은 각자의 '강점' '약점'이다. 가사 분담을 공개한다. 청소, 빨래, 설거지, 가구 배치 변경은 주로 도깨비가 맡는다. 반찬, 요리, 식재료 장 보기는 쥐방울의 몫이다. 지금 알았다. 쥐방울이 맡고 있는 일이 '음식 만들기'뿐이라는 걸. 가짓수가 달랑 하나였다! 지금까지 불만은 커녕, 도깨비가 정말 못하는 영역을 맡아 주어 고맙기만 했다. '하나뿐'이라는 걸 알고 나서도 달라질 건 없다. 분담한 가사를 바꾸자고 한다면, 도깨비가 먼저 거절하고 나설 거다. 요리는 정말 어렵고 싫다. 의미도 없어 보인다. 도깨비가 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도깨비는 대부분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롤 클리너, 청소기, 세탁기. 도깨비가 주로 하는 집안일은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다. 설거지도 그중 하나다. '깨끗하게 하는 일'은 도깨비에게 어려운 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요리'에 비하면 훨씬 쉽고 자연스레 하게 되는 일이다. 한마디로 쥐방울은 '요리' 담당, 도깨비는 '청결' 담당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씩' 잘 나누어 맡았다.

 

'가구 배치 변경'은 힘은 좀 들지만 도깨비의 취미생활이다. 도깨비는 효율적이고 기발하게 가전·가구의 위치를 바꾸고 나서, 뿌듯함을 만끽하다. '한겨레21'에서 진행하는 '심영섭의 MBTI' 수강 중 알게 된 사실이 있다. 'ESFP는 자꾸 밖으로 나가려는 성향이 있으니, ESFP를 배우자로 둔 경우 집 안 가구 등을 시시때때로 바꾸어 신선함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 쥐방울을 집에 잡아 둘 목적으로 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상의하지 않고 멋대로 바꿔 버린 게 문제가 되진 않을까 싶었다. 강의에서 ESFP의 특징을 알게 된 이후 생각해 봤다. 도깨비 맘대로 바꾼 구조에 쥐방울은 단 한 번도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다. 항상 '괜찮은데!?', '기발한데!?'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초기에는 도움도 청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장롱까지 옮기는 도깨비 부인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젠 '취미'란 걸 알기에 맘껏 즐기도록 '그냥 둔다'. 쥐방울 역시 '소리 소문 없이 바뀌어 있는 집' '의외의 즐거움'이 된다. 둘은 각자만의 공간을 따로 가지고 있다. 그 역시 '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쥐방울만의 공간은 '쥐방울식 가구 배치'로 꾸며진다.

 

둘 다 약한 영역도 있다. '돈 관리'. 서로 돈을 관리하려는 부부를 보면 이해가 안 간다. 쥐방울과 도깨비, 둘의 생각은 그렇다. 그 귀찮은 일을 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건지 모르겠다. 돈을 모으거나 불리는 데 별 관심이 없는 ESFP, 모든 일에 있어서 투명성을 강조하되 돈을 세거나 하는 등의 현실적인 계산이 즐겁지 않은 INTJ. 안타깝게도 INTJ'졌다'. 역시 물 흐르듯 결정돼 버렸다. '거처 독립'에서 가장 걸렸던 '공과금 문제'를 결혼하고나서도 떠안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각자 번 돈을 각자 관리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더 어렵다는 걸 알았다. 철저히 계산적인 부부라면, 또는 둘의 수입이 엄청나게 많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INTJ ESFP에게 한 푼 두 푼 따지고 있는 건 '좀스럽고 머리 아픈 일'이다. 자유로운 영혼 ESFP가 먼저 발을 뺐다. 몇 년째 수입과 지출은 도깨비 통장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주도'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INTJ가 돈 관리를 계속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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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엇박 몽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