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쪽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상수리나무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토끼가 이빨을 갈기 위해 밑동을 갉아먹지도 않았고 다 크기 전에 벌목꾼이 잘라내지 않은 덕분에 가장 큰 나무가 된 것이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모두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빛을 준 태양, 뿌리를 내리게 해준 토양, 그리고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던 토끼와 벌목꾼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키가 큰 나무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그 나무가 자라난 숲에 관한 책이다.
42쪽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 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거나 학교에 입학하면 교사는 숙달되어 잘하는 것과 정말로 똑똑한 것을 혼동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몇 달 빨리 태어난 아이들은 상위코스에 들어가고 더 좋은 걸 배우죠. 이듬해가 되면 그 아이들이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실제로 더 잘하기도 해요. 다음 해에도 마찬가지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는 덴마크뿐입니다. 덴마크는 국가 차원에서 열 살이 되기까지는 아이들을 능력에 따라 분류하지 않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45쪽
결국 성공은 사회학자들이 '누적적 이득'이라고 부르는 것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7쪽
또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지나치게 추앙하는 반면, 실패한 이들은 가혹하게 내버린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댔으면서도 말이다. (......)
실제로 우리는 스포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조차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성공이란 그저 개인의 장점에 따른 결과이며 우리가 만든 규칙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54쪽
성취 공식은 '재능 더하기 연습'이다. 문제는 심리학자들이 재능 있는 이들의 경력을 관찰하면 할수록 타고난 재능의 역할은 줄어들고 연습이 하는 역할은 커진다는 데 있다.
56쪽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 1만 시간은 위대함을 낳는 '매직넘버'이다. (......) 대개의 경우,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붙잡아야 그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연습을 할 수 있다.
68쪽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시애틀의 부유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은행가의 딸이었다. (......)
"그 학교 어머니회는 매년 돈 쓸 일을 찾아 사방팔방 헤매고 다녔지요. (......)"
빌 게이츠는 실시간 프로그래밍을 미국 학제로 8학년이던 1968년부터 배웠다. (......)
이 모든 행운에 공통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그 모든 기회를 통해 빌 게이츠가 추가적인 연습시간을 얻었다는 점이다.
84쪽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96쪽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며, 믿거나 말거나 수명도 더 길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IQ와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 허드슨의 말은 IQ가 농구선수의 신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105쪽
그러면 IQ 이외의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IQ 대신 다른 종류의 테스트 하나를 권하고 싶다.
다음 물건의 쓰임새에 대해 최대한 많이 적어보라.
1. 벽돌 2. 담요
이것은 '다이버전스(divergence)' 테스트의 한 예이다(레이븐 테스트는 이것과 정반대로 피실험자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정답을 맞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상상력을 요구하며 가능한 한 다양한 방향으로 피실험자의 마음을 이끌어낸다.
123쪽
오펜하이머라면 리드 대학에서 학위를 따지 않았을까? 그라면 교수를 설득해 오전 수업을 오후 수업으로 바꿔주도록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크리스 랭건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폭력적인 랩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인생관을 표현하거나 교수에게 수업을 오전에서 오후로 옮겨달라고 설득하는 데 쓰이는 특정한 기술을 '실용 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스턴버그에 따르면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방법에 관한 것이다. 뭔가를 어떻게 할줄 아는가와 관련되어 있을 뿐, 자신이 그것을 알거나 설명할 줄 아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실천의 문제이다. 또한 이것은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IQ로 측정되는 분석 능력과 분리되는 다른 종류의 지적 능력이다.
131쪽
라루는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의 장점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한다. 알렉스가 케이티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유는 부유한 덕분에 좋은 학교에 다니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대사회에 적합한 태도와 자세를 익히기 때문이다.
(......) C그룹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 세상에 적합하도록 그들을 준비시켜줄 공동체가 부족했을 뿐이다.
155쪽
그러면 플롬의 사례가 빌 게이츠나 빌 조이의 이야기와 얼마나 유사한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들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겠다는 희망 따위도 없이 앞날이 뚜렷하지 않은 분야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고, 그들은 이미 1만 시간의 훈련을 치른 다음이었다. 그들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165쪽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기회가 늘 우리 자신이나 부모에게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부터 온다.
178쪽
사람들은 대개 자율성, 복잡성, 그리고 노력과 결과의 연관성이야말로 일에서 만족을 느끼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것에 동의한다. (......) 이 세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은 바로 '가치 있는 일'이다. (......) 일에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을 때, 힘든 일은 감옥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186쪽
위대한 뉴욕 변호사에게는 아웃사이더였던 것, 부모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것, 그리고 1930년대 초에 태어났다는 것이 장점이 된다. 특히 충분한 양의 열정과 추진력 위에 이 세 가지 장점을 얹으면, 멈출 수 없는 화학작용이 벌어진다. 1월 1일에 태어난 하키 선수가 되는 것이다.
227쪽
비행시간이 더 짧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을 때 비행기가 더욱 안전한 이유는 경험이 더 많은 조종사가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6쪽
모든 홉스테드 지수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아마도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일 것이다. 권력 간격 지수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또한 조직이나 집단 내에서 권력이 약한 구성원이 권력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인정하거나 혹은 그렇다고 짐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존중받고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그리고 "권력층이 특권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241쪽
조종사들의 PDI에서 상위 5위에 속하는 나라는 다음과 같다. 이것을 국가별 비행기 추락 사고 발생 빈도와 대조하면 보기 좋게 맞아떨어진다.
1. 브라질 2. 한국 3. 모로코 4. 멕시코 5. 필리핀
다음은 조종사들의 PDI가 가장 낮은 다섯 나라의 목록이다.
15. 미국 16. 아일랜드 17. 남아프리카공화국 18. 오스트레일리아 19. 뉴질랜드
(......) 한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에 따르면 상당수 조종실의 분위기가 '기장이 책임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비행기를 조종하고 다른 사람은 조용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263쪽
영어와 중국어의 숫자 기억력 차이는 전적으로 발음 길이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웨일스어, 아랍어, 중국어, 영어, 히브리어 같은 다양한 언어를 살펴보면 해당 언어가 숫자를 발음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언어권의 사람들이 숫자를 기억하는 능력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 영어의 숫자체계는 대단히 불규칙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그들 나라의 숫자체계는 매우 논리적이다. (......) 그렇게 때문에 아시아 어린이들은 미국의 어린이들보다 숫자 세는 법을 훨씬 빨리 배울 수 있다.
268쪽
모든 역사를 통틀어 쌀농사를 짓는 농부만큼 열심히 일하는 농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 논에서 일하는 것은 같은 면적의 옥수수나 밀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10~12배나 노동집약적이다. (......) 역사학자 케네스 포머란츠는 그 시스템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논에 물을 대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노동량이 많은 동시에 그 일을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 쌀농사에서는 모든 투입요소를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즉,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주는 그 노동에 실질적인 보상이 돌아갈 만한 제도를 만들어 수확량이 많은 만큼 농부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보장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정 소작료가 생겼죠. (......) 벼는 노예나 일당벌이 일꾼들의 손으로는 키울 수 없어요. 몇 초만 늦게 물꼬를 막아도 논에 필요 이상으로 물이 들어가고 그러면 곧바로 수확량이 떨어질 만큼 예민한 작물입니다."
273쪽
역사학자 데이비드 아르쿠시는 러시아와 중국 농민의 속담을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그 차이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하느님이 키우지 않으시면 땅에서도 자라지 않는다."
이것은 전형적인 러시아 농민의 속담이다. 농노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없는 봉건제가 고스란히 반영된, 숙명론적이고 비관주의적인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속담은 다르다. 그들의 속담에는 '계획을 잘 세워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서로 돕는다면 언젠가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 어느 대학에 가더라도 압도적으로 많은 아시아권 학생이 가장 일찍 도서관에 들어가 가장 늦게까지 공부한다.
284쪽
그는 질문지를 끝마치는 능력과 수학시험을 잘 보는 능력 사이에 단순히 연관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 둘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두 개의 순위를 비교해보면 아주 동일하다. (......) 그리고 우리는 어떤 나라가 노력과 끈기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를 통해 그 나라의 수학 성적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순위의 상위권에 어떤 나라가 놓여 있을까? 그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한국, 대만(중국), 홍콩, 그리고 일본이다. 이 다섯 나라는 공통적으로 논에 물을 대는 쌀농사를 지어왔고, 그 일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다.
291쪽
서구식 경작법은 상황이 정반대다. 따라서 경작지가 휴식 없이 곗고 작물을 생산하다 보면 토양의 양분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봄과 가을에 힘겹게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면 여름과 겨울에는 땅을 쉬게 한다. 학생들의 두뇌를 향상시키고자 했던 교육 개혁가들이 염두에 두고 있던 것도 바로 이 모델이다.
306쪽
우리는 빌 게이츠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열세 살 소년도 최고의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며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직 단 한 명의 소년에게만 1968년도에 시간 공유 터미널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322쪽
흑인 집안에서 피부색이 더 어두운 사람은 밝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백인 사회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피부색에 따른 가족 내 관계는 피부색에 대한 공적인 편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325쪽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
[네이버 책] 아웃라이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 말콤 글래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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