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쪽
그들은 한쪽 눈으로는 시계를 확인하며, 다른 쪽 눈으로 무엇이 적절하고 전문가다운 행동인지를 의식한다. 공인된 패러다임이나 한계를 넘지 않고 이를 유지하며, 자신을 무엇보다 그럴듯한 시장성 있는 상품으로 포장하는 데 신경 쓴다.
(...) 전문화는 흥미를 느끼고 무언가를 탐구하려는 감각이나 호기심을 없애버린다. 실제로 전문화가 누군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임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면서부터 우리가 느끼는 호기심은 사라졌다. 전문가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이제 전문가들의 관심은 안전 추구다. 전문 범위는 줄어들고, 관심 영역은 좁아지며, 지적 호기심은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 직업적인 보호막을 거두지 않고, 소수만 아는 난해한 언어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추구하며, 순전한 아마추어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는 배타적인 전문기관이나 전문가 패널에 소속된다.
155쪽
결제 협력개발기구 OECD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0억 명이 비정규직이거나, 문서로 기록되지 않는 일자리에서 혹은 자영업자로 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활동으로 창출되는 가치는 10조 달러나 되어서, 미국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미국 경제는 14조 달러 규모다).
185쪽
일은 좋은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일을 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마음을 좀먹는다. 가치와 직급을 심판하고, 일이 없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노력이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자본의 노예가 된 노동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노동 행위에서 얻는 만족감이 아니라 생산을 지휘하는 사회적인 관계에서의 위치다.
186쪽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상사,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비굴함, 관련 업무의 하찮음을 혐오한다. 그렇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스스로를 규정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 차라리 자발적으로 우리 자신의 다른 면이나 간극을 메울 방법을 찾고, 돈은 조금만 버는 쪽을 택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의 위엄과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앙드레 고르 Andre Gorz가 말하는 '검소한 풍요'가 바로 그것이다.
190쪽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또한 우리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상황에 맞는 역할을 연기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에 따라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사르트르가 지금 우리를 보았다면 우리 존재가 그 완벽한 예라고 말했을 것이다.
191쪽
홀라크라시의 규칙에서도 축구 선수처럼 움직이라는 명령이 있다. 당신은 스트라이커에게 공을 패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친구여서가 아니라, 득점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가 밉더라도, 그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공을 패스해야 한다.
258쪽
중등교육자격시험이나 대입시험을 봐야 하는 열여섯 살이나 열일곱 살 때는 미래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전문가가 되거나,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할지 결정하고, 남은 인생에서 어떤 경력을 쌓을지 선택하라고 강요당한다. 그건 끔찍한 미래다. 사회는 이미 참호를 파놓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를 따라야 하며, 직선으로 된 경로를 걸어야 한다. 다른 곳은 어떤지 보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경험하면 좋을 텐데, 참호에서 기어 나오거나 경로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하며 예정된 길을 가야 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학교, 직장, 인생에서 이미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행동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배정된 길을 반복하고, 기억하고, 표준화한다.
259쪽
누군가는 벽돌 쌓는 일을 사랑한다. 누군가는 배관을 연결하거나 전기 시스템을 설치하기를 즐긴다. 누구는 가르치는 일을, 누군가는 디자인을, 누군가는 강의와 연구를 즐긴다. (...) 여기에서 문제는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장난감 목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직업'이다. 그래서 모든 게 다 망가진다. 그들이 하는 행위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형식'과 그 일을 둘러싼 맥락이 문제다. 조직, 기업, 상사, 노동자에 대한 요구, 일을 처리해야 하는 속도, 달성해야 하는 목표, 일의 속도와 강도, 기간, 스트레스 따위 말이다.
이런 맥락이 사람들을 압박한다. 그래서 행위 자체에 품었던 애정마저 없애버린다. 간단히 말해서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일에 대한 혐오'로 바꾸어버린다. 일은 강요를 만들어낸다.
262쪽
좋은 신념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있는 상태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275쪽
진실한 아마추어주의는 필요가 아니라 자유의 영역에서 번영한다.
275쪽
마르크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시간이 사회와 개인의 잠재적 풍요의 원천이며, 진정한 인적 자본이라고 생각했다. (...) 자유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의 개성을 살리고 아마추어주의를 표현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개인적인 역량을 늘려 자신만의 장난감 목마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더 나은 사회와 더 행복한 사람들을 만드는 비결이다.
292쪽
약점이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었고, 그럼으로써 이들의 약점은 강해졌다.
[네이버책] 아마추어(영혼 없는 전문가에 맞서는 사람들) - 앤디 메리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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