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산모가 산후조리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는 것. 거의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문화다. 요즘에는 아예 집으로 직접 산후도우미를 부르기도 하는데, 오히려 산후조리에 방해를 받거나 몸에 상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이 있다.
피해 사례
피해자 A 曰 산후도우미가 배 위에 찜질팩을 올리고 그 위에 적외선 찜질기를 같이 쬐어 줬다. 화상을 입는 줄도, 이렇게 화상이 깊을 줄도 몰랐다. 의사 말이, 제왕절개 수술로 배 쪽 감각이 무뎌져서 그렇다고 하더라. 네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화상 자국이 남아 있다. 4개월 동안 화상 치료에 든 비용만 총 50만 원이다. 치료 받으러 다니느라 산후조리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큰 업체다. 홈페이지의 추천글까지 읽어 보고 믿을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겠다던 치료 비용도 여태 안 주고 계속 말만 바꾸고 있다. 오히려 나를 의심한다. 어이없고 속상할 뿐이다.
피해자 B 2012년 12월 셋째 아이 출산 曰 셋째 아이를 예방접종한 그날 바로 목욕을 시켰다는 거, 목욕시킨 큰애 몸이 빨갛게 익을 정도였다는 거, 갓난아기를 눕혀서 수유했다는 거, 셀프 수유했다는 거 등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갔다. 그런데 한 날 아기 우는 소리가 보통의 응애응애가 아니라 턱턱 막히는 숨소리여서 방에 들어가 보니 아기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 후기 글을 하나 남겼는데, 해당 원장은 '가만두지 않겠다, 고소해서 손해 본 거 다 받아낼 거다' 하고, 본사 역시 '미안하지만 우리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해당 업체 원장은 산후도우미의 잘못이 아니라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다. 산후도우미와의 통화에서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해당 업체 원장 曰 이 일을 어쩌면 좋나. 아기를 엎어 놓으면 어떡하나. 잠시였지만 아기 엄마가 느끼기에는 정말 크게 놀랄 일이다. 이 일을 산모가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우린 끝장이다. 이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담당 도우미가 아기 옆에 있지 않고 방에서 나와 있었기 때문에 아기를 방에 혼자 방치한 거나 마찬가지다.
B의 남편 曰 솔직한 후기를 썼다고 경찰 조사까지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산후도우미 업체도 이런 피해를 당한 당사자라면 명예훼손죄 같은 건 생각도 못 할 거다. 글을 봤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지 어떻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나.
피해자 C 曰 산후도우미 교육을 받고 왔다더니 안고만 있을 뿐 씻기지도 못하더라. 첫 아기여서 더 신중하게 고른 업체였다. 홈페이지에 산후관리사3급 자격증 소지자가 온다고 적혀 있어서 교육을 받은 도우미가 올 거라고 믿고 계약했다. 산모 마사지도 못 해서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산후도우미의 실체
최근 출장산후도우미를 찾는 산모들이 늘면서 우후죽순 등장한 전국 400개 이상의 업체들. 전문 자격증을 내세우며 도우미 교육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지만 실상은 이렇다.
업체 관계자 D 曰 3일 정도 교육을 받는다. 신생아와 산모에게 해 줄 수 있는 서비스 관련 교육이다. 경력이 짧다고 하면 산모들이 꺼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얘기할 필요는 없다. 물어봐도 1년 정도 됐다, 그냥 그렇게 얘기하면 된다.
업체 관계자 E 曰 처음이라는 말은 죽어도 하면 안 된다. 산모가 물어보면 옛날에 했는데, 하면서 거짓으로 대답해라.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도 다 가르쳐 주겠다. 그것도 교육 내용에 다 포함돼 있다.
업체 관계자 F 曰 월요일부터 할 수 있는데, 내가 지금 바로 할 수 있게 해 주겠다. 교육은 오늘, 내일에 걸쳐 이틀만 받으면 된다. 수료증 먼저 줄 테니 받아 가라.
업체들이 남발하는 이 수료증은 어느 새 전문 자격증으로 둔갑해 산모들을 속이고 있다. 업체에서 자체 제작한 상당수의 교재에는 의심되는 내용들도 많다.
노현석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공보이사 曰 산후도우미 업체 교재가 의학적 근거에 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단지 상업적으로만 만들어져 있다면 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진숙 한국소비자원 서비스팀 팀장 曰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산후조리원으로부터의 소비자 피해, 신생아 감염에 대한 대책은 있지만, 산후도우미 관련 제도는 아직 없다.
손정혜 서울지방 변호사회 인권이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비상임이사 曰 업체가 실제로 산후도우미들을 관리 교육하지 않으면서 철저히 관리된, 필요 지식을 습득한 전문가라고 사실과 다르게 소개한다면 이는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 관리 교육이 부족한 조리사로 인해 입은 신체적 피해 또는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업체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의 변
피해 당하는 산모와 신생아, 정부 각 부처는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말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曰 산모 및 신생아 도우미 사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민간 산후도우미 업체는 알선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취업 연결, 고용 알선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가 담당 기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曰 집에 방문해서 산후조리를 도우며 얼마씩 받는 일은 '파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에서 노동관계법으로 업체 문제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 산후도우미 | 2013-03-15 | 소비자고발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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