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흡연자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담뱃값을 2천 원 더 올리자는 법안이 나오면서 또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논란 1.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3월 7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담뱃값 인상 법안
김재원 의원 새누리당 曰 지난 8년 동안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재화는 담배밖에 없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2천 원 수준의 인상만이 흡연율을 최대한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과거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은 이유가 담뱃값이 너무 싸기 때문이라는 거다. 가격을 올리면 실제로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최은진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曰 60%이던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4년 말 담뱃값이 인상됨과 동시에 51%(2005년 통계)로 감소했다.
인상이 되면 담배를 끊겠다, 끊지 않겠다 등 여론은 즉각 뜨겁게 달아올랐다. 2580은 네이버와 함께 '담뱃값, 얼마면 끊으시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간이 설문을 진행했다. 1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설문에서 '만원 이상이 돼야 끊겠다'와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끊지 않겠다'는 답변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가장 많았다. 설문 결과와 댓글 등을 통해 담뱃값 인상폭과 효과에 대한 의문, 그에 대해 표출된 반감을 엿볼 수 있다.
논란 2. 담뱃값 인상과 서민 증세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국가재정을 메우려 한다? 왜 금연 얘기에 앞서 이런 얘기가 나오나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다섯 가지로, 전체 금액의 62%에 달하는 1,550원 정도.
그중 가장 비중이 큰 두 가지,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올린다는 얘기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3조가 넘는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이 세금은 소득이 많든 적든 모두가 똑같이 부담하는 간접세다.
통계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다.
결국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이 세금을 더 부담할 것으로 파악된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유찬 교수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曰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가격에 대해 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로 인한 소득 대비 세금 부담'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다.
논란 3. 담뱃세의 용도
담뱃값으로 걷은 세금을 어디에 쓰는 게 옳은가
보통 하루 3갑 정도 피운다는 남궁연 씨. 애연가로 소문난 그는 최근 한 케이블TV 방송에서 그동안 걷힌 세금이 과연 흡연자를 위해 쓰였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가칭 '애연가보호법'을 발의했다.
정부가 흡연자들에게 거둬들이는 한 해 조세 총액이 7조다.
확보된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가 관건인데,
담뱃값 인상의 목표가 정말로 흡연율을 낮추는 데 있다면
걷힌 세금이 흡연자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본다.
담배가 의존성이 심하고 중독성이 강한 것인 만큼
흡연자도 일종의, 표현이 좀 그렇지만, 환자로 지정해 끊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거다.
흡연자에게도 득이 되는 금연정책이 필요하다.
- 남궁연 공연연출가 -
현재 담배로 확보된 세금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담배소비세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담배부담금은 60% 이상이 매년 건강보험 재원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고 있다. 그 외 예방접종 관리, 에이즈 관리, 보건연구개발사업, 박근혜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4대 중증 질환인 희귀 난치성 질환 의료비 등으로도 쓰인다.
김명희 상임 연구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曰 2000년도 의약분업 실시 후 건강보험 적자가 상당 수준 갑자기 커지면서 2001년부터 담배로 걷힌 세금이 보험급여에 지원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건보재정 건전화특별법도 제정되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 '이번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정안이 시행돼 건강증진 부담금이 늘어나면, 4대 중증 질환 100% 보장 공약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왔다.
안창남 교수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曰 증세없이 복지를 하겠다고 했지만, 담뱃값 인상은 분명 증세다. 증가된 세금은 흡연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쓰이는 복지재원이 되기 때문이다.
논란 4. 국민건강을 그리도 바라는 정부의 의지
금연 관련 사업 예산은 줄이고 담뱃값만 올리겠다?
B 씨 남성, 근 20년 흡연, 금연클리닉 환자 曰 금연패치, 전자담배 등 이것저것 다 해봤다. 그런데도 금연에 실패해 결국 금연클리닉까지 오게 됐는데, 들어가는 게 돈이다. 약값이 너무 비싸다.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무작정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거기서 나온 세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부터 고민해 볼 일이다.
명승권 박사 국립암센터 曰 흡연은 의학적으로 일종의 중독에 해당하기 때문에 담배를 단순한 기호식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보험적용이 전혀 안 되고 있다. 비용 전부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연 관련 사업 예산은 1% 남짓, 그나마도 2008년 이후 계속 축소되어 왔다. 지난 한 해 금연광고는 단 32차례 방송됐고, 여전히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담배 사기 가장 쉬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담뱃갑에 경고 그림 하나 넣는 걸 두고도 부처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선진국 수준의 금연정책을 하겠다며 들고나온 법안은 국회에 제출조차 안 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曰 복지부는 경고그림을 무조건 빨리 도입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이 직접 담배 제조도 하는 나라의 경우에는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제반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난 다음에 추진할 계획이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은 물론 흡연자들의 반발, 물가 상승 우려, 선거에서의 표심 등 여러가지 변수가 섞여 있는 고차방정식이다. 이번에도 당장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물가상승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2013-03-13 인사청문회) 曰 담배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저소득층의 담배 소비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담배가 해롭고, 그래서 흡연율을 낮추는 데 담뱃값 인상이 유효한 방법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이 성공하려면 여전히 지지부진한 금연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인상으로 거둬진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명확히 제시해 국민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 불붙은 담뱃값 | 2013-03-17 | 시사매거진2580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대한민국 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범죄자 1000명 중 7명, 100명 중 단 1명만 감옥에 가는 게 우리나라 (0) | 2013.03.22 |
---|---|
하나 더하고 하나 뺐으니 '영'인데, 하나 더했으니 만족하라는 식 (0) | 2013.03.20 |
출장산후도우미, 원장에게 배우는 건 거짓말 수법뿐 (0) | 2013.03.18 |
섞어 짓고 섞어 살게 해야 '행복'주택, 영세민만 모여 산다면...? (0) | 2013.03.17 |
어림없다 중산층, 나는 그저 빈민층 (0) | 201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