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표 회장이 하는 일은 공사비 '부풀리기', 그리고 '챙기기'
전국에 아파트는 850만 가구. 한 가구당 4인 가족으로 가정할 때,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3천만 명가량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관리비. 우리나라 한 해 아파트 관리비는 12조 원에 달한다.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 의혹. 동대표 회장 측과 주민들이 벌이는 갈등이 심상치 않다.
동대표 회장의 연봉은 웬만한 대기업 연봉보다 높다
김 씨는 예전에 거주하던 아파트 동대표 회장과 무려 2년 반 동안이나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렸다. 김 씨가 뿌린 유인물이 문제가 됐다.
김OO 주민 曰 2005년,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 방수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 동대표 회장이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 5천만 원이면 가능한 공사를 동대표 회장이 미리 선약된 업체 사무실에 가서 A업체는 1억천 얼마, B업체는 1억1,500 얼마, 이렇게 업체들 가격을 전부 입찰 서류에 넣었다. 동대표 회장은 그 뒤에도 아파트단지 안에서 다른 공사를 벌이면서 같은 행태를 보였고,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아파트 관리비 도둑은 마땅히 사실을 확인해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유인물을 만들어 나눠 주기 시작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업체 대표 曰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방수 공사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제안해 왔다. 입찰 자격이 안 됐지만 동대표 회장의 설득에 아는 다른 업체 면허까지 빌려 입찰에 참여했다. 면허를 빌린 사실 때문에 처벌이 두려워 그동안 입을 다물었지만, 이젠 진실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사비 6천만 원에 동대표 회장에게 챙겨줄 금액까지 생각해 입찰 금액을 1억 원으로 올리려 했지만, 그 금액이 마땅치 않은지 그가 직접 입찰액을 올리겠다고 하더라. 정말 심하구나 생각했다. 그러더니 또, 동대표 회장 본인이 아파트 공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도 명의만 빌려주면 직접 공사를 하겠다고 하는 거다. 공사에 욕심이 나긴 했지만 그런 불합리한 조건은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발을 뺐다.
당시 동대표 회장은 입찰 가격이 높은 회사를 선정한 것에 대해 비싼 제품을 썼기 때문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명예회손소송 판결문엔 이렇게 적혀 있다. '현장설명회 및 시방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공사 금액이 정하여지고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 지하주차장 도장공사 등에 사용되는 재료가 단가가 훨씬 싼 재료로 변경되기도 하였던 점.' 명예훼손에 대해 김 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OO 주민 曰 직업적인 동대표들은 비리에 내성이 생긴다. 더욱 더 프로페셔널한 직업 동대표가 돼 업체와 결탁하고 공동주택 비리를 저지른다.
놀이터 공사 업자 曰 직업 동대표들을 상대할 때 로비가 없으면 공사를 따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대표와 관리소장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빼가다 보면 결국 1억 원짜리 공사가 7천만 원짜리가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CCTV 업자 曰 한창 CCTV 많이 달 때는 지역에 설치 한 번 해 주고 부녀회원들 전부 관광버스 타고 놀러가고 했다. 안마의자 2~3개씩 놓고, 선물하고. 그만큼 많이 받은 거다. 5천만 원이면 될 걸 8~9천만 원까지 받았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曰 15년 차엔 배관 교체 공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15년차부터는 공사비 액수가 커진다. 전문적으로 그런 곳을 노리고 공사판을 벌이는 업체가 상당히 많다. 2백만 원 이상은 경쟁 입찰에 부쳐야 하기 때문에 198만 원씩 쪼개서 10억 원어치 공사를 진행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직업 동대표와 관리소장이 손을 잡으면 그야말로 그 아파트는 엉망이 된다. 업체들이 직업 동대표를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처벌이 제대로 안 되는 점도 직업 동대표 양산의 주원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난 2010년 주택법이 개정돼, 2년 임기의 동대표를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그런데,
A아파트 주민 曰 하다 보면 노하우가 쌓인다. 새로운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겨, 옮긴 주소지에서 동대표를 또 할 수가 있다. 대부분이 그렇다. 이번엔 축적된 스킬로 더 사악한 악마가 된다.
김OO 주민 曰 나쁜 마음을 먹은 동대표 회장은 주민들의 무관심을 이용해 웬만한 대기업 연봉보다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B아파트 단지의 동대표 회장은 주택법 개정 전부터 20년째, 관리소장은 8년째 같은 사람이 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선 지난 2008년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무려 50억짜리 열병합발전소 공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입찰 전 일부 업체에만 필요한 서류를 발급해 주는 방식으로 사전 담합이 이뤄졌고, 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낸 업체는 입찰에서 탈락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에너지관리공단은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고, 공사비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관리비로 떠넘겨졌다. 계약도 업체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됐다.
C아파트에선 수년 동안 관리비 회계부정이 있어 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영수증이 아예 없는 등 회계 오류 또는 부정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3년 동안 무려 3억 5천만 원이나 된다. 아파트 주민은 끈질긴 추적으로 회계 조작의 결정적 증거까지 찾아냈다. 석 달 간 1,800여 회에 걸쳐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변경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고 난 후 관리사무소에서 조직적으로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주열 아파트 비리 척결 운동본부 曰 비율로 보면 추정컨대 70~80%가량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성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전문성, 둘째는 정직성이다. 둘 중 한 가지만 배제돼도 아파트가 시끄러워진다.
이게 정상이다
* 관리비를 아껴 단지 내 도서관을 만들거나 어르신들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데 쓴다.
*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한 내용은 바로 모두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 동대표들은 아파트 관련법들을 꾸준히 공고한다.
* 관련법에 근거해 관련 자료 역시 투명하게 공개한다.
D아파트 동대표 회장 曰 뒷돈의 유혹은 끈질기다. 어떤 업체는 본인들이 하게 되면 2~3백만 원을 주겠다고도 한다. 그런 업체는 연락 받은 즉시 수신거부해 두고 말려들기 싫어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
SBS가 지난 2010년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심층 보도한 뒤 국토해양부는 아파트 관리비와 입찰 관련 내역 등을 공식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관리소에서 짜맞춘 회계 내용을 올려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아파트 규모와 노후 연한 등의 구분이 없어 관리비 비교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투명성을 보장할 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박수현 의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曰 감사 때 외부 회계감사인을 초청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역시 통장 내역과 숫자만 맞춰보는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과 비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통일된 회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병철 경기대 회계학과 교수 曰 회계장부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은데, 회계장부를 볼 필요도 없이 영수증빙과 지출결의서, 통장만 대조를 해봐도 충분히 조작 여부를 잡아낼 수 있다. 이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C아파트 감사 曰 대부분의 주민들이 무관심하다. 우리 아파트 역시 진실을 파헤치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단지 몇 사람에 불과하다.
※ 아파트는 지금 비리복마전 | 2013-03-05 | 현장21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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