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콤비 - 두 개의 구슬 - 칭찬

 

"솔로몬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있다. 그곳에서는 숲을 개간해서 농지를 만들 때 부족민들이 나무를 베지 않고, 그저 모여서 숲을 빙 둘러싸고 나무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나무를 저주하는 것이다. 그럼 점점 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한단다. 일종의 자멸이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2007)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정적인 말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말해 준다. 칭찬과 비난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남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세 가지는 '귀엽다', '예쁘다', '대박이다'. 그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대화라기보다는 혼자 내뱉는 감탄사에 가까워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결혼한 이후부터였으니까 7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 온 셈이다. 사실 결혼 초에 비하면 요즘이 더 잦은 편이다. 1~2년 하다 보니 실제로 이 녀석이 갈수록 더 귀여워지는 게 아닌가! 이젠 하루에 한 번 이상 안 할 수가 없다. 놀라운 건 결혼 전에는 그 누구에게서도 귀엽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그를 의심한다. 그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보고 귀엽다는 감탄사를 내뱉은 사람이 내가 최초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상관은 없다. 내 눈에 귀엽다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어쨌든 그는 지금 7년 전보다 월등히 예뻐져 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스스로를 우람하고 거친, 남자 중의 남자로 생각해 왔다. 키에 비해 어깨가 조금 넓은 것 빼고는 사실 우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 미루어 짐작컨대, 그의 완벽한 착각에는 두 가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때까지 키도, 덩치도 큰 편이었다는 것. 그리고 어릴 때부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왔다는 것. 그는 1 1녀 중 막내이자 장남이다. 말썽꾸러기 막내, 귀여운 남동생보다는 한 집안의 가장을 대신하는 존재였다. 지금은 귀엽다는 소리를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듣고 있지만, 한때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집안의 여자들을 보호하는 든든한 남정네였던 것이다.

 

식구들은 그에게 십수 년에 걸쳐 힘 세고 든든한 남자 역할을 기대했고, 실제로 그렇게 대했다. 유년시절 집안에서 요구 받은 대로 그 스스로도 남자다운 모습을 그려왔다. 하지만 예쁘다는 말 몇 번에 물 만난 고기처럼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고 말았다. 타고나기를 남성성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칭찬도 타고난 강점에 맞게 해야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스로도 몰랐고, 주변에서도 알아보지 못한 그의 귀여운 구석. 나는 종종 '흙 속의 진주'를 발견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1센티 차이지만 나는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는 게 편하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다니지만, 우린 손을 잡거나 내가 그의 어깨를 폭 싸고 다닌다. 그저 신체 조건상 편한 방식을 취할 뿐이다. 그가 내 어깨에 팔을 올리는 건 영 불편하다고 하니까. 팔베개도 주로 내가 한다. 그가 내 팔을 베고 누을 때가 우리 둘 다 더 편하다.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야리야리한 여자의 팔을 베고 있다면 뭔가 어색해 보이겠지만, 고만고만한 놈들끼리라면, 특히 우리 둘의 경우에는 이 편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결혼 전까지 우람하고 남자다운 사내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내 팔베개를 즐긴다.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보다 안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한 나도 그의 볼을 마음껏 주무르며 귀여운 ''을 만끽한다.

 

늘 대등한 관계를 중시했던 나는 키도, 나이도, 나와 큰 차이가 없는 남자들을 만나 왔다. 그는 본인의 키가 작기 때문에 주로 작은 여자들을 만나 왔다고 한다. 식구들이 그에게 기대한 것처럼, 사회가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남성상을 떠올려서다. 여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비단 그의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타고난 성향은 무시한 채, 외부에서 요구하는 이미지나 역할에 부흥하기 위해 에너지를 허비한다. 본인에게 있어서는 분명한 '허비'. 다른 사람들은 상식적인 이미지를 반길지 몰라도, 정작 본인은 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이 상당히 부족하다. 우리가 주고받는 칭찬은 주로 '예쁘다' '멋있다'. 보통의 남녀가 주고받는 칭찬이 뒤바뀐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현재 행복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각자가 타고난 본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지지하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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