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맨>(2000)
각본 및 감독
데이빗 다이아몬드와 데이빗 웨이스만이 집필한 <패밀리 맨>. 둘은 이후에도 줄곧 작품 활동을 함께해 왔다. <에볼루션>(2001), <미닛맨>(2008), <올드 독스>(2009), <로마에서 생긴 일>(2010)까지. 이렇다 할 성공작은 눈에 띄지 않지만, 계속해서 파트너쉽을 유지하면서 가족, 코미디물을 짓는다는 건 그들이 누구보다도 작업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뜻 아닐까. <패밀리 맨>에 버금가는 감동작을 다시 한번 탄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감독 브렛 래트너(Brett Ratner)는 <패밀리 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범죄, 액션, 스릴러물로 대표작을 이어 왔다. <러시 아워>(1998, 2001, 2007) 시리즈, <레드 드레곤>(2002), <프리즌 브레이크>(2005) 등이 그의 연출작이다. 장르상 드라마에 속하지만, 래트너 감독 덕분인지 <패밀리 맨>은 꽤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매력이 있다.
<패밀리 맨>은 지극히 평범한 가족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감동작으로 꼽는 이유는 '평범함' 속에 묻어 둔 '안타까움'에서 기인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성공'과 그에 비해 하찮게 여겨지는 '가족'.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은 깊이 공감한다. 영화에 가미된 판타지 요소는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해소시킨다. 줄거리뿐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까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다.
줄거리
20대 연인 잭(니콜라스 케이지 분)과 케이트(테이어 레오니 분)가 공항에서 인사를 나눈다. 케이트는 인턴 업무 차 떠나는 잭을 배웅하는 길. 이미 합의한 일이지만, 케이트는 갑자기 떠나려는 잭을 만류한다. 잭은 계획대로 케이트를 달래고 비행기에 오른다.
크리스마스 이브. 성공한 투자 회사 사장 잭은 휴가도 반납한 채 한창 회의 중이다. 비서가 메모를 전한다. 대학 때 연인이었던 케이트의 연락. 잠깐의 향수병쯤으로 여기고 넘겨 버린다. 25일 아침.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깬 잭은 케이트와 한 침대에 누워 있다. 당황할 틈도 없이 아이들, 장인, 장모가 들이닥친다. 서둘러 집과 회사에 가 보지만, 관리인들로부터 문전박대만 당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되돌아온 잭. 하루아침에 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차츰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그가 일하는 타이어 매장에 투자 회사 회장이 방문한다. 잭은 최근 투자·합병건과 관련된 사전 정보 및 의견을 어필하고, 회사에 자리를 얻어 내는 데 성공한다. 기쁜 마음에 아내에게 자랑을 늘어놓지만, 아내는 오히려 화를 낸다. 투자 회사 임원으로서의 부와 권력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잠이 든다.
눈을 뜨니 상황이 다시 바뀌어 있다. 잭은 수소문해 케이트를 찾아낸다. 이번에는 그녀가 더 일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은 물론 없다. 잭은 타 지사로 발령 받아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는다. 과거의 잭과 달리 케이트는 그의 곁에 남기로 결정한다.
아는 만큼 누린다
다 가졌다고?
영화의 상황이 판타지에 의해 뒤바뀌는 순간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잭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캐시(돈 치들 분). 한 상점에서 그는 복권을 들이밀며 현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잭은 분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점원 대신 그에게 돈을 주고 복권을 산다. 캐시를 돕고자 필요한 걸 묻자, 그가 오히려 잭에게 되묻는다. 잭의 대답은 '난 이미 다 가졌어. 필요한 건 없어.'다. 우리는 종종 부, 지위, 권력 따위가 인생의 목표인 양 착각한다. 그것들만 손에 넣으면 인생에 성공한 듯 쉽게 교만해진다. 더불어 사는 삶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아니 무시한다.
후회라고 했니?
캐시는 잭의 반응이 우습지도 않다.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며 충고하는 잭. 캐시는 빵 터진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진정한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잭이, 캐시의 삶을 애처롭게 여긴다는 게 안타깝고 한심해서다. '내 앞에서 후회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다니!' 캐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캐시는 잭에게 돌이킬 기회를 선물하고자 한 것이다. 케이트가 공항에서 '성공'보다 '우리'를 택하자고 했을 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비행기에 오른 자신의 선택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
이 복권은 진짜야
캐시가 일개 강도와는 달리 복권을 내밀며 현금을 요구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복권'을 통해 하늘이 내린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복권은 가게 점원이 아닌 잭의 손에 쥐어진다. 캐시는 강조한다. "이거 정말 당첨 번호 복권이야. 당신이 상점에서 보인 행동은 하늘도 칭찬할 만한 일이었어. 잘했어, 잭!"
거스름돈 더 줬는데 그냥 가는 거 봐
잭은 집 근처 가게에서 느닷없이 캐시와 마주친다. 그는 점원 차림이다. 한 손님에게 거슬러 줄 돈을 세고 있다. 일부러 셈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꺼내 놓는다. 손님은 아무말 없이 돈을 챙겨 나가 버린다. 캐시는 알면서도 손님을 그냥 돌려보낸다. 일종의 테스트인 셈이다. 영화는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사사건건, 자신을 속이지 말고 정직하게 살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거라고.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늘의 깜짝 선물이라고.
니콜라스 케이지 Nicolas Cage
<패밀리 맨>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소화하는 코미디극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지는 배우의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차이는 있지만, 톰 행크스(Tom Hanks)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런 배우다. N(직관)과 P(인식)의 조합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MBTI 심리 유형상 톰 행크스는 ENTP, 니콜라스 케이지는 INFP다.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시나리오 메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 컬리 수> 시나리오 쓰는 제작자, 제작자가 고른 배우, 그들이 만들어 낸 완벽한 작품 (0) | 2013.09.13 |
---|---|
<더 콜> '심리'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로 범죄를 예방해 달라고 적극 요구합니다 (0) | 2013.09.09 |
<패닉 룸> 데이빗 핀처 감독의 진가는 범죄 + 성찰적 메시지 (1) | 2013.09.02 |
<프리덤 라이터스> 원작이 읽어 보고 싶어지는 영화 (0) | 2013.08.30 |
<프리덤 라이터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0) | 2013.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