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2010년에 제작,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개봉된 비교적 최근 영화다. 주사위와 죽음을 연결짓는 포스터 문구는 판타지와 SF류를 떠올리게 하지만, 포털 사이트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구분하고 있다. 스토리는 '어른들 또는 사회의 잘못으로 왜곡된 심리를 갖게 된 자가 현실에서 저지를 법한 범죄 이야기'. 개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기성세대 및 사회의 책임을 규명하려는 영화는 개인적인 영화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잠시 '캐나다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캐나다'는 여생을 보내고픈 나라다. 답답할 만큼 더디지만 덜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이고, 유행에 뒤쳐지지만 인구 밀도가 낮고 첨단보다 추억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캐나다를 선호하는 이유다. '캐나다 영화'는? 재미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중요한 건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캐나다'가 좋다는 거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상업적 능력이 떨어지는 캐나다의 면면이 좋다. 어수룩한 친구가 영특한 친구보다 좋은 이유와 같다.
줄거리
위기에 몰린 여섯 명의 남녀가 있다. 리사.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돌보는 대신 도박에만 매달린다. 형사 마크는 업무상 과실에 대한 의혹으로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다이앤은 출산 후 2년 만에 아기를 잃었다. 아들은 선천적인 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이앤과 자크는 의사다. 자크는 약물중독 환자의 부탁으로 약을 건네 자신의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아직 십대인 멜로디는 마약에 중독돼 원조 교제로 돈을 번다. 마지막은 로버트다. 그는 멜로디와 원조 교제 중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9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자살을 눈앞에서 목격한 제이콥. 그는 왜곡된 세계관으로 여섯 명을 지하 밀실에 가둔다. 한 사람을 포박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사위를 던지라며 총으로 협박한다.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포박 당한 이는 죽거나 새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마크의 동료이자 여섯 명의 실종자를 추적하던 형사 소피아는 제이콥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을 종결짓는다.
자살
<다이>는 사건의 배경과 갈등 요소, 개인의 심리 양상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데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편집 및 영상 효과의 테크닉을 쓰지 않더라도 합목적적, 집약적인 영화를 완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소재로 택한 '자살'과 '자살자 측근의 상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범인 제이콥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자살을 시도한 자는 이미 죽은 자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두 번 죽을 수 없다. 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총을 쏜다고 해도 내가 죽인 건 아닌 거다. 당신이 해도 마찬가지다."
신의 뜻
밀실에서 오가는 마이크(M)와 다이앤(D)의 대화다.
[M] 그거였어, 우리가 여기로 오게 된 이유! 그거 하나 때문에 우리가 전부 지금 여기 있는 거라구요.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거 말입니다!
[D] 아니요! 우리는 지금 심판을 받고 있는 거에요. 우리가 지은 죄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이리로 끌려온 게 분명해요.
[M] 당신은 당신이 죄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빌어 먹을! 말도 안 돼.
[D] 우린 심판 받고 있다구요. 이건 신의 계획이에요!
[M] 신?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데?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 말해 봐요! 얘기해 보라구. 해봐, 어디! ... 난 당신같이 모든 일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봐 왔어.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걸 신이 답해 줄 거라고 믿지. 안 그래? 당신,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 될 대로 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거든. ... 한 달 전쯤에 전화 한 통을 받았어. 근처에 있다가 벨소리를 듣고 다가갔는데 현관문이 열려 있더군. 들어갔지. 그랬더니 한 남자가 부엌칼을 들고 거실에 서 있는 거야. 집을 부수고 들어가서 엄마랑 세 아이들을 죽여 버렸어. 그 인간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신의 뜻'이라데!? ... 신은 없어. 신의 계획 같은 것도 없어! 당신이랑 내가 한 일만 있을 뿐이라구!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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