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를 보고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
이 목사는 집 벽을 뚫어서 공간을 만든 뒤 앞뒤로 여닫이 문을 달아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부모가 아기를 박스에 넣어 두면 집 안에서 아기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박스 속에 두툼한 수건을 깔고, 조명과 난방 장치를 설치해 아기가 놀라지 않도록 했다.
첫 번째 베이비박스 아기 ‘생명이’는 좌우뇌가 붙어 있는 장애를 안고 있었다. 두 번째 베이비박스 아기 ‘새벽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아기를 두고 가는 부모를 배려하기 위해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골목 깊숙한 곳에 베이비박스를 마련했다. 부모가 창피함이나 죄책감을 느껴 박스에 두지 않고 골목 구석에 놓고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집 안에서도 부모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 베이비박스 | 2011 | 현장21 Link
그의 용기
'베이비박스' 이야기는 세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첫째,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종락 목사의 용기에 대해서다. 이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고안하게 된 계기는 2008년 네 살배기 ‘온유’란 아기가 굴비 박스 안에 우유, 분유 등과 같이 담겨 버려져 있는 걸 발견하면서부터다. 이 목사는 당시 온유 옆을 지나간 길고양이가 온유를 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버려진 아기를 거두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체코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를 알게 됐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또 제작을 부탁해 보기 위해 이메일과 전화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을 기다려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따. 고민 끝에 2009년 본인의 집에 손수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이종락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첫 아기가 들어왔을 때 마음이 아파 주사랑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논란이란 단어 자체가 긍정보다는 부정의 뉘앙스를 더 풍기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논란'이란 제목의 뉴스에 달리는 댓글들이 하나같이 반대 의견만 내세우는 현실을 당연시하지는 말자. 그러기엔 이 보도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가볍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은 차후 문제다. '우리 중에 누가 그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를 먼저 묻고 싶다. 지금 같은 상황을 그가 설마 예상하지 못했을까? 노벨 평화상 한번 받아 보자는 목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걸까? 가만 있음 중간이라도 갈 걸 알면서도,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가슴 속에 솟구쳤을 것이다.
'베이비박스 얼리어답터'가 이종락 목사의 꿈이었겠는가 말이다. 과정과 의도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해서 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목사라는 이유, 17년간 뇌병변 아들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 근처에 아무 보호막 없이 놓여진 아기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 베이비박스가 좋다 나쁘다 단판을 짓기에 앞서, 남들이 내지 못한 용기를 낸 그에게 배울 점부터 찾아 볼 일이다.
그의 진심
둘째,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종락 목사의 마음가짐이다. 이종락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법과 제도가 뭘 위한 건가. 사람을 위한, 사람의 생명을 위한 것 아닌가. 누구의 실수인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말고, 태어난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면 그 생명부터 감싸안아야 하는 것 아닌가."
표정만 봐도 그의 절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올해 초부터 몇 차례 언론을 통해 드러난 베이비박스 이야기에 우리의 대단한 누리꾼님들께서 글자판이 부서져라 본인의 생각을 두들겨 댄 모양인데, 정말 궁금하다. 과연 버려진 갓난 아기들에 대한 마음이, 저 화면 속 주인공보다 더 애틋하고 가여운 마음 가눌 길이 없어서 그런 악성 댓글들을 남기신 건지.
가치관에 대하여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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