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인터뷰
마취 또는 회피
다혜는 상우를 죽인 소년범이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궁금하지도 않다. 아직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범인. 다혜는 그의 장래를 위해 과감히 범인을 용서했다. 그의 부모가 선도를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다혜는 막연히 생각한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현재 누구보다 성실하고 바르게 살고 있을 거라고. 다혜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그녀의 긍정적인 기대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일차적으로는 용서할 당시 그녀의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래야 그녀의 용서가 가치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약혼자의 죽음 앞에서도 소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용서한 다혜. 그녀는 그렇게나마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싶었던 거다.
지민과 다혜의 갈등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의 충돌이다. 두 피해자를 통해 영화 <오늘>은 진정한 의미의 용서를 찾아간다. 상우를 오토바이로 두 번이나 깔아뭉갠 범인. 지민은 다혜의 용서에 화가 난다. 사과도 받지 않고 한 용서. 지민은 다혜의 용서를 가짜라 말한다. 가짜 용서는 '치유'가 아닌 '망각'이다. 용서의 의미를 바로 알라는 영화의 메시지다. '용서'와 '회피'를 착각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한 용서의 실체를 똑똑히 보라고 충고한다.
놈의 불행
지민은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소년범 또래의 아이들이 거슬린다. 소년범의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또래 아이들만 보면 혹시 그놈이 아닐까 불쾌한데, 버스 안에서 무리지어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꼴이 볼썽사납다. 핸드폰을 자리에 흘리고, 내리려 문 앞에 선 아이들. 지민은 순간 '쌤통이다' 싶지만, 어느새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버스는 출발한다. 지민은 창문을 열고 외친다. "여기, 핸드폰!" 밖으로 손을 뻗은 지민. 버스를 뒤쫓던 아이는 길바닥을 구르며 어렵사리 핸드폰을 손에 넣는다. 지민은 마음이 쓰인다. 핸드폰을 분실하고 당황할 그놈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고소하긴 했지만, 어쩐지 많이 다치진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흔히들 피해자는 가해자의 불행을 바라고 복수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사실상 피해자는 가해자의 불행에 기뻐하지 않는다. 복수의 정체는 '삭이지 못한 분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복수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형 역시 피해자의 분노를 잠재울 순 없다. 용서와 화해, 사죄와 갱생만이 해피엔딩을 이룬다. 이는 사회와 종교 단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피해자의 용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에 앞서, '가해자의 사죄와 갱생'을 이끄는 것이야말로 사회와 종교가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할 몫이다.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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