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인터뷰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
다혜, 상우(기태영 분), 지석(송창의 분)은 대학 친구다. 다혜와 상우는 8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다. 다혜의 생일 전날 밤, 함께 있던 상우는 술에 취한 지석의 전화를 받고 불려갔다. 지석은 자리에 없었다. 그의 동생 지민(남지현 분)이 이미 데려갔다. 다혜와 지석, 지민은 셋 다 상우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 상우를 불러낸 지석은 죄책감이 없어 보인다. 지민은 자기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며 자책한다. 다혜는 상우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게 속상하다. 전화만 받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민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다. 용서에 관한 다큐를 찍는 다혜에게서 그 방법을 배우고자 그녀와 함께 용서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닌다. '용서하고 싶다'는 건 '용서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 봐도, 지민은 아버지가 용서되지 않는다. 영화 <오늘>은 두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다혜와 지민. 양쪽으로 갈리는 인간의 마음이다. 가해자를 용서했지만, 아니 용서했다고 생각했지만, 허무한 용서의 결말을 보고 만 다혜. 용서하고 싶지만 쉽사리 용서되지 않는 지민. 사회와 종교가 용서를 강요하는 탓에 인간은 둘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영화는 '상처 받은 사람들이 괴로운 이유는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괴롭지도 않을 거라고. 사회가, 그리고 종교 단체가 용서를 강요하지 않아도 인간은 스스로 상대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외부의 간섭과 재촉은 피해자를 더 괴롭게 만들 뿐이다. 타인은 그저 피해자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 주기만 하면 된다. '피해자의 용서'를 다그칠 시간에 '가해자의 갱생'에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피해자의 착각
연쇄살인범이 맨 처음 살해한 아내. 인터뷰 첫 대상자는 아내를 잃은 중년 남성이다. "처음에는 매일같이 범인을 찢어 죽이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신부님이 그러더라. 증오는 내가 독약을 먹고 상대방이 죽기를 바라는 거라고. 그래서 무조건 용서하기로 했다. 살인범에게 몇 번 편지도 하고 면회도 신청했지만, 본인은 용서 받을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지민은 다혜에게 묻는다. 범인이 왜 면회에 응하지 않았을지. 피해자는 가해자가 용서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해서 응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민의 생각은 다르다. 개무시 당한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살고 있는 가해자는 많다.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스러운데도 가해자는 참 쉽게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 버린다. 피해자와 대조적인 가해자의 삶 자체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 존재만으로 공포를 조성하기도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유족 만나기를 꺼린다. 자신이 저지른 잔인한 범죄 사실을 떠오르게 할 뿐, 현재와 미래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잊고 지내려 한다. 법이 정한 형을 마치고 나면, 모든 죄값을 치뤘으니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니라 말한다. 어느 새 그는 당당해져 있다. 한 피해자는 인터뷰 도중 다혜에게 묻는다. "징역 살고 나오면 사람 죽인 것도 없던 게 됩니까? 죄책감도 씻은 듯 사라지는 겁니까?"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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