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더 큰 화
중학교 때 친오빠에게 성폭행 당한 후 어머니로부터 거짓말쟁이로 몰린 아이 엄마. 그녀가 두 번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엄마를 용서했냐는 다혜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용서가 되더라. 엄마는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자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던 거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할 때, 가해자의 반성을 지레짐작하고 너그러이 용서한다. 그러나 실제 가해자들의 모습은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여동생을 성폭행한 범인은 엄마의 보호 아래 벌을 피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범인은 살인죄로 교도소에 있다. 만약 그때 그를 제대로 벌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갱생을 기대하지만, 범인은 더 큰 죄목을 달고 돌아온다. 죄를 저질러도 부모는 자식을 품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민은 지적한다. "엄마가 아들을 망쳤어."
사형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이유
아들이 딸을 성폭행했는데도 아들을 두둔하고 딸을 나무란 엄마. 다혜는 '그래도 가족'이라는 한마디로 용서를 당연시한다. 다혜의 무마에 지민은 '인간은 신의 애완견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애완견을 키우는 주인은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을 죽여도 하나라도 덜 잃고 싶은 마음에 그 녀석을 죽이지 않는다. '주인에게 정의는 필요 없다, 죽은 개만 불쌍하다'는 게 지민의 생각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의'와 정의롭지 못한 자의 '생명'. 내 자식들끼리의 싸움에서 부모는 가해자의 사형을 반대한다.
남의 집 개가 내 애완견을 죽였을 땐 얘기가 다르다. 절대 용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형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생명'보다 '정의'를 앞세운다. '가족이니까'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가해자가 내 가족일 땐 살려 주고, 아닐 땐 사형에 처하자는 주장은 사회의 정의를 흩트리는 이기심일 뿐이다.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지는 사형에 대한 논란으로 번진다. 지민은 첫 번째로 인터뷰했던 피해자 유족이 사형을 반대하는 이유도 의심스럽다. 범인을 살려 두고 평생 사과를 받아 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활한 살인범도 그의 의도를 눈치 채고 만남을 피한 것 같다. 사과와 함께 사형을 미뤄 보자는 속셈일지 모른다는 거다.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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